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살얼음 1점차 시리즈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가 최종 5차전까지 간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지난 4경기 연속 1점차 승부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1,2차전은 4-3, 3-2 넥센 승리, 3,4차전은 4-3, 2-1 두산 승리였다. 만약 14일 5차전서도 1점차 승부가 벌어질 경우 2010년 플레이오프에 이어 3년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 전 게임 1점차 승부가 완성된다.
2010년 플레이오프는 삼성과 두산의 맞대결이었다. 당시 삼성 기준으로 6-5, 3-4, 8-9, 8-7, 6-5였다. 대단한 접전이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도 표면적으론 대단한 접전이다. 다만, 3차전까진 폭투, 송구실책, 주루사 등 좋지 않은 플레이가 섞인 졸전이었다. 그러나 4차전서 선발투수의 구원 총력전이 펼쳐지는 등 포스트시즌다운 긴장감 넘치는 게임이 진행됐다. 때문에 5차전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 2010년 PO는 타격전? 2013년 준PO는 투수전?
2010년 플레이오프는 결과만 놓고 보면 타격전이었다. 2차전을 제외하곤 기본적으로 팀당 5점씩을 너끈하게 뽑아냈다. 그럴 만했다. 2010년 두산은 팀 타율 0.281로 1위였다. 물론 올해도 두산은 0.289로 팀 타율 1위를 차지했으나 3년 전엔 무려 149개의 홈런을 쳐냈다. 올해는 95개로 125개의 넥센에 밀렸다. 2010년 삼성도 팀 타율 0.272, 118홈런으로 좋은 타격을 과시했다. 세대교체가 완벽하게 자리가 잡히면서 타선이 한층 강화된 시즌이었다.
당시 양팀은 연일 역전극을 선보였다. 1차전서는 8회말 박한이의 극적인 역전 2점포로 승부가 갈렸다. 3차전서는 연장 11회 접전 끝 두산이 재역전승을 거뒀다. 5차전서는 삼성이 0-5에서 연장 11회에 6-5를 만드는 저력을 과시했다. 투타에서 적당히 치고 받는 팽팽한 접전이 나오면서 1점차 승부가 성사됐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서는 3년전에 비하면 타격이 잠잠하다. 특히 2~3차전서 폭투, 송구실책, 견제 악송구, 주루사 등이 연이어 나오면서 숱한 기회가 양산됐으나 번번히 헛심만 썼다. 3차전 연장 14회 승부도 수준 높은 게임은 아니었다. 또한, 1~2차전 목동에서 위축됐던 투수들이 3~4차전 잠실에서 힘을 내며 타자들을 더욱 위축시켰다. 3차전이 4시간 43분이나 진행되면서 4차전 낮게임서는 양팀 합계 14안타 3득점에 그쳤다. 특히 윤명준, 변진수 등 두산 불펜이 3~4차전서 힘을 냈다.
▲ 2010년 PO는 소총시리즈, 2013년 준PO는 홈런시리즈
점수는 3년전 플레이오프서 많이 났지만, 결정적인 홈런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서 더 많이 나오고 있다. 3년전 플레이오프서 나온 홈런은 총 4개였다. 3년 전 플레이오프서는 박한이가 8회 극적인 역전 3점포를 작렬했으나 이후엔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홈런은 터지지 않았다. 대신 탄탄한 타선이 단타, 2루타 등으로 적절히 기회를 만들고 연결을 한 뒤 결정력을 보여주는 면에선 3년 전 플레이오프서 훨씬 돋보였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서는 양팀모두 공격이 너무나도 안 풀린다. 정규시즌서 방망이의 팀이란 이미지를 보여줬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이번 플레이오프의 특징은 역시 홈런시리즈라는 점이다. 홈런이 4개로 3년 전 플레이오프와 같지만, 전부 영양가 만점이었다. 1차전 박병호의 솔로포는 기선을 제압하는 의미였다. 2차전서 터지지 않은 홈런포는 3~4차전 잠실에서 더 많이 터졌다. 두산은 3차전서 첫 선발출전한 최준석과 홍성흔이 백투백 솔로포를 날리며 기선을 확실하게 제압했다. 4차전은 더 극적이었다. 최재훈이 밴헤켄을 상대로 역전 결승 투런포를 날리며 승부를 5차전으로 넘겼다.
애당초 이번 플레이오프는 외야가 드넓은 잠실보다 구장이 상대적으로 아담한 목동에서 홈런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1~2차전서 상대적으로 주춤한 홈런포가 잠실에서 연이어 결정적으로 터졌다. 다시 목동으로 돌아가서 치르는 최종 5차전. 이번엔 홈런이 터질지 궁금하다.
▲ 변칙이 지배한 4~5차전, 2010년 PO와 2013년 준PO의 닮은 꼴
포스트시즌의 묘미는 변칙이다. 매 경기 총력전이니 정석으로만 해선 승부를 낼 수가 없다. 물론 정규시즌서 하던대로 포스트시즌서도 잘 풀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 쪽에선 변칙을 꺼내 들 수밖에 없다. 3년 전 플레이오프서는 삼성 배영수가 4차전서 구원 등판했다. 불펜이 지치면서 배영수가 긴급 투입된 것. 배영수는 당시 세이브를 따내면서 부활의 기반을 닦았다.
변칙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서도 계속됐다. 3차전까진 물 흐르는대로 흘러왔다면, 4차전서는 넥센 벤헤켄과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구원 등판했다. 밴헤켄은 2차전, 니퍼트는 1차전 선발투수였다. 결국 밴헤켄이 결정적 홈런을 맞으면서 무너졌고, 니퍼트는 세이브를 따내며 흐름을 두산으로 끌고 왔다. 두 투수는 3차전 연장 14회를 치른 불펜투수들의 체력을 아끼는 효과가 있었다.
5차전서도 변칙이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3년 전 플레이오프 5차전서는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 된 장원삼과 이현승이 연장전서 나란히 구원 역투를 펼쳤고, 장원삼이 웃었다. 이번에도 그런 양상으로 게임이 흐를 확률이 있다. 선발로 예상되는 나이트, 유희관보다 더 강한 구원카드는 보이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침묵인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벤치의 적극적인 개입이 예상된다. 다시 말해서 넥센 염경엽 감독과 두산 김진욱 감독의 수싸움이 플레이오프행 명운을 가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넥센-두산 준플레이오프 장면(위, 가운데), 삼성 2010년 플레이오프 승리 장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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