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2007년 기적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역대 한국시리즈 1,2차전서 연승한 사례는 16번이었다. 그 중 2007년 SK를 제외하곤 예외 없이 한국시리즈서 준우승했다. 1,2차전을 모두 내준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확률은 단 6.3%. 두산이 확률로만 놓고 봐도 대단히 유리한 고지에 섰다. 반대로 삼성은 벼랑 끝에 몰렸다. 삼성 역시 1987년, 1990년, 2010년에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모두 패배했다. 결과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4연패.
그래도 삼성으로선 포기할 수 없다. 1~2차전 연패 팀의 유일한 우승사례인 2007년 SK. SK는 당시 두산에 1~2차전을 내준 뒤 3~6차전을 내리 잡아내면서 리버스 스윕을 완성했다. 삼성은 6년만에 SK의 기적 재현을 노린다. 반대로 한국시리즈 1~2차전 승리 이후 유일하게 패퇴했던 두산엔 잊기 싫은 악몽이다.
▲ 2007년 SK, 강한 전력과 전략의 조화
SK는 어떻게 2007년 한국시리즈 1~2차전서 패배하고도 한국시리즈서 우승했을까. SK는 2007년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없었다. 당시 부임한 김성근 감독의 지옥훈련과 데이터 야구, 특유의 불펜 벌떼야구로 정규시즌을 장악했다. 이른바 ‘지지 않는 야구’였다. 돌이켜보면 당시 SK 야구는 톱니바퀴처럼 완벽한 야구에 가까웠다.
그런 SK도 한국시리즈 1,2차전서 패배했다. 1차전서는 두산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에게 눌렸다. 2차전서는 믿었던 선발투수 채병용이 무너졌고, 두산 특유의 뒷심에 눌렸다. SK는 3차전서 타순을 확 바꿨다. 베테랑 박재홍과 김재현을 동시에 기용해 재미를 봤다. 특유의 벌떼야구도 주효하면서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두산 이대수의 실책과 벤치클리어링 이후 흐름이 SK로 넘어갔다.
SK는 4차전서 한국시리즈 분위기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두산이 리오스를 4일만에 선발로 냈으나 SK는 에이스 레이번이 아닌 신인 김광현을 냈기 때문. 구위가 싱싱한 김광현이 두산 타선을 압도한 사이 SK 타선은 살짝 구위가 떨어진 리오스를 공략해 승부를 갈랐다. 그렇게 3~4차전을 잡은 SK는 5~6차전마저 잡아내면서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SK 특유의 빈틈없는 전력과 강한 정신력,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지략이 어울린 결과였다.
▲ 2013년 삼성, 벤치의 승부수가 필요하다
2013년 삼성은 2007년 SK에 비해 전력이 강하지 않다. 6년 전 SK는 최강전력을 구축한 시기였으나 올해 삼성은 2011년, 2012년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를 달성했을 때보다 전력이 살짝 떨어졌다. 강한 불펜과 타선의 힘을 갖췄다는 건 비슷하다. 그러나 지금 삼성은 믿었던 타선이 너무 터지지 않는다. 조동찬, 김상수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외로 기동력이 약해지면서 중심타선 의존도가 높아졌다. 삼성은 1~2차전서 중심타선의 결정력이 떨어졌고 테이블세터, 하위타선과의 연결도 매끄럽지 못했다.
때문에 삼성이 흐름을 반전하려면 벤치의 강력한 승부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역시 풍부한 선수층을 보유했다. 3차전서는 타순 변경 및 벤치의 적극적인 개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투수교체 역시 공격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삼성으로선 3차전서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한국시리즈 대역전 우승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진다.
한편으로는 현 상황이 삼성의 진정한 경쟁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삼성은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 1~2차전서 모두 승리했다. 주도권을 잡은 채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일궈냈다. 그러나 이번엔 홈 1~2차전을 모두 내줘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사상 첫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가 그만큼 쉽지 않은 것 같다. 2013년 삼성이 2007년 SK의 기적에 도전한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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