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01년과 2005년의 기억이 뚜렷하다.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두 팀의 한국시리즈는 1982년, 2001년, 2005년에 이어 통산 4번째다. 아무래도 두 팀엔 2001년과 2005년의 기억이 생생하다. 삼성은 2001년 정규시즌 우승을 해놓고도 한국시리즈 패권을 빼앗겼다. 두산은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며 ‘미라클 두산’이란 별명을 얻었다.
삼성은 4년 뒤 2005년엔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며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단 1경기도 내주지 않은 채 4연승을 일궈냈다. 두산은 최하위 후보란 평가 속에서도 정규시즌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한국시리즈서 단 1경기도 승리하지 못한 채 패퇴한 아쉬움이 크다. 2001년 한국시리즈와 2005년 한국시리즈에 대한 삼성과 두산의 기억은 극과 극이다.
▲ 2001년 두산과 2013년 두산
두산은 2001년의 기적을 꿈꾼다. 2001년 이후 정규시즌 2~4위 팀이 한국시리즈서 정규시즌 우승팀을 누른 적이 없다. 두산은 이미 준플레이오프 5차전 승리팀 최초로 플레이오프까지 통과했다. 두산이 이번 한국시리즈서 우승할 경우 역대 정규시즌 4위팀 최초 우승이다. 그야말로 미라클의 새역사다.
두산의 2013년은 2001년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마운드가 불안한 건 비슷하다. 두산은 2001년 10승 투수가 단 1명도 없었다. 당시 선발로 나온 투수만 14명이었다. 대신 진필중이 버틴 뒷문은 확실했다. 반면 올해는 더스틴 니퍼트, 유희관, 노경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확실하다. 반면 뒷문은 상대적으로 불안하다. 12년 전 김인식 감독은 절묘한 마운드 운영으로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었다. 2013년 김진욱 감독 역시 마운드 운영이 중요하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성공했던 보직 파괴가 이번엔 통할 것인지 궁금하다.
타선에선 2001년엔 타이론 우즈와 김동주, 심재학의 활약이 대단했다. 우즈는 당시 34홈런 113타점, 김동주는 타율 0.324 18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심재학 역시 타율 0.344 24홈런 88타점을 기록하며 뒤를 받쳤다. 반면 올 시즌 두산은 상대적으로 장타력보단 기동력과 중거리포가 돋보인다. 일발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단기전서는 찬스를 물고 늘어지는 끈끈한 타선이 더 무섭다. 더구나 현재 두산의 야수진 깊이는 12년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 9개구단 최강이다.
▲ 2005년 삼성과 2013년 삼성
삼성은 2005년의 꿈을 이어가고 싶다. 당시 삼성은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 100억을 투자해 FA 심정수와 박진만을 영입했다. 혜성처럼 떠오른 오승환과 권오준, 안지만, 박석진 등이 강력한 불펜진을 구성했다. 지키는 야구의 시초가 2005년이었다. 타선에서도 심정수와 양준혁이 기대치엔 미치지 못했으나 28홈런과 13홈런을 날렸다. 김한수, 박한이, 조동찬, 박종호 등도 제 몫을 했다. 삼성은 6월 잠시 주춤했으나 정규시즌 우승을 비교적 손쉽게 달성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역시 그리 어렵지 않았다. 2006년, 2011년, 2012년 통합우승에 비하면 훨씬 수월했다.
2013년 삼성은 2005년, 2006년, 2011년, 2012년에 비해 전력이 살짝 약하다. 정현욱과 권오준의 빈 자리는 확실히 컸다. 권혁도 부진했다. 오승환과 안지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선발진은 8년 전보다 더 좋다. 배영수, 윤성환, 장원삼, 차우찬이 10승 이상을 달성했고 벤덴헐크도 후반기엔 괜찮았다. 타선 역시 8년 전보다 지금이 더 짜임새가 있다.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이승엽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화력과 찬스에서의 결정력은 8년 전보다 훨씬 좋다.
삼성은 8년 전엔 ‘돈으로 우승했다’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이후 단 한번도 외부에서 FA를 사지 않았다. 자체 팜 시스템 강화에 주력했다. 현재 삼성 주축선수 중 자체 팜 시스템에서 길러지지 않은 선수는 단 1명도 없다. 9개구단 중 1,2군의 실력 차이가 가장 적고 부상자 관리가 가장 잘 되는 팀이 삼성이다. 21세기 최다 한국시리즈 우승팀(5회)의 실체다.
▲ 2001년 악몽, 2005년 악몽을 꾸고 싶지 않다면
두산의 2001년 우승은 곧 삼성엔 악몽이었다. 삼성은 당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했다. 이승엽, 마해영, 매니 마르티네스, 카를로스 바에르가, 김한수, 박한이 등이 막강 화력을 구축했다. 마운드에서도 임창용, 배영수, 발비노 갈베스가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김진웅, 김현욱, 노장진 등도 건재했다. 그럼에도 귀신이 홀린 듯 한국시리즈서 무너졌다. 믿었던 갈베스의 부진을 시작으로 마운드가 두산 화력과 분위기에 압도를 당했다. 4차전 3회 12점을 내준 건 지금도 역대 한국시리즈 한 이닝 최다득점 및 최다실점이다. 단기전서는 마운드가 무너지면 끝이다.
삼성의 2005년 우승은 곧 두산엔 진한 아쉬움이었다. 두산은 2005년 최하위 후보였다. 병역비리 사태로 이재영, 이경필, 구자운 등이 연이어 빠져나갔다. 그러나 당시 김경문 감독은 다니엘 리오스와 맷 랜들, 박명환을 중심으로 이재우, 정재훈 등을 발굴해 마운드를 안정시켰다. 타선에서는 김동주와 홍성흔, 안경현, 장원진 등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오히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선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뒷문 부실로 한국시리즈 4경기 24실점 중 16점을 7회 이후 기록했다. 두산은 8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불펜에서 삼성에 밀린다. 경기 중반까지 흐름을 압도하지 않으면 경기 후반엔 쉽지 않다.
[류중일-김진욱 감독(위), 삼성 선수들(가운데), 두산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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