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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최근의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은 그야말로 위태위태했다. 지난 4월 첫방송 됐을 때만 해도 강호동의 복귀작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명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그렇게 폐지 수순을 밟아간 '맨발의 친구들'은 결국 17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폐지를 확정했다.
하지만 첫 방송 전 강호동 복귀와 함께 8명의 멤버가 차례로 공개되자 의외의 조합이 시청자들로부터 신선함을 기대케 했다. 강호동, 윤종신, 김범수, 유세윤, 김현중, 윤시윤, 슈퍼주니어 은혁, 애프터스쿨 유이가 보여줄 리얼 로드 버라이어티는 그렇게 시작됐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자급자족으로 24시간 동안 생활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숨겨졌던 매력은 하나씩 베일을 벗었고 그야말로 맨몸으로 맞서는 패기는 남달랐다.
▲ 적신호, 이랬다가 저랬다가 휘청
아쉽게도 '맨발의 친구들' 멤버들의 패기와 시청자들의 평은 비례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번의 프로젝트만에 '맨발의 친구들'의 포맷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장혁재PD와의 의리로 이효리가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국내 MT 포맷이 되더니 이후에는 초반 기획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포맷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고정 멤버 유세윤마저 음주운전으로 인해 하차하게 되면서 기존 구성이 흔들렸다.
포맷을 바꾼 '맨발의 친구들' 첫 시작은 다이빙 도전이었다. 당시 방송 예정이던 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와 포맷이 겹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제작진은 짧은 프로젝트임을 강조, 멤버들 캐릭터를 강화하는 시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MBC '무한도전' 등과의 비교도 피할 수 없었지만 포맷 변경을 선포한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도전은 신선함을 동반하지는 않았다. 10M 다이빙대 위에 선 '맨발의 친구들' 멤버들과 다수 게스트들의 도전 정신은 아름다웠지만 당초 계획했던 기존 멤버 캐릭터 구축에는 다소 도움이 되지 않는듯 보였다.
이후 '맨발의 친구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노래 만들기에 도전했다. 자작곡을 만들며 오디션을 보는 등 각종 재미 요소가 다시 시청자들 관심을 모았다. 이는 곧 멤버들이 자작곡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도전이 점차 시청자들 마음의 문을 열었다.
자작곡 프로젝트가 끝나자 '맨발의 친구들'은 19회부터 집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스타들의 집을 찾아가 그들의 특색이 담긴 밥상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때부터였다. 스타들의 집을 공개하는 것은 아침 방송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집밥을 먹으며 선보이는 이른바 '먹방'은 그 어떤 프로그램 특색이나 의미도 찾기 힘들게 했다. 이 때부터 '맨발의 친구들'은 정체성을 잃기 시작하며 휘청이기 시작했고 혹평이 이어졌다.
결국 '맨발의 친구들'은 멤버들 하차설까지 나왔고 지난 4일 폐지를 알렸다. 오는 17일 방송으로 폐지를 결정한 '맨발의 친구들' 후속으로는 앞서 시즌1, 시즌2로 인기를 모은 'K팝스타3'가 편성됐다. 일관성 없는 포맷, 시청률 부진 등 불명예만 안은 채 쓸쓸한 퇴장을 하게된 셈이다.
▲ 청신호, 베테랑 예능인의 노련함과 예능 꿈나무의 발굴
'맨발의 친구들'은 다소 아쉬운 마음을 간직한 채 퇴장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인 부분은 있었다. 새로운 조합을 통한 의외의 예능 꿈나무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베테랑 예능인과 다소 예능 프로그램에선 낯선 이들의 조합은 의외의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강호동, 윤종신, 은혁은 베테랑 예능인으로서 그 어떤 멤버들과 함께 해도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증명했다. 복귀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책임감이 남달랐을 강호동은 특유의 진행법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맨발의 친구들' 멤버들을 진두지휘 했다. 자신을 낮추면서도 카리스마 있게 프로그램을 리드하는 모습은 그의 복귀를 반갑게 만들었다.
윤종신 역시 남다른 책임감을 보였다. 앞서 폐지된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이하 '화신') MC로 활약하던 윤종신은 지난 5월 바쁜 스케줄로 인해 결국 '화신' 하차를 결정했다. 당시 윤종신 하차와 관련해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이는 곧 '화신' 새 MC로 합류한 김구라를 통해 해명됐다.
김구라는 지난 5월 '화신' 기자간담회에서 윤종신 하차와 관련해 "윤종신 형이 되게 바쁘더라. 어쨌든 '맨발의 친구들' 상황이 좋지 않은데 시청자분들은 그게 더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이게 덜 빼앗기니 그걸 빠지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강호동과의 의리도 있고 프로그램이 안 될 때 빠지는건 도리가 아닐 것 같으니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윤종신의 프로그램 책임감을 설명해주는 대목이었다.
MBC '일밤-나는 가수다', MBC '무한도전' 등에서 의외의 말솜씨와 예능감을 뽐냈던 김범수 역시 '맨발의 친구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햇다. 김현중 또한 잘생긴 외모와는 정반대인 4차원 성격으로 엉뚱한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줬다.
은혁은 남다른 입담과 다수 방송을 통해 갈고 닦은 노련함으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었고 유이는 유일한 여자 멤버답게 홍일점 역할을 제대로 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유이가 보여주는 털털한 모습은 멤버들 사이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시선도 사로 잡았다.
윤시윤은 '맨발의 친구들'이 발견한 최고의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방송 초반 예능 프로그램, 그것도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고정 멤버로 윤시윤이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부분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예능 초짜답게 넘치는 의욕과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웃음은 윤시윤의 또 다른 매력을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맨발의 친구들'은 다소 아쉬운 퇴장을 하게 됐다. 시청자들이 어느 시점에 어떤 것들을 원하는지 타이밍을 찾지 못했고 새로운 포맷에 따른 긍정적인 반응을 제 때 잡지 못했다. 결국 시청자들과 타이밍 부분이 맞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맨발의 친구들'은 마냥 부정적인 면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잃기만 한 프로그램은 분명 아니었기에 '맨발의 친구들'의 7개월만 폐지는 그렇게 쓸쓸하기만 하지는 않다.
[7개월만에 폐지되는 '맨친'. 사진 = SBS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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