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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여진구(16)의 눈에서 김윤석(45)의 눈빛이 느껴진다.
영화 '화이'(감독 장준환) 속 여진구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세상을 모두 다 알아버린 듯한 눈으로 관객들과 마주한다. 이제 기껏 고등학생이 된 그의 눈은 '연기 괴물' 김윤석에 필적할 만한 내공을 담고 있다.
여진구는 영화 '화이'에서 타이틀롤 화이 역을 맡았다. 그가 연기한 17세 소년 화이는 어느 날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사건을 접한 후 자신의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화이는 여러모로 어려운 캐릭터일 수밖에 없다. 현직 범죄자 아버지를 5명이나 둔 인물 화이는 영화 초반 그 나이대의 아이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상황이 달라진 후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의 변화를 보이게 된다.
한 가지 감정만 표출하는 것이면 그나마 낫다. 여진구는 화이를 통해 복수와 애증, 복수와 믿음, 분노와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을 복합적으로 표현해 내야 했다. 한 컷 안에도 다양한 감정이 한꺼번에 담겨야 했다. 이런 어려운 미션과 마주했음에도 10대 소년 여진구는 사람들이 기대한 것 그 이상으로 화이를 완벽히 완성시켰다.
특히 김윤석과 만날 때 그의 능력은 극대화된다. 아버지 중의 아버지인 김윤석(석태)의 명령에 불복종할 때, 그와 맞설 때 여진구는 눈빛만으로도 스크린을 잠식해 나간다. 이런 모습은 존재감으로 그 어디에서도 뒤지지 않는 김윤석을 위협할 정도다. 고작 고등학생이 말이다.(여진구는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화이'와 함께 했다)
무엇보다 후반부 김윤석의 품에서 눈물을 떨어뜨릴 때, 복도에 주저앉아 절규할 때 그의 눈빛은 보는 사람까지 처연하게 만드는 마력을 발산한다. 이미 세상의 모든 감정을 알고 있는 듯한 여진구는 광기부터 여운까지, 오만가지 감정이 투영돼 있는 눈빛을 발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화이'를 본 후 여진구에 주목했다. 이 소년이 몇 년 후 과연 어떻게 성장한 모습일지 궁금함이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기의 신' 김윤석을 위협하는 눈빛을 지닌 여진구는 벌써 관객들이 기대하는 '그 어떤 배우'가 돼 있는 듯하다.
[영화 '화이'에 출연한 여진구. 사진 = '화이' 예고편 캡처, 스틸컷]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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