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대로 독주모드인가.
디펜딩챔피언 모비스가 15일 KCC와의 원정경기서 완승하며 개막 3연승이자 정규시즌 16연승을 내달렸다. 최다연승 타이기록. 모비스는 지난 2012-2013 정규시즌 막판 13연승을 했다. 이번 개막 3연승까지 더하면 16연승에 성공한 것. 모비스는 19일 오리온스를 잡을 경우 역대 정규시즌 최다 17연승에 성공한다.
3연승에서 보듯, 모비스의 시즌 출발이 아주 좋다. 올 시즌 모비스는 지난 봄 챔피언결정전 우승 전력을 유지했다. 김시래만 LG로 이적했을 뿐, 외국인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 로드 벤슨도 건재하다. 지난 시즌 막판 다잡은 조직력이 챔피언결정전에 이어 비 시즌 충분한 훈련을 통해서 절정에 이르렀다. 3경기 득실마진이 무려 +27점이다. 바뀐 주전들과 외국인선수들의 호흡을 맞추느라 SK의 선두질주를 바라만 봤던 지난 시즌과는 분명 다르다.
▲ 문태영의 고감도 득점포
모비스의 3연승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문태영의 득점이다. 지난 3경기서 16점, 13점, 22점을 기록했는데, 더 눈에 띄는 건 야투 성공률이다. 57.1%, 71.4%, 90%. 그야말로 최근 2경기서는 던지면 들어갔다는 소리다. 쾌조의 슈팅감각이다. 3점슛을 던지진 않지만, 외곽으로 나와서 던지는 2점슛의 적중률이 굉장히 좋아졌다.
유재학 감독은 지난 시즌 막판에도 “안쪽이 너무 복잡하니까, 태영이에게 2점슛을 던져도 외곽으로 나와서 3점 라인을 밟고 던지라고 주문했다”라고 털어놨다. 함지훈과 벤슨 혹은 라틀리프가 있기 때문에 문태영이 외곽공격을 해줘야 공 흐름이 원활해지고 상대 수비가 분산된다. 이건 문태영과 함지훈의 공존 문제이기도 했는데, 문태영이 워낙 골밑으로 들어가려는 습성이 있어서 고치기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지난 봄 챔피언결정전서 함지훈의 출전시간이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젠 문태영이 유 감독의 주문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찬스가 많이 생기니 슛 적중률도 높아졌다. 함지훈의 움직임도 덩달아 살아났다. KCC전서 26분만 뛰고 20점을 올렸다. 함지훈은 문태영이 골밑으로 들어갈 때 외곽에서 나와서 슛 찬스를 엿본다. 주전들의 움직임과 역할분담이 지난 시즌보다 훨씬 좋다.
▲ 다른 팀들은 손발 맞추느라 정신없는데…
보통 어느 팀이든 1~2라운드는 정신 없다. 기존 선수들과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의 조직력을 짜맞추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특히 개막 1달 전에 입국하는 외국인선수들과 국내선수들의 호흡이 중요하다. 시즌 개막 전 충분한 준비를 했더라도 막상 실전과는 또 다르다. 충분히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면 금방 1~2라운드가 흘러간다.
때문에 이 시기에 치고 올라가는 팀은 그만큼 조직력 정비가 빠르게 끝났다는 의미다. 역대 프로농구서 1라운드에 치고 올라온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한 사례가 거의 없다. 지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SK 역시 1~2라운드부터 강했다. 올 시즌엔 누가 치고 나올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모비스가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점이다.
모비스는 다른 팀과는 달리 멤버 구성에 변화가 적었다. 지난해 우승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존 선수들의 조직력이 더 좋아졌다.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갈 여력이 있다. 올 시즌 모비스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하는 건 이런 이유가 있다. 반면 신흥강호로 지목된 팀들은 팀 자체가 정비되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LG는 확실히 경기력이 불안하고 KGC는 부상자 속출로 객관적 전력 자체가 약화됐다. 이충희 감독 체제로 빠르게 정비 중인 동부 정도가 모비스의 시즌 초반 대항마로 꼽힌다. 모비스가 시즌 초반 선두권에 완전히 정착할 기회를 잡은 건 분명하다.
▲ 김시래 공백은 여전히 물음표
물론 모비스도 고민은 있다. LG로 떠난 김시래 공백 극복이다. 유 감독은 개막 미디어데이서 “상무에서 제대한 김종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이지원에게도 포인트가드 연습을 시켰다”라고 했다. 하지만, 유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두 사람은 시즌 초반 눈에 띄는 활약이 없다. 김종근은 15일 KCC전서 9분간 출전했으나 별 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이지원 역시 비슷한 상황.
김시래는 지난 시즌 공격적 성향이 강한 양동근을 보좌했다. 시즌 막판엔 간결한 움직임 속에서도 득점 찬스를 많이 만들어줬다. 양동근이 좀 더 공격에 치중해도 됐다. 양동근의 백업으로 들어갈 때도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워 모비스 농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지금 모비스에 그런 역할을 해줄 선수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결국 양동근이 벤치에서 쉴 때 모비스가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가 고민이다. 유 감독 성향상 이때 써먹을 수 있는 공수전술 혹은 패턴 플레이를 어떻게든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이 잘 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면 모비스의 올 시즌은 딱히 위험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정규시즌 20연승을 넘어 선두독주 채비를 갖춰도 이상할 게 없다.
[문태영(위), 모비스 선수들(중간), 이지원(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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