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LG 농구가 변했다.
슈퍼루키 김종규가 LG에 가세했다. 3일 SK와의 홈 경기서 34분간 출전해 20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단순히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다. 기록 그 이상의 효과를 LG에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점이다. LG가 SK, 모비스 등을 위협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게 드러났다. 그동안 높이에서 약점을 보였던 LG 농구가 아니다. 김종규의 가세로 내, 외곽, 공수 조직력 모두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김종규를 바라보는 농구계의 분위기는 신중했다. 김종규의 몸 상태에 대한 의문, 김종규가 LG 농구에 흡수할 수 있는 시간 등이 변수였다. 하지만, LG구단이 김종규에 대한 정밀검사를 해본 결과 김종규의 몸은 대학리그 플레이오프서 다친 발목 외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3일 SK전서 보여준 김종규의 모습 역시 상상 이상이었다. 김진 감독은 “예상 외로 너무 잘 해줬다”라고 극찬했다.
▲ 김종규 효과의 실체
그동안 LG 농구는 골밑이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김종규의 가세로 달라졌다. 높이가 좋은 SK를 상대로 리바운드에서 34-23으로 앞섰다. 일단 김종규가 골밑에서 데이본 제퍼슨, 크리스 메시 등과 함께 버텨주면서 안정감이 생겼다. SK 문경은 감독도 “LG 경기력에 안정감이 생겼다”라고 했다. 김 감독도 “종규의 위치는 제퍼슨이 들어올 때, 메시가 들어올 때 달라진다. 생각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김종규의 센스가 드러난다. 단순히 압도적인 탄력, 2m가 넘는 키에 비해 빠른 스피드를 갖추고 있어서 대단한 게 아니다. SK 심스와 헤인즈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제어했다. 블록슛 타이밍, 위치선정 등에서 탁월한 적응력을 선보였다. 공의 낙하지점을 잡는 센스도 대단했다. 4쿼터 막한 공격리바운드 이후 3점플레이를 성공한 장면은 백미였다.
박래훈은 “종규가 들어오면서 3점슛을 쏠 때 편안해졌다. 골밑에서 누군가 확실하게 공을 잡아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라고 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순간적인 상황대처와 전략, 전술 소화가 중요한 농구에서 심리적인 컨트롤이 원활하다는 건 큰 의미를 지닌다.
▲ 김종규와 LG가 보완해야 할 점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여전히 김종규는 조직적인 움직임에 미세하게 반응이 늦다. 경희대에선 로 포스트에 들어가서 공을 잡고 득점하는, 소위 말하는 받아먹는 득점이 그의 주요 공격루트였다. 하지만, 프로에선 그게 힘들다. 자신 이상의 신장과 탄력을 지닌 외국인 빅맨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종규가 좀 더 공격에서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LG에는 확실한 포인트가드 김시래와 좋은 외국인선수들이 존재한다. 박래훈, 기승호, 김영환 등 수준급 2~3번 자원도 즐비하다. 이들과 내, 외곽을 원활하게 오가며 득점 찬스를 만들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참고로 김종규는 경희대 시절엔 스크린을 활용하는 농구를 거의 하지 않았다. 블록슛 할 때의 자세도 높다는 지적. 김 감독은 “자세가 높아서 상대 페이크에 쉽게 속는 단점은 있다”라고 했다.
또한, SK 3-2지역방어에 대처하는 모습, LG가 지역방어를 설 때의 미세한 움직임 등도 과제다. 이는 단순히 김종규뿐 아니라 LG 다른 선수들도 함께 보완해야 할 점이다. 김 감독은 “김종규가 존 디펜스, 혹은 드롭 존이 잘 맞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미들슛도 괜찮다”라고 했다. 이어 김 감독은 “종규를 위한 공수 패턴을 생각한 게 있다. 지금은 리바운드, 궂은 일에만 신경을 쓰라고 한다. 하지만, 종규의 잠재력을 거기에 한정해선 안 된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LG 농구 자체를 김종규를 중심으로 새롭게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건 김종규도, LG도 함께 보완해야 할 점이다. 그러나 김종규를 집중지도하고 있는 강양택 코치는 “종규가 머리가 좋다. 잘 흡수한다”라고 했다. 프로 적응, LG 농구에 대한 적응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 감독은 “2라운드는 프로에 적응하는 시기”라고 했는데, 단순히 김종규의 체력 부하를 덜어주기 위한 코멘트가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프로, 그리고 LG 농구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직 김종규 효과가 완전히 경기력으로 표출된 게 아니다. 분명 김종규도, LG도 서로 맞춰가야 할 부분들이 있다. 그럼에도 SK전서 보여준 김종규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김진 감독의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기용, 김종규 본인의 센스, LG 선수들과 김종규의 호흡 등이 시너지효과를 이룬다면 LG 농구는 더 강해질 수 있다.
[김종규. 사진 = 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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