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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예

'결혼의 여신' 고나은, "이젠 망가지는 역할 하고싶다"(인터뷰)

시간2013-10-31 13:13:13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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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단정하고 차분하다. 배우 고나은은 그런 이미지를 가졌다. 기자와 인터뷰차 만난 자리에서 가지런히 손을 모은 채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고나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한 신붓감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결혼의 여신'의 감독과 작가 역시 고나은의 그런 면을 보고 캐스팅했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약혼남 김현우(이상우)를 짝사랑하며 줄기차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한세경의 지고지순하면서도 당찬 면모가 고나은이라는 배우에게서도 그대로 보였기 때문이다.

"드라마 보며 결혼, '시월드'에 대해 생각했다"

"세경이는 전형적인 짝사랑녀의 모습이 아니라 좋았어요. 여자가 먼저 스킨십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말도 많고 쾌활하고. 그런 면에서 굉장히 재밌는 캐릭터였어요. 순수한 면도 있고. 현우는 세경이를 집안이나 배경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본연의 모습으로 봐준 사람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세경이가 현우에게 반했던 거고."

이번 작품에서 고나은은 쉽지 않은 사랑을 연기했다. 그가 맡은 세경이란 인물은 사랑하는 남자가 이미 결혼한 다른 여자를 마음 속 깊이 품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으면서도 돌아오길 기다리는 인물이었다. 주기만 하고 받을 수 없는 관계가 계속되자 연기하는 고나은 역시 세경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만약 현실에서 그랬으면 저는 세경이처럼 현우를 기다려줄 수 없었을 것 같아요. 다른 여자에 대한 마음이 깊이 있는 게 아니라 흔적 같은거면 기다려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현우는 아직도 못 잊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사람이 제 남자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고나은은 '결혼의 여신'을 하면서 연애는 물론이고 결혼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남들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인 서른 줄에 접어들었기에 드라마 속 결혼한 네 커플들의 이야기는 고나은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

"드라마를 보면서 결혼은 사람과 사람의 조합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이 만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우리 드라마에서 '시월드'라고 하는 시댁과의 갈등이 나오는 걸 보면서 앞으로 제가 만나게 될 분들은 좋은 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웃음)"

"파파야 활동,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고나은은 사실 배우로 데뷔하기 전에 이미 가수로 데뷔한 경력이 있다. 그는 지난 2000년 걸그룹 파파야의 멤버 강세정으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파파야는 당시 히트곡도 있었고 인기도 꽤 얻은 걸그룹이었지만 소속사와 금전적인 문제를 겪으며 해체하게 됐다.

"당시에는 어려서 경제개념이 없었어요. 제가 미성년자라 부모님께 용돈을 타 쓰는 입장이라 돈을 벌어서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도 없었죠. 그 때는 그냥 재밌어서 했던 것 같아요. 무대에서 춤을 추면 관객들이 반응해주고 그런 게 좋았는데 지나고 보니까 좀 허무한 것도 있네요."

하지만 과거의 힘들었던 경험은 오히려 발판이 됐다. 고나은은 파파야 활동을 통해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다는 것의 기쁨을 느꼈고 그 때문에 해체 후에도 배우로 다시 연예계에 복귀할 힘을 얻었다.

"노래하고 춤출 때 사람들이 반응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았어요. 마치 마약처럼. 그래서 한 번 이 쪽 생활을 하면 쉽게 다른 일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기분을 한 번 맛보면 계속 하고 싶어지는 마력같은 게 있어서."

"로맨틱 코미디에서 망가지는 역할 해보고 싶다"

그렇게 고나은은 가수가 아닌 배우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파파야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벗기 위해 본명 강세정이 아닌 예명 고나은으로 이름도 바꿨다. '가수 하다가 안 돼서 연기하냐'는 말을 들을까봐 프로필에도 가수 이력을 빼고 활동했을 정도로 배우로 변신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게 숙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다른 느낌의 캐릭터들을 많이 하려고 해요. 그동안 차분한 이미지를 많이 했으니까 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면 시트콤이나 로맨틱 코미디에서 멀쩡하게 생겨서 망가지는? 그런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6년동안 고나은은 천천히 달려오고 있다. 데뷔작인 드라마 '아현동 마님'같은 가족극부터 느와르 장르의 드라마 '무정도시'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오가며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파파야 때보다는 반응이 더디게 오는 것 같지 않냐고 물었더니 "많은 인기를 누리진 않아도 차근차근히 하고 싶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 어렸을 때는 조급함이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하는 건 짧게 1, 2년 하고 말게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연기를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워낙 배우들도 많고 작품도 많으니까 안 하면 잊혀지기 쉽잖아요. 이렇게 지금처럼 꾸준히 뭔가 열심히 하다보면 저한테 좋은 일도 오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배우 고나은.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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