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승부는 우측에서 갈린다.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가 중반으로 접어든다. 19일과 20일 3~4차전서 삼성의 한국시리즈 파트너 윤곽이 드러난다. 3~4차전은 낮 경기로 진행되는데다 1~2차전을 치르면서 잠실라이벌, 플레이오프라는 긴장감도 해소됐다. 승부처에서 엄청난 실수가 나오지 않는 한 벤치의 전략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플레이오프 3~4차전서는 그라운드 우측을 주목할 만하다. 우측으로 타구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배터리와 우측으로 타구를 보내려는 타자의 수 싸움. 그리고 우측에서 타구를 처리하는 야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1~2차전이 그랬고 3~4차전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유가 있다.
▲ 좌타자 많은 LG, 체력 떨어지기 시작한 두산
LG는 기본적으로 좌타군단이다. 두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오지환, 김용의 등이 모두 좌타자다. 정성훈, 윤요섭 정도가 힘 있는 우타자다. 잡아 당긴다면 자연히 우측으로 타구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플레이오프 2차전서 LG 타자들은 17차례나 우측으로 타구를 보냈다. 좌측으로는 단 4차례만 타구가 나왔다.
두산은 이종욱, 오재원, 정수빈, 김현수 등 좌타자와 홍성흔, 최준석, 이원석, 양의지, 김재호 등 우타자가 균형을 이뤘다. LG와 달리 힘 있는 타자는 확실히 우타 위주다. 잡아 당긴다면 좌측으로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게 정상이다. 실제 플레이오프 2차전서 우측 페어 타구는 단 세 차례만 나왔다. 하지만, 우타자들의 우측 파울 타구 역시 적지 않게 나왔다. 전문가들은 “두산 타자들의 스윙스피드가 떨어지면서 우타자가 잡아당겼음에도 우측으로 밀리는 타구가 많이 나왔다”라고 했다.
실제 두산 타자들은 2차전서 LG 선발투수 레다메스 리즈의 강속구에 옳게 대응하지 못했다. 우타자들의 타구가 우측으로 밀렸다. 또한, 준플레이오프 혈투를 치르고 올라오면서 타자들의 방망이가 팽팽 돌지 못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두산의 포스트시즌 팀 타율은 0.197에 불과하다. 우타자들의 타구가 페어가 되더라도 우측으로 향할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
▲ 일상화된 2익수 수비, 우측을 공략하라
2루수가 잔디 끝부분까지 올라가서 수비를 하는 것. 일명 ‘2익수’는 이젠 일상이 됐다. 어느 팀이든 힘 있는 좌타자가 많기 때문에 2루수가 뒤로 물러나서 강습 타구를 처리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투수의 구위가 좋을 경우 우타자의 타구도 우측으로 밀리기 때문에 2익수 수비는 중요한 옵션이다. 강한 타구, 멀리 뻗는 타구를 처리하기에 용이한 2익수 수비는 분명 매력이 있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도 어김없이 2익수 수비는 이어지고 있다.
2익수 수비엔 결정적인 맹점이 있다. 투수와 1루수, 2루수 사이의 공간이 지나치게 넓어진다. 빗맞은 타구만 나와도 수비하는 입장에선 난감해진다. 때문에 발 빠르거나 갖다 맞히는 능력이 좋은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경우 2루수는 정 위치를 잡는 경우가 많다. 2차전 6회말이 대표적인 예다. LG 선두타자 박용택의 타구가 2루수 방면으로 살짝 빗맞았는데, 내야 깊숙하게 자리잡았던 두산 2루수 오재원이 급하게 대시를 하다가 공을 글러브에 넣지 못해 내야안타가 됐다.
비록 당시 후속타 불발로 점수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수비 시프트가 들어맞지 않아 주자를 내보낸 두산 입장에선 매우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3~4차전서는 이런 상황이 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두산 타자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예상 외로 양 팀 투수들의 구위가 나쁘지 않다. 정황상 오른쪽 타구가 자주 나올 가능성이 크다. 양팀 타력이 3~4차전서도 지지부진 하다면 오른쪽으로 기습번트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2익수 시프트를 놓고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더구나 잠실구장은 내야 잔디가 듬성듬성 자라고 있기 때문에 타구가 잘 구르지 않는다. 기습번트를 시도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 50%수비? 75% 수비? 100% 수비?
오른쪽이 화두가 되는 케이스는 또 있다. 내야수들의 압박수비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두 팀은 1~2차전서 적극적으로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이때 수비하는 입장에선 선행주자의 3루 진루를 봉쇄하기 위해 50%, 75%, 100% 압박수비를 시도할 수 있다. 번트와 동시에 1루수와 3루수가 홈으로 대시하고 유격수와 2루수가 3루와 1루를 커버하는 게 100% 수비다. 이때 1루수와 3루수 중 1명만 홈으로 대시할 경우 50% 수비다. 75% 수비는 수비수가 타구를 보고 살짝 늦게 움직인다.
매 순간이 승부처인 포스트시즌서 이런 수비를 놓고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온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도 넥센이 9회초 무사 2루 위기에서 75% 수비를 사용했으나 손승락의 송구 실책으로 두산이 득점하는 등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100% 수비의 경우 1,2간, 3,유간이 텅 비기 때문에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에 취약하다. 평범한 2루수, 유격수 땅볼도 안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50% 혹은 75% 수비를 선택할 수 있다.
넥센은 당시 1루수 박병호는 정 위치를 지켰고 만약에 대비해 2루수 서건창은 1루 백업을 들어왔다. 정수빈이 당시 3루 방면으로 번트를 대면서 3루수 김민성만 살짝 늦게 대시하는 75% 수비를 했다. 만약 발 빠른 타자 정수빈이 혹시 1,2루 방면으로 세이프티 번트를 시도했거나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를 했다면 넥센으로선 더 위험할 뻔했다. 희생번트 상황에서 수비 위치, 타자의 대응에 따라 그라운드 오른쪽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 특히 LG와 두산엔 발 빠른 타자가 많다. 두 팀 타자들의 타격 응집력이 3~4차전서 불 타오르지 않는 한 그라운드 오른쪽이 승부처다.
[그라운드 우측에서 벌어진 장면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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