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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주연급 배우 엄태웅이 진짜 톱스타로 돌아왔다. 엄태웅은 배우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 '톱스타'에서 매니저로 시작해 배우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태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톱스타'는 성공과 배신, 꿈과 욕망이 뒤섞인 곳, 화려하지만 비정한 연예계를 배경으로 최고를 꿈꾸는 남자, 최고를 만드는 여자, 이미 최고인 스타 세 사람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다.
여기서 엄태웅은 최고를 꿈꾸는 남자 태식으로 등장한다. 이미 최고인 남자 원준의 매니저 출신인 태식은, 순박한 성격을 지녔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동경하는 원준을 질투한다. 성실하고 원준에 대한 깊은 의리를 지니고 있지만, 톱스타로 클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 집요함을 지니고 있는, 복합적인 캐릭터다.
이런 태식을 연기한 엄태웅은 "어려운 캐릭터지만, 연기를 하면 재밌고, 할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톱스타' 속에서 엄태웅은 순박한 모습부터 집요한 승부욕, 또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보여주는 독한 면모까지 인간의 극과 극을 보여준다.
수더분한 미소를 지여보이다가도 한순간 돌변해 광기어린 눈빛을 보여주는, 생각보다 에너지가 강한 태식을 엄태웅은 "강한 에너지 때문에 완급조절이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태식은 감정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변화가 뚜렷한 인물이다. 인간이 상황에 따라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영화 속 원준의 "유명세가 사람을 괴물로도 만들더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그렇다. 태식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톱스타가 됐을 때, 이미 과거 태식이 아닌, 속에 숨겨뒀던 괴물로 변해 있었다.
이런 뚜렷한 감정 변화에 태식을 연기하는 엄태웅 역시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힘든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에너지가 강해서, 그런 완급 조절이 힘들었다"면서도 "최근 지인들이 요즘 영화들 중 주인공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가 흔치 않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정말 좋은 캐릭터를 연기한 것 같다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톱스타' 속 캐릭터는 허구적 인물이기도 하지만 연예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스타들의 극한 모습을 종합해 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판타지이기도, 현실이기도 하다. 자신의 감정조절을 하지 못해 스태프들에게 독설을 날리기도 하고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한다. 특히 톱의 자리에 오른 뒤 영화를 제작하는 장면에서는 태식의 괴물성이 극에 달한다. 엄태웅은 "정말 쉬운 촬영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오래 찍을 수 없는 신이었다. 몇 번안에 나와야 했다. 소리를 지르다 보면 목소리가 잠길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감정인지 이야기를 한 뒤 리허설 한번, 두어 번의 촬영 끝에 마무리 했다."
이런 극한의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자, "흔한 일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니까 그렇기도(과장된 것도 있겠지만) 하겠지만, 실제로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물론 흔한 사람은 아니다. 그런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긴 힘든 부분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태식의 초반, 원준의 매니저로 활동할 때는 신인시절의 엄태웅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들이 톱의 자리에 오르고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한가지로 말하기 힘들다. 물론 유명세와 인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지만, 원하는 작품을 하고 싶은 욕망도 존재 할 터. 많은 배우들은 "배우는 선택하는 입장이 아닌, 선택을 당하는 입장이다"고 말한다. 이런 선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하는 입장이 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것이 바로 '톱'이 되는 것이다.
초반 연기에 대한 갈망으로 혼자 원준이 받은 트로피를 들고 수상 소감을 연기하는 엄태웅이나, 원준이 레드카펫을 밟는 모습을 바라보는 엄태웅에게서는 애잔함마저 느껴진다. 이에 대해 엄태웅은 "울컥 까지는 아니지만 레드카펫을 걸어가는 원준을 바라볼 때는 어떤 감정인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세 가지의 감정,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엄태웅이었지만, 변화되는 모습을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고 했다. 순차적인 촬영은 아니었지만, 박중훈 감독의 시나리오와 감정에 대한 코치가 있었기에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고.
"초반 태식은 굉장히 순박하고 착해 보이는 그런 친구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변해간다. 변화되는 것이 단계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굳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지는 않았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시나리오에 잘 나와 있었고, 감독님이 그런 감정 선을 잘 알고 계셨다."
'톱스타'의 관심사는 배우들에게도 있겠지만, 박중훈이 감독으로 변신한 첫 작품이라는 것도 있다. 배우 출신의 감독이 이끄는 현장에 많은 사람들은 호기심을 드러낸다. 또 대선배인 만큼 친분으로 출연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엄태웅은 '톱스타'로 박중훈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 친분도 없는 사이었다.
"박중훈 감독님이라서 '톱스타'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부담스러운 마음이 더 컸다. 감독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한 후에 이번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과정의 열정이 느껴졌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박중훈 감독과 엄태웅의 첫 만남은 친근하면서도 어렵고, 어려우면서도 친근한 느낌이었다. 친근감은 그동안 수많은 영화에서, 스크린을 통해 만났던 배우이기 때문일 테고, 어려움은 대선배에서 드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친근하면서도 어렵고, 어려우면서도 친근한 그런 감정 있지 않느냐.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호감 형이셨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지만 촬영이 끝난 후에는 5년, 혹은 그 이상 알고 지낸 것처럼 친근한 사이가 됐다. 그게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박중훈 감독과의 호흡뿐만 아니라 배우 김민준과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였다. 실제로는 엄태웅보다 어린 동생이었지만, 영화에서는 "형님"으로 부르는 사람이다. 이에 대해 엄태웅은 "잘 모르는 사이었을 때는 나와 잘 맞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막상 만나보니 정말 재밌는 친구고, 정도 많고 좋은 사람이었다. 실제로 내가 형이지만, 나보다 형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 호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이번 영화를 어떻게 봤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엄태웅에게 돌아온 답변은 엄태웅의 평소 개그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어떻게? 극장에서 봐줬으면 좋겠다"라며 "이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끝까지 재밌는 영화로 남을 수 있게 봐 줬음 좋겠다. 물론 극장에서"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한편 배우 박중훈이 연출을 맡아 연예계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린 '톱스타'는 성공과 배신, 꿈과 욕망이 뒤섞인 곳, 화려하지만 비정한 연예계를 배경으로 최고를 꿈꾸는 남자, 최고를 만드는 여자, 이미 최고인 스타 세 사람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다.
엄태웅이 성실하고 우직한 매니저 태식, 김민준이 태식의 우상이자 대한민국 톱스타 원준, 소이현이 원준의 애인이자 드라마 제작자인 미나 역을 맡았다. 오는 24일 개봉.
[배우 엄태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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