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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는 전작인 '응답하라 1997'과 얼마나 달랐을까.
18일 오후 첫 방송된 '응답하라 1994'에는 마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하숙집을 운영하는 성나정(고아라)의 가족들과 그의 집에 세를 들어 살고 있는 하숙생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은 많은 부분에서 '응답하라 1997'을 생각나게 만드는 한 회였다. 걸쭉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극중 인물들이나 당대 농구스타 이상민을 좋아하는 나정의 모습은 '응답하라 1997'의 성시원(정은지)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특히 연세대 농구 시합장에서 큰 소리로 이상민을 응원하거나 농구팀 숙소를 찾아가 선수들을 기다리는 나정의 모습은 전작에서 그룹 H.O.T.를 좋아하던 '빠순이' 시원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1994년이라는 배경 역시 '응답하라 1997'과 비슷한 느낌을 안겨줬다. VHS 비디오나 플로피 디스크, 벽에 도배돼 있는 농구선수들의 브로마이드, 집 안에서 부르는 노래방 기계 등 작은 소품들을 비롯해 대우 건물이나 그랜드 백화점, 그레이스 백화점 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건물들의 재현은 당대를 살았던 시청자들을 또 다시 1990년대로 소환해내기 충분했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4'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삼천포(김성균)라는 캐릭터를 통해 전작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빠순이'가 주축이 됐던 전작에 시골에서 갓 상경해 서울 풍경에 낯선 '촌놈'들의 이야기를 더한 것이다.
경남에서 상경한 천포가 서울역에서 '신촌하숙'을 찾아오는 과정은 서울 태생인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안겨줬다. 지하철을 환승하는 법이나 티켓을 넣고 빼는 법을 몰라 허둥대거나 어색한 표준말로 갓 상경한 티를 내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서울 구경(?)을 당하는 삼포의 모습은 그 자체로 공감가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하숙집에 도착해 어머니가 보내주신 이불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천포의 모습은 홀로 상경해 두렵고 외로운 타지인의 마음을 잘 표현해내며 전작에서 호평을 받았던 웃음에 따뜻함까지 더해진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이제 막 첫 회를 시작했을 뿐이지만 '응답하라 1994'는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면서도 그와는 또 다른 주제를 펼쳐놓으며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케이블 드라마로는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전작처럼 '응답하라 1994' 역시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응답하라 1994' 첫 회. 사진 = tvN 방송화면 캡처]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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