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원, "'굿 닥터'의 차윤서와 나는 다른 사람"(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배우 문채원은 KBS 2TV 월화드라마 '굿 닥터'의 차윤서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큰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울컥하는 기분에 버럭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차윤서와 진짜 문채원은 엄밀히 말하자면 상반된 인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굿 닥터'가 종영하고 일주일이 흐른 뒤 만난 문채원은 극 중 차윤서의 외향을 갖고 있었지만 캐릭터와 달리 느릿느릿하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단어 하나를 고르는데도 그는 진중했고, 또 차분했다.

"윤서랑 저는 많이 닮지 않았어요. 사실 저는 제가 맡은 어떤 캐릭터보다 재미가 없는 사람이에요. 작품을 할 때마다 그 캐릭터에 다가가려고 많이 노력을 하는데 늘 저와 그 캐릭터 사이에 괴리감이 있어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캐릭터가 되기도 하지만요."

문채원은 극 중 차윤서가 박시온(주원)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실제로 있을까요"라며 놀라워했다.

"사랑하는 남자의 집 앞에 찾아가서 고백을 한다는 것, 그 장면을 찍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드라마니까 받아주는 거겠지? 여자가 먼저 다가가면 남자는 한 발짝 물러나지 않을까'라고. 전 전혀 그런 생각을 못하거든요."

여자 문채원은 수동적이었지만 배우 문채원은 또 달랐다. 그는 '굿 닥터'의 차윤서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 것에 대해 "능동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학 드라마를 하고 싶어 했지만 그래서 선택한 것은 아니에요. 소아외과라는 배경, 자폐아라는 설정 등이 어쩌면 저의 배우 인생에서 또 올 수 없는 기회라는 생각도 분명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중요했던 것은 여자인 나도 집도할 수 있다는 것, 멜로 면에서도 내 멘토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온이를 좋아하는 것에 마음이 끌렸어요."

문채원은 SBS '바람의 화원' '찬란한 유산'을 거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KBS 2TV '공주의 남자'에서 인기를 얻었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에 비해 거친 작품은 많지 않지만, 그가 맡은 캐릭터를 살펴보면 그가 나아가는 방향만은 뚜렷하게 정립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늘 작품을 고르는 데 있어서 다른 캐릭터를 하려고 노력해요. 선택을 함에 있어서 계산보다는 제가 원하는 것을 하려고 노력하죠. 사람들이 저를 봤을 때 '문채원은 이런 연기만 하는구나'가 아니라 '이런 연기도 하는구나'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라도 도전을 겁내지 않으려고 해요. 물론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부담감은 있어요. 하지만 눈치 보지 않으려고 하죠. 좋은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분명 있고,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생각해서 작품을 선택하지 않는 일은 없을 거예요."

뚜렷한 연기관을 가진 그는 독특하게도 여자 배우보다 남자배우에게 질투를 느낀다고 말했다. 여배우가 남자배우보다 주어진 환경과 연기의 장(場)이 적은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저는 오히려 여배우에게는 동질감을 느껴요. (한)효주나 (문)근영이를 만나고 돌아오면 들볶고 힘들었던 마음이 정화가 되고 차분해져요. 서로에게 힘이 되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남자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큰 자극이 돼요. 여자이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역할이 많잖아요. 얼마 전엔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보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있는 걸 느꼈어요. '저들은 저렇게 연기를 하고 있는데. 그럼 나는? 나는 뭘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질투가 났죠. 저도 그렇게 폭발력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여린 외모를 갖고 있지만 의외로 강단있고,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던 문채원은 인터뷰 말미에 자신이 배우를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제가 어떤 캐릭터를 맡고 난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갈 땐 정말 뿌듯함을 느껴요. 제가 이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제가 하나 더 소망하는 게 있다면 제가 이 일로 인해 자양분을 얻는 것 처럼, 누군가에게 제가 출연한 어떤 작품의 사랑이야기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제가 그럴 수 있도록 좋은 작품으로, 또 좋은 연기를 보여주려고 더욱 노력해야겠죠."

[배우 문채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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