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새삼 느끼는 두산표 가을 DNA다.
2013년 가을도 어김없이 두산표 ‘폴 클래식’이 그라운드를 수놓는다. 정규시즌 4위팀 두산이 3위, 2위팀을 연파하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뒀다. 두산은 LG, 넥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살짝 처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막상 포스트시즌 뚜껑을 열자 예상을 뒤엎고 선전 중이다. 승부처에서 무너질 듯 무너지면서도 버텨내고 결국 이긴다. 두산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내준 뒤 4승1패 상승세다.
▲ 확률도 뒤엎는 미라클 두산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를 역스윕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5전 3선승제 포스트시즌 29차례 중 시리즈스코어 2-0은 16차례 나왔다. 여기서 2연패 뒤 3연승 사례는 단 3차례만 나왔다. 확률상 단 18.8%. 그러나 두산은 이미 2010년 준플레이오프서 롯데에 홈에서 2연패를 당한 뒤 원정 3~4차전을 잡고 최종 잠실 홈 경기마저 이기면서 역스윕을 기록한 전례가 있었다. 결국 두산은 3년만에 또 다시 역스윕을 거두며 18.8%를 뚫었다. 역대 5전3선승제서 2연패 후 3연승만 두 차례 달성한 최초의 팀이다.
끝이 아니다. 역대 포스트시즌 시리즈 최종전을 치르고 다음 스테이지로 올라간 사례는 14차례였다. 그 시리즈서 승리한 사례는 단 2차례였다. 단 14.3%,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최종전을 치르고 플레이오프에 올라간 팀이 1차전서 승리한 사례는 아예 없었다. 그러나 두산은 0% 확률을 뚫고 역대 최초로 준플레이오프 최종전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연이어 잡았다.
만약 두산이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혹은 5차전을 승리해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경우 역대 3번째로 포스트시즌 시리즈 최종전 승리팀의 다음 스테이지 승리 팀으로 기록된다. 특히 준플레이오프 최종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사례는 역대 최초다. 또한, 역대 5전3선승제 포스트시즌 시리즈서 1승1패를 기록한 팀이 3차전을 잡고도 탈락한 사례가 12차례 중 7차례나 된다. 두산도 2010년 플레이오프서 삼성에 2승1패를 하고도 무너졌다. 두산이 41.7%의 낮은 확률에 도전한다.
▲ 상식 뒤엎는 두산의 PS, 그래도 이긴다
사실 김진욱 감독의 작전이 때로는 상식을 뒤엎는 케이스가 많다. 대표적 사례가 3차전 4-3으로 앞선 5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포수 최재훈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한 것이다. 김 감독은 “재훈이가 체력적으로 지쳐있어서 빨리 쉬라는 의미에서 희생번트를 댔다”라고 했다. 경기 종반도 아닌데 1점 앞선 팀이 시도하기 쉽지 않은 작전이었다. 김 감독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서도 1사1루서 번트 사인을 낸 적이 있다.
투수교체 역시 한 템포 늦거나 경기 전 취재진에게 설명한 부분과는 사뭇 다른 케이스가 있었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만 해도 플레이오프 1~2차전서도 불펜에 대기했다. 결국 3차전 선발투수로 나서서 5⅓이닝 3실점으로 LG 타선을 압도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불펜에 대기했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3차전서 이겼지만, 에이스 활용에 대한 아쉬움을 시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두산은 포스트시즌서 승승장구한다. 불펜에서 홍상삼이 준플레이오프 2차전 악몽을 딛고 연이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게 크다.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 이재우가 일찍 무너진 걸 제외하곤 선발진도 최소한 이길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준다. 타자들은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됐으나 연일 힘을 낸다. 두산은 플레이오프 팀 타율이 0.161에 불과하지만, 1차전서 12명의 주자 중 4명이 홈을 밟았고, 3차전서 19명의 주자 중 5명이 홈을 밟았다. 정말 1점이 필요할 땐 1점을 뽑아냈다는 의미다.
▲ LG, 넥센을 누르는 보이지 않는 힘
LG는 플레이오프 3차전 막판 중심타선이 살아났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적지 않은 안타를 치고도 해결이 옳게 되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과부하에 걸린 두산 야수진의 힘이 대단하다는 말 외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아무래도 정수빈, 임재철, 최주환, 오재일 등 벤치멤버가 두꺼워 서로 체력적 안배를 할 수 있고 다양한 전략을 짤 수 있는 게 큰 강점이다.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상대한 넥센과 LG는 가을야구가 참 오랜만이다. 반면 두산은 2006년, 2011년을 제외하곤 가을야구 단골손님이다. 과거 SK, 롯데 등과 가장 치열한 승부를 벌였던 팀이 두산이다. 역대 포스트시즌 명승부를 살펴보면 두산이 적지 않게 거론된다. 그만큼 가을에 쌓은 저력이 선수단에 스며들어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두산이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서 2연패로 몰렸을 당시 동요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이번 LG와의 플레이오프도 객관적 전력상 LG가 미세하게 앞선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두산은 가을야구가 낯선 넥센과 LG가 승부처서 흔들린 사이 차분하게 시리즈를 리드하고 있다. 유희관이 20일 플레이오프 4차전서 준플레이오프의 구위만 유지한다면. 두산표 폴 클래식 결말은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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