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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드라마의 성패는 미래 예상할 수 없다지만, 방영 전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는 분명 우려보다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조선 최초 여자 사기장의 이야기를 다룬 '불의 여신 정이'가 22일 밤 32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날 마지막 방송에서는 임진왜란 속에 분원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정이(문근영)와 전란으로 피폐해진 민심을 수습하고 왕권을 키워가는 임금 광해(이상윤)의 모습이 그려졌다.
첫 출발 당시 '불의 여신 정이'가 방송되는 MBC의 월화드라마는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 '골든타임', '마의', '구가의 서'의 선전으로 약 2년 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켜온 시간대였다. 특히 직전 작품인 '마의'와 '구가의 서'가 같은 사극 장르로 MBC의 사극불패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불의 여신 정이'에게는 든든한 후광이었다.
물론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통해 21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최연소 연기대상을 수상한 배우 문근영의 사극 출연도 '불의 여신 정이'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요인이었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것인지 '불의 여신 정이'는 초반 방영분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종영 시점에서 '불의 여신 정이'가 받아 든 성적표와 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불의 여신 정이'에서 가장 큰 아쉬움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든 캐릭터였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현대와는 확연히 다른 조선 시대에 최초의 여성 사기장이라는 위치까지 도달한 인물의 생애를 그려나가는 것이 당초 기획의도였지만, 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인공 정이는 마주하는 위기를 스스로 헤쳐가기보다 주변의 도움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장금', '동이', '마의' 등 성공한 사극을 통해 쌓아온 MBC 사극의 성공공식은 성별, 혹은 신분의 벽에 가로막힌 주인공이 묵묵히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이의 곁에는 항상 기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문사승(변희봉)이 있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목숨을 걸고 그녀를 지킨 김태도(김범), 키다리 아저씨처럼 그녀를 응원하는 광해(이상윤)가 함께했다. 너무 강한 우군이 함께 한 탓인지 극에서는 정이의 기량이 드러나기보다 그녀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광해와 김태도의 모습이 부각됐다. 또 극 후반 정이가 정공법을 쓰기보다 계략을 통해 악인 이강천(전광렬)을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전개도 선하고 우직한 사극 속 주인공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낯설게 다가갔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미흡함 외에도 '불의 여신 정이'는 도자기보다 부각된 로맨스로 인해 희미해진 정체성, 출생의 비밀이 4회를 남겨놓고 밝혀지는 것과 같은 속도 조절의 아쉬움, 방영 내내 시청자로부터 지적을 받은 자연스럽지 못한 장면 전환 등 곳곳에 미흡한 지점을 남겼다.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 문근영, 이상윤, 김범 등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은 돋보였지만, 그럼에도 극복되지 않은 몇몇 요소들이 '불의 여신 정이'의 종영을 더욱 아쉽게 했다.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의 배우 문근영(두 번째)과 이상윤.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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