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승환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까.
삼성이 오승환의 해외진출을 사실상 허락했다. 오승환은 이제 본격적으로 독자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오승환에 대한 해외구단의 관심은 구체적이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등은 현지 언론을 통해서 오승환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표명했다. 과연 오승환은 어떤 절차에 따라 움직일까. 그리고 오승환의 진심은 무엇일까.
▲ 기존 FA 대상자들 행보와 다르다
KBO는 6일 FA 대상자를 공시한다. 당연히 오승환의 이름도 들어있다. 어깨통증과 팔꿈치 수술로 고생했던 2009년과 2010년엔 규정이닝의 3분의2를 채우지 못해 풀타임을 뛰지 못했다. 하지만, 2009년엔 1군 등록일수가 150일이 넘었기 때문에 풀타임 인정을 받았다. 오승환은 올해 정확히 풀타임 8년을 채웠다. 단국대를 졸업한 오승환은 대졸 8년차 FA 케이스다.
여기서 기존 FA들과 출발점이 다르다. 오승환은 완전한 FA가 아니다. 국내 구단과 계약하려면 FA 신청기간인 7~8일에 삼성을 통해 FA 신청서류를 KBO에 내면 된다. 만약 오승환이 이때 FA 신청서를 제출하면 무조건 국내 9개구단 중 1팀과 계약해야 한다. 해외진출의 길이 막히는 셈이다. 해외로 나가려면 원 소속구단의 공식적인 동의를 받아서 임의탈퇴 신분이 돼야 한다. 임의탈퇴는 선수의 국내 보유권이 유지되는 걸 의미한다. 오승환이 향후 국내에 돌아올 경우 무조건 삼성에 입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임의탈퇴로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간 임창용도 마찬가지 케이스다.
만약 원 소속구단의 동의 없이 해외로 나가려면 9년을 정상적으로 채워야 한다. 윤석민이 이 케이스에 해당된다. 때문에 풀타임 8년을 채운 오승환이 FA 자격을 얻는 건 어디까지나 국내용으로 한정된다. 오승환이 이번 스토브리그에 해외로 진출하려면 다른 FA 대상자들이 7~8일 KBO에 FA 신청서류를 낼 때 동참하면 절대로 안 된다.
▲ 미국은 포스팅시스템, 일본은 신분조회
오승환이 미국과 일본 중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서도 행보는 달라진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한미선수협정에 따라 포스팅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원 소속구단 동의가 필요 없는 윤석민은 이런 절차가 필요 없지만, 사실상 무늬만 FA인 오승환은 지난해 류현진과 똑 같은 절차를 밟는다. 포스팅시스템은 11월 1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일단 삼성이 공식적으로 오승환의 해외 이적을 허락한 뒤 KBO에 그 사실을 통보하면 KBO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그 사실을 통보한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다시 30개 구단에 공지를 하면 본격적으로 포스팅이 시작된다. 오승환에게 관심이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입찰액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알린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최고액을 써낸 구단을 KBO를 통해 삼성에 전한다. 이 기간이 주말을 제외한 4일이다.
만약 삼성이 이를 수용하면 그 금액을 이적료로 받게 되고, 그 시점부터 1달간 오승환과 최고 입찰액을 써낸 구단이 독자 계약협상을 진행한다. 만약 삼성이 입찰액을 거부하면 오승환이 이번 스토브리그엔 다시 포스팅 신청을 할 순 없다. 1달간 독자 계약협상을 했으나 계약이 불발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만약 계약이 성사될 경우 오승환은 삼성에선 임의탈퇴 처리가 된다.
일본은 포스팅시스템이 따로 필요 없다. 계약협상에 정해진 기간도 없다. 대신 NPB가 KBO를 통해 신분조회를 하면, 삼성이 오승환의 정확한 신분을 알려줘야 한다. 이 절차가 끝난 뒤 상황에 따라선 일본 복수의 구단이 삼성에 이적료 규모를, 오승환에겐 계약 규모를 제시하면서 머니 게임이 시작된다. 참고로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은 그 자체로 신분조회의 의미가 포함된다.
▲ 일본 후한 대우 가능, 미국 쉽지는 않은 도전
일본에선 역대 마무리 최고대우 가능성이 있다. 이대호가 2011년 이후 오릭스에 입단할 때 연봉이 2년 7억엔(약 76억원)으로 최고액이었는데, 오승환이 이를 넘을 수도 있다. 센트럴리그 우승에 혈안이 된 한신과 올해 일본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요미우리, 올해 라쿠텐에 밀린 소프트뱅크 등이 관심을 가질 경우 오승환의 몸값이 더 뛸 수 있다.
이미 임창용이란 성공사례도 있다. 일본 구단이 삼성에 이적료를 얼마나 지불하느냐에 따라서 오승환의 몸값이 깎일 수도 있지만,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오승환이 한미일 중 금전적으로 좋은 대우, 안정적인 생활을 꿈꾼다면 일본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프로의 세계에서 좋은 대우를 쫓는 건 매우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좀 다르다. 일단 국내는 물론이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거액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사례가 드물다. 지난해 류현진이 2573만 달러라는 입찰액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했으나 선발투수였다. 미국은 선발보다 구원의 대우가 박하다. 예전 진필중이나 임창용 사례처럼 터무니 없는 금액이 입찰금으로 나온다면 삼성이 거부할 수도 있다.
또한, 미국에선 선수와 계약을 맺을 때 포스팅시스템 입찰액과 몸값을 묶어 예산을 책정한다. 입찰액이 높으면 계약을 할 때 선수 몸값이 떨어지고, 몸값이 떨어지면 몸값이 높은 선수들에 비해 경쟁할 기회가 줄어든다. 마이너리그 옵션 제시 혹은 스플릿 계약 가능성도 있다. 현지에선 오승환을 마무리보단 셋업맨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강하다.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미국은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다. 오승환이 미국에 진출한다면 적응에 앞서 계약부터 불리할 수 있는 조건을 딛고 이겨내야 한다는 이중적인 부담이 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오승환이 세계 최고 야구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가 확고하다면 박수를 쳐주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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