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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용준이는 없어선 안 될 선수다.”
부산 KT는 올 시즌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3일 현재 예상을 깨고 7승3패로 단독 2위다. 조성민, 앤서니 리차드슨 원투펀치가 경기당 15~20점씩을 뽑아내는 게 크다. 여기에 이름값은 높지 않지만 공수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하는 선수가 많다. KT는 김현중, 김현수 등이 부상 중이고 김도수의 몸도 완전하지 않지만 베테랑 오용준과 송영진, 젊은피 김우람, 이민재 등이 전창진 감독이 부여한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전창진 감독은 2일 삼성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 “지금 용준이는 없어선 안 될 선수다. 결정적인 득점을 혼자 다 한다”라고 극찬했다. 물론 안타까운 선수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장재석과 민성주. 전 감독은 “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여유가 없다. 수비도 여전히 잘 안 된다”라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 KT 상승세 숨은 공신 오용준, 34세에 맞이한 전성기
KT를 상대하는 팀은 기본적으로 조성민과 리차드슨 수비에 열을 올린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들에 대한 압박은 느슨하다. 전 감독은 “아예 한 사람을 버리고 헬프 수비를 들어간다”라고 했다. KT는 이럴 때 풀어주는 숨은 해결사가 있어야 한다. 조성민과 리차드슨이 매 경기 잘해줄 순 없다. 외곽슛을 즐기는 타입이라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 감독은 “용준이가 결정적일 때 잘 해준다. 수비도 좋아졌고 슛 자신감이 확실히 붙었다”라고 했다. 오용준은 고려대 시절 득점기계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프로에 데뷔한 뒤로는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했고 공격에도 기복이 있었기 때문. 그러나 전 감독은 “움직임이 좋아졌다.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뒤 슛을 던진다. 공만 따라가지 않는다”라고 극찬했다.
농구에선 볼을 가지지 않은 사람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5대5게임이기 때문. KT엔 조성민과 리차드슨이 수비를 달고 다니기 때문에 오용준이 얼마나 영리하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득점을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 오용준은 올 시즌 7.6점을 기록 중이다. 2일 삼성전서도 8점에 그쳤으나 경기 막판 삼성의 추격을 잠재우는 결정적 3점포를 터뜨렸다. 오용준은 “수비 연습을 많이 했다. 데뷔하고 이렇게 많이 뛰지 않았는데 즐겁게 농구를 하고 있다”라고 웃었다. 그는 올 시즌 약 25분간 뛴다. 데뷔 이후 최다 출장시간. 농구에 눈을 뜨면서 뒤늦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KT판 성장드라마의 대표 성공작이다.
▲ 재석이가 정말 열심히 하는데…팀 성적 내자고 뺄 수 없다
전 감독의 가장 아픈 손가락. 장재석이다. 지난해 특급신인이라 불리며 KT에 화려하게 입단했지만, 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파워는 좋은데 대학 시절만큼의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전 감독은 “자기 잠재력의 20% 정도밖에 안 나온다”라고 아쉬워했다. 전 감독은 장재석을 여전히 KT의 간판센터로 키울 생각에 변함이 없다. 전 감독은 “게으르거나 연습 시간에 늦거나 이런 애가 아니다.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 애를 성적 내자고 뺄 수 없다. 재석이에게 ‘그래, 한번 끝까지 해보자’라며 격려했다”라고 털어놨다.
물론 전 감독이 장재석을 무작정 예뻐하는 건 아니다. 2일 삼성전서 이동준 수비가 전혀 되지 않자 벤치로 불러들여 호되게 꾸중했다. 전 감독은 “수비가 전혀 안 된다. 이동준을 다 풀어줬다”라고 했다. 이어 “공격에서도 아직 여유가 없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 열심히 하는데 기량이 늘지 않는 대표적인 타입이다.
전 감독은 장재석에게 “영진이 형을 배워라. 공격을 잘 해서 좋은 활약을 한 게 아니다. 농구를 잘 하라고 하면 꼭 득점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건 아니다”라고 전했단다. 송영진 역시 KT 상승세의 숨은 주역인데, 베테랑임에도 궂은 일을 도맡아서 한다. 상대 파워포워드, 외국인선수 수비 전문이다. 전 감독은 장재석이 송영진, 오용준처럼 농구에 눈을 뜨길 바란다. 혼도 내고 달래면서 키울 요량이다. 장재석 얘기를 하는 전 감독의 얼굴에 마치 아버지 같은 안타까움이 녹아있었다.
전 감독은 “1라운드서 6승을 했는데 우리 전력으로 앞으로 라운드 6승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골밑이 약한데다 외곽슛에 의존하는 팀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 전 감독은 KT의 아킬레스건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KT는 국내선수들의 조직적인 역할 분담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전 감독은 오용준의 활약이 반갑고, 장재석의 더딘 성장이 안타깝기만 하다.
[오용준(위), 장재석(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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