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요즘 프로농구판은 난감하다.
10개 구단이 울상을 짓는다. 9월 30일 신인드래프트서 선발한 신인들을 마음껏 활용하지도 못하는데다 데뷔 시점이 저마다 달라 이득을 보는 구단도, 그렇지 못한 구단도 생겼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팀들의 욕심과 가이드라인 없이 흔들리는 KBL이 빚어낸 촌극이다. KBL과 대학농구연맹은 대학에서 졸업한 선수들이 공백기 없이 프로에 적응하기 위해 신인드래프트 시기를 2월에서 직전해 9월로 약 5개월 앞당겼다. 때문에 작년에는 신인드래프트를 두 차례나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신인드래프트를 9월에 개최한 당위성이 흔들린다.
전국체육대회가 18일부터 24일까지 인천에서 열린다. 전국체전에 참가한 대학 1부팀은 경희대, 건국대, 단국대, 동국대, 한양대, 조선대 등 6팀. 9월 30일 신인드래프트서 프로팀에 선발된 6팀 소속 대학선수들은 전국체전을 뛴 뒤 25일에 프로팀에 합류한다. 프로와 대학의 합의 사항. 하지만, 전국체전에 참가하지 않은 대학선수 중 신인드래프트서 프로에 지명된 선수들은 지난 12일 개막한 프로농구에 정상적으로 뛰어들었다. 데뷔 시기가 다른 것이다.
▲ 프로팀들의 벙어리 냉가슴
최근 KT 전창진 감독은 “전국체전까지 뛰게 할거면 아예 농구대잔치까지 뛰게 하지?”라는 넋두리를 했다고 한다. 신인들이 대학졸업 후 공백기 없이 프로에 적응하기 위해 9월 신인드래프트를 실시했지만, 전국체전에 참가한 대학에서 선수를 뽑은 프로팀들은 정작 뽑은 신인들을 활용하지도 못한다.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등 경희대 3인방은 물론이고, 이재도, 오창환, 한호빈, 이대혁 등도 여전히 프로에 데뷔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국체전에 참가하지 않은 고려대 박재현, 연세대 전준범, 중앙대 전성현, 상명대 김주성 등은 나란히 프로에 데뷔했다. 프로 신인을 전국체전에 보낸 탓에 써먹지도 못한 프로팀 입장에선 속이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다. KT는 현재 부상자 속출로 간판스타 조성민이 포인트가드를 본다. 이재도, 오창환의 합류가 절실하다.
한 프로팀 관계자는 “이건 말도 안 된다.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 전국체전에 참가하지 않은 대학 선수들을 뽑은 팀만 이득을 본다. 이럴거면 9월 드래프트를 뭐하러 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와 대학이 프로 신인들의 전국체전 활용을 놓고 합의를 했지만, 사실상 프로가 대학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KBL은 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프로농구 시즌이 버젓이 진행 중인데, 프로에 지명된 선수들을 대학 경기서 뛰지 못하게 할 명분이 없다.
때문에 어느 팀은 신인들을 쏠쏠하게 써먹으며 안정적인 레이스를 하고 있는 반면, 또 어느 팀은 신인들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전국체전에 선수를 보낸 팀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 10개 구단 모두 동등하게 시즌 개막부터 신인을 활용하지 못한다. 순위싸움에도 영향을 미친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 대학들의 욕심과 KBL의 허술한 행정
대학도 할 말은 있다. 한 대학농구 관계자는 “엄밀하게 말하면, 대학이 전국체전에 대학선수를 뛰게 하는 건 당연하다. 졸업은 내년 2월에 한다. 그때까진 대학 선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리가 있다. 또한, 전국체전은 대학팀들 입장에선 허투루 치를 수 없다. 아마추어 스포츠에 지원금이 가장 많이 걸린 대회가 전국체전이다. 이런 대회에 전력의 핵심인 4학년 졸업반 선수들을 무작정 프로에 보내주기도 어렵다.
그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프로팀이 전국체전에 대학선수들을 차출해야 한다면 9월 드래프트의 당위성이 떨어진다. 물론 가을 드래프트가 최초로 실시된 지난해에도 일부 대학 졸업반 선수들이 전국체전에 뛰고 프로농구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기량이 좋은 신인이 많기 때문에 대학들이 전국체전서 성적이 나오지 않을 걸 우려해 KBL에 이런 요구를 했다는 게 프로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BL과 대학농구연맹이 신인들의 전국체전 참가에 사실상 합의했으나, 사실 명문화 된 규정은 없다. 추후 이익관계에 따라 방침이 뒤바뀔 수도 있다.
또 하나. 대학 팀들은 12월 농구대잔치에 고등학교 3학년들을 뛰게 한다. 학사일정상 논란이 있지만, 대학농구연맹과 중고농구연맹은 거의 매년 그렇게 합의했다. 결국 대학들의 성적 욕심에 프로 유망주들만 혹사를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희대 3인방(김종규, 김민구, 두경민)만 하더라도 신인드래프트 이후 동아시안게임과 전국체전을 연이어 소화 중이다. 그들은 이미 각종 대학, 국제대회를 소화해 체력이 방전됐고 부상도 있다.
경희대 3인방이 프로에 뒤늦게 합류해도 프로팀은 곧바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프로에 적응시키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반면 시즌개막과 함께 신인들을 합류시킨 팀들은 체계적인 육성 및 시즌 운영을 할 수 있다. 이런 사태는 결국 프로가 대학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KBL은 일부 프로팀들의 답답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KBL이 신인들의 정확한 데뷔 시기를 명문화하지 못한 탓도 있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신인드래프트 개최 시기를 2월에서 9월로 바꿨으면 KBL이 이런 사태를 방지하는 후속대책을 미리 마련했어야 했다”라고 꼬집었다. 한국농구가 모처럼 농구 붐을 기대하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럴거면 프로와 대학이 왜 드래프트 시기 변경에 합의했는지 모르겠다.
[9월 30일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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