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표 반전드라마엔 허와 실이 존재한다.
2013년 국내야구 포스트시즌. 두산의 반란이 현재진행형이다. 두산은 예상을 뒤엎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넥센과 LG를 차례로 꺾은 뒤 한국시리즈 1,2차전서 삼성마저 눌렀다. 넥센과 LG는 정규시즌 순위다툼을 어지럽게 한 팀들이었다. 삼성은 사상 첫 정규시즌 3연패를 달성한 국내야구 최강자다. 상대적으로 두산은 이들보다 나은 구석이 없어 보였다. 4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 통과를 예측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두산표 반전드라마’다. 두산의 ‘미라클 폴 클래식’에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서 관중이 연일 야구장을 꽉꽉 채우고 있다. 요즘 포스트시즌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인기가 폭발적이다. 두산이 드라마틱한 요소를 너무나도 많이 제공해준다. 넥센, LG, 삼성도 이런 두산의 반전드라마가 꽤 부담스럽다.
▲ 두산의 좌충우돌 반전드라마
전문가들은 지금 두산을 한 마디로 ‘예측 불가능한 팀’이라고 말한다. 중간계투진이 약점으로 지적됐으나 홍상삼과 변진수, 오현택, 정재훈 등이 그럭저럭 잘 막아내고 있다. 특히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어이없는 와일드피치로 무너졌던 홍상삼은 반전드라마의 중심에 섰다. 어쨌든 두산 불펜은 근본적으로 더스틴 니퍼트, 노경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만큼 안정적인 건 아니다. 매번 위기도 맞고 실점도 한다. 하지만,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경기 자체를 망칠 정도로 폭삭 무너진 적은 없었다.
야수진은 확실히 두껍다. 하지만, 두산 타선이 이번 포스트시즌서 상, 하위 타순의 조합이 매끄럽다는 느낌은 없다. 수비에서도 호수비도 있고 좋지 않은 수비도 나왔다. 특유의 공격적 주루 역시 실패도 하고 성공도 했다. 두산의 포스트시즌 경기력은 불안하다. 확실히 승부처에서의 안정감이 떨어진다. 그 와중에도 위기를 극복하고 차곡차곡 1승씩을 보태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두산은 어느덧 2승만 보태면 정규시즌 4위팀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최고의 반전드라마를 완성한다.
▲ 명품드라마와는 거리가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의 품질이 썩 좋은 건 아니다. 준플레이오프 초반의 연이은 실책 퍼레이드와 타자들의 결정력 부족 현상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 들어오면서 살짝 완화되긴 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도 결국 승부는 수비 실수 및 실책으로 갈렸다. 한국시리즈 1~2차전도 합계 3개의 실책이 나왔다. 승부를 직접 가른 실책은 없었지만, 삼성은 2차전 13회에 결승점을 내준 뒤 수비 집중력이 무너지고 말았다. 또한, 1~2차전서 삼성의 공격 응집력은 낙제점이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은 무려 5시간 32분이란 대혈투였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경기였다. 12회까진 팽팽했다. 하지만, 경기 품질 자체가 높진 않았다. 삼성과 두산 모두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고 기회를 상대에 넘겨주면서 급기야 삼성 마무리 오승환의 4이닝 투구가 나왔다. 두산이 나름대로 흥미로운 포스트시즌을 주도하고 있지만, 경기내용을 파고 들면 공격 응집력 부족 현상이 도드라진다. 분명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은 있는데 명품 포스트시즌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하다. 적절히 치고 받으면서 승자가 나와야 극적인데, 승부처를 확실히 장악하는 팀은 없었다.
▲ 반전드라마, 흥미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포스트시즌이 상당히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대로 승부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이란 예상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산 팬들에겐 이번 포스트시즌이 너무나도 흥미롭다. LG, 넥센, 삼성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경기 막판만 되면 승부가 뒤집히는 등 극적인 장면이 자주 연출되기 때문이다. 경기 후 사람들의 머리에 남을만한 장면이 많기 때문에 야구 자체를 즐기는 팬들에겐 흥미로운 포스트시즌이다.
그러나 야구를 좀 더 깊게 보길 원하는 팬들의 시선을 따라가보면, 이번 포스트시즌은 아무래도 좀 아쉽다. 두산의 반전드라마엔 박수를 보내면서도 정규시즌 돌풍에 미치지 못한 넥센, LG의 다소 떨어진 경기력, 정규시즌 우승팀다운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삼성의 꽉 막힌 타선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극적 요소가 많은 막장드라마는 시청률이 보장되는 케이스가 많다. 욕을 하면서 본다는 말도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이 막장드라마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다. 확률을 깬 두산 야구의 저력은 분명 인정을 받아야 한다. 넥센과 LG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은 명품드라마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폭발적인 흥행은 반갑지만, 흥행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건 결국 드라마 콘텐츠의 질이다.
[위에서부터 두산, 삼성, LG, 넥센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