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디테일야구는 어디로 갔나.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가 중반에 접어들었다. 야구 팬들을 많이 실망시켰다. 넥센이 2연승으로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 앞에 뒀으나 승자 넥센도, 패자 두산도 결코 칭찬받을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1차전서는 경기 막판 넥센의 외야 수비시프트 실수와 두산 불펜의 난조로 승부가 갈렸다.
2차전은 더 했다. 밴헤켄과 유희관의 팽팽한 투수전이 경기 막판 빛을 잃었다. 폭투, 송구 실책, 주루사 등 실책성 플레이가 쏟아진 끝에 어이없이 승부가 갈렸다. 넥센 염경엽 감독과 두산 김진욱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 2차전 직후 “경기 후반에 좀 더 깔끔한 플레이를 했어야 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포스트시즌서 어울리는 고급야구 혹은 디테일 야구가 실종됐다.
▲ 두산의 스퀴즈 번트 실패
악송구, 폭투, 주루사 등은 더 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는 좋지 않은 플레이. 한 단계 더 파고들 필요가 있다. 넥센과 두산 모두 깔끔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1차전을 살펴보자. 두산은 0-2로 뒤진 2회초 공격서 연속 4안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1사 1,3루 찬스. 타석에는 김재호. 3루주자는 발 빠른 정수빈. 김진욱 감독은 김재호에게 스퀴즈 번트를 지시했다.
두산은 연이은 피안타로 호흡이 가빠진 넥센 선발투수 브랜든 나이트의 허를 찌르려고 했다. 나이트가 연속안타를 맞았기에 초구 직구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 것. 김재호는 초구에 번트를 댔다. 정수빈은 곧바로 홈으로 대시했다. 그러나 포수 허도환 앞에 뚝 떨어졌다. 허도환은 곧바로 타구를 잡았다. 3루수 김민성과 함께 앞, 뒤로 정수빈을 에워쌌다. 태그아웃. 두산은 역전 흐름이 끊겼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 우선 태풍 다나스가 몰고 온 비의 영향으로 당시 목동구장 그라운드는 축축했다. 번트를 댈 경우 타구가 멀리 굴러가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허도환이 쉽게 잡았다. 이를 두고 한 야구인은 “번트는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비에 젖은 그라운드에선 스퀴즈가 쉽지 않다는 것. 이 야구인은 “세이프티 스퀴즈도 가능했다”라고 했다. 그럴 경우 3루주자 정수빈이 타구를 보고 홈 대시를 판단할 수도 있었다. 정수빈이 3루에 멈추거나 재빨리 돌아갔다면 2사 1,2루가 아닌 2사 2,3루에서 다음 기회를 엿볼 수도 있었다.
▲ 넥센의 75% 수비 실패
2차전을 살펴보자. 9회초 1-1 동점. 선두타자 이종욱의 볼넷과 도루로 무사 2루 상황. 타석엔 정수빈. 정수빈은 넥센 손승락을 상대로 1B1S에서 희생번트를 댔다. 자연스러운 수순. 이때 넥센 내야진의 움직임이 조직적이었다. 작전을 간파한 3루수 김민성이 홈으로 대시했고, 유격수 강정호가 3루 커버를 들어갔다. 1루수 박병호마저 홈으로 대시하고 2루수 서건창이 1루 커버를 들어갈 경우 내야 100% 수비. 번트 타구를 잡을 시간을 줄여 선행주자를 3루에서 잡고 싶을 때 사용하는 작전이다.
하지만 100% 수비엔 맹점이 있다. 유격수와 2루수가 각각 3루와 1루를 커버하기 때문에 3유간, 1,2간이 텅 빈다. 외야수도 외야와 내야 경계 부근까지 대시를 하지만, 넓은 구역을 커버하기엔 무리다. 때문에 내야진의 100% 수비를 간파한 공격 팀이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로 전환해 텅빈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면 평범한 유격수, 2루 땅볼이 안타로 둔갑한다.
여기서 진화된 수비는 두 가지로 나뉜다. 지난해 삼성의 경우 한국시리즈서 타자가 번트를 대지 못하게 스트라이크 존 양 모서리로 공을 던졌다. 번트를 내주기 위해 한 가운데로 공을 던지면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 성공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번트를 대지 못하면 수비 측은 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 이익을 볼 수 있다. 삼성 투수들은 대체로 제구력이 좋기 때문에 이 작전이 통했다.
넥센은 75% 수비를 선보였다. 1루수 박병호는 정 위치를 지켰다. 2루수 서건창만 만약을 대비해 1루 백업을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3루수 김민성만 홈으로 대시했다. 정수빈의 번트 타구는 3루 방향으로 느리게 굴러갔다. 김민성이 잡아서 3루 커버를 들어온 강정호에게 송구해 2루주자 이종욱을 잡긴 무리였다. 대신 투수 손승락이 타구를 잡았다. 넥센 포수 허도환은 1루쪽으로 콜을 한 상황. 그러나 손승락이 3루를 한번 흠칫 쳐다본 게 뼈 아팠다. 습관적으로 3루를 본 것. 호흡을 잃은 손승락은 이후 급하게 1루로 송구한 게 악송구가 됐다. 넥센 입장에선 2루주자 이종욱을 3루가 아닌 홈으로 보내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 디테일 야구, 자신의 마음부터 다스려라
넥센 염경엽 감독은 “야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라고 했다. 스퀴즈 번트는 상대의 허를 찔러 수비 시간을 길게 끌도록 유도하는 작전이고, 75%, 100% 내야수비는 내야진이 타구에 반응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한 작전이다. 하지만, 넥센과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서 디테일 야구 대신 악송구, 폭투, 주루사가 난무한 경기를 펼쳤다.
염 감독은 “어떤 작전이든 선수가 원해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라고 했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벤치의 작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준플레이오프 1~2차전서 양팀 선수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혹시 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작전을 옳게 소화하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너무 긴장해서 실책성 플레이가 속출했던 걸까. 도대체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넥센-두산 경기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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