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김갑수를 일컬어 속된 말로 '연기 본좌'라 부른다.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누구나 인정할 만할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실제 김갑수의 연기를 보며 어떤 관객들은 페이소스나 희열 혹은 광기를 느낀다. 그의 눈빛 한 번에 눈물짓고 또 분노하다 때로는 웃음짓고 한편으로는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이런 김갑수의 연기력이 잘 녹아든 작품이 영화 '공범'이다. 사랑하는 딸에게 살인자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 아버지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그의 표정, 눈빛, 행동, 숨소리 하나하나에 오롯이 녹아 있다.
그럼에도 김갑수는 '연기본좌'라는 호칭에 대해 "그건 사람들이 그냥 하는 소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는 거지"라고 스스로 해명한다.
김갑수는 "가끔 후배들 혹은 이제 연기를 시작해 고민하는 후배들이 '대본을 딱 보면 느낌이 오세요?'라고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럴 때 '아니다. 나도 너하고 똑같은 고민을 한다'고 한다. 그들이 '이 역할을 어떻게 딱 맞는 역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듯 나도 같은 고민을 한다. 연기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게 수백, 수천가지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끊임없이 '잘 해야겠다', '욕심을 내 좋은 연기를 해봐야겠다'가 아니라 그 작품에 딱 맞는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기에 천재는 없다. 난 없다고 본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이라는 건 자신의 생각 안에서 생각하게 돼있다. 갑자기 엉뚱한 생각을 하는 일은 없다. 살아온 방법대로, 그 안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자면 연기자는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것 이상을 느껴야 한다. 세상이나 인생에 대한 깊이가 깊고 넓어야만 연기에 배어나올 수 잇다는 것. 이런 김갑수의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 인물이 영화 '공범' 속 순만이다.
김갑수는 '공범' 속 순만을 창조해 내기 위해 연기를 더하지도 그렇다고 덜하지도 않았다. 딸에게 의심을 받을 만한 그러나 의심 받지 않을 만한 인물을 연기하며 스스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했다. 그 결과 김갑수의 몸을 빌려 딸 다은(손예진)과 이를 지켜보는 관객마저 실제 범인인지 아닌지 헛갈리게 만드는 인물 순만이 탄생했다.
김갑수는 "난(순만) 끝까지 내 생각을 들키지 않고 가는 것이 중요했다. 빈틈이 없어야 했다. '저 사람은 정말 좋은 아버지야. 그런데 딸이 왜 의심을 하지?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떨 때 보면 '아니야. 범인 같아'라는 느낌도 주며 끝까지 끌고 가는 게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범인일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는 인물을 동시에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워 보이겠지만 김갑수는 이런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연기하는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갑수는 순만 역을 연기하며 연기의 맛을 느꼈고, 7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손예진이 그가 느낀 연기의 맛을 배가 시켰다.
김갑수는 "예진이와 오랜만에 같이 연기하게 되니 연기가 더 잘 됐다. (손예진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그 때는 그 나이 대에 맞는 연기를 했고 지금은 이 나이 대에 맞는 연기를 하고 있다. 그 때도 잘 했고, 지금도 잘 하고 있다. 꾸준히 좋은 연기를 오랫동안 했으면 좋겠다. 사실 배우들은 오랫동안 사람들 옆에 있어야 한다. 선배 입장에서 예진이가 자꾸 그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랫동안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연기본좌 김갑수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공범'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유괴살인사건 공소시효 15일 전, 범인의 목소리를 듣고 아버지를 떠올린 딸의 의심을 그려낸 영화다.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 '내 사랑 내 곁에'의 조연출을 맡았던 국동석 감독이 '공범'을 통해 감독 데뷔했다.
[배우 김갑수.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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