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포스트시즌은 경험이다'라는 명제는 오래 전부터 아무런 의심 없이 진실로 받아들여져 왔다. 실제로 매년 처음으로 큰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보이는 크고 작은 실수들은 이 믿음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LG는 이러한 시각에 반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반대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팀으로는 경험이 적지만, 선수 개개인으로 보면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현욱(삼성), 이상열, 정성훈(이상 현대), 이진영(SK), 이병규(주니치) 등은 다른 팀에서 우승을 맛본 선수들이다.
큰 경기 경험으로 말할 수 없는 선수들도 많다. 류택현, 박용택 등의 베테랑들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고 포스트시즌 출전도 2002년이 마지막일 정도지만, 이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얼어붙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 프로에서 10년 이상을 뛴 베테랑을 큰 경기 경험의 유무로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류택현은 이에 대해 "구위가 문제지 경험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팀이 큰 경기 경험이 적다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다. 베테랑이 많고, 포스트시즌처럼 관중이 많은 경기를 많이 해봐서 젊은 선수들도 괜찮다"라고 덧붙이며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5일 잠실 두산전을 언급했다. 당시 LG는 압박감이 심한 상황에서 0-2로 뒤졌지만 역전에 성공한 바 있다.
첫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는 김용의와 문선재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김용의에게 LG는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견해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굴 만나든 정규시즌에서 16번이나 만난 팀이다. 대학 때부터 고연전 등 큰 경기를 많이 해봤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각오를 묻는 질문에는 "화려하게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이 플레이오프 MVP가 되라고 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 "감독님이 하라고 하셨으니 해보겠다. 해야 한다"며 단기전에서 흔히 말하는 '미친 선수'가 되어 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문선재도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다는 문제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김용의가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경험이 풍부한 선배님들이 잘 이끌어주실 것이다. 1년간 계속 만나던 팀과 하는 것이라 괜찮다. 실수를 줄이자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대가 좌완 선발을 낼 때에 한해 주전으로 출전했던 문선재는 포스트시즌에서 자신에 해야할 역할을 잘 알고 있다. 문선재는 "앤디 밴헤켄, 오재영, 유희관 선수 등 상대 좌투수들에 대한 계획이 머릿속에 있다"며 "플레이오프에서도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각자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생각하며 LG의 가을야구 준비는 차분히 진행되고 있다. 경험이 없다는 점이 많은 이들이 LG를 낮게 평가하기도 하는 가장 큰 이유지만, 역설적으로 경험을 지적하는 것은 그만큼 지금 LG에는 한눈에 드러나는 치명적 단점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느낌을 안다는 것만으로 포스트시즌이 풀릴 수 있다면 두산이 넥센에 확실한 우위를 점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같은 관점을 적용한다면 11년 만에 가을잔치에 초대된 LG도 삼성의 상대가 될 자격이 있다.
[LG 트윈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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