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은 올해도 외부 FA를 잡지 않는다.
삼성은 11일부터 본격적으로 내부 FA 박한이, 장원삼 붙잡기에 돌입한다. 박한이와 장원삼을 16일까지 붙잡은 뒤 깔끔하게 FA 시장에서 손을 뗄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우리팀은 FA보단 내부 육성이다”라고 했다. 내실을 더욱 강화해 강력한 2,3군을 만들 것임을 다짐했다. 최근 몇 년간 보여줬던 기본 방침을 이번에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FA 시장이 과열된 건 과거 WBC, 올림픽 등 국제대회 선전을 이끈 기수들이 대거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FA의 품질이 높다. 삼성 역시 이번만큼은 외부 FA 영입이 기대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취약 포지션인 포수에 강민호, 배영섭의 군 입대로 공백이 생기는 톱타자에 이종욱, 정근우, 이용규가 외부 FA 시장에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은 어지간해선 외부 FA를 잡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대신 대부분의 내부 FA를 잘 붙잡아 왔다. 삼성은 이번 FA 시장에서도 집토끼 박한이와 장원삼의 재계약을 자신하고 있다.
▲ 외부 FA보다 더 합리적인 투자
삼성은 2004년 심정수와 박진만에게 약 100억원을 쓴 뒤 더 이상 외부 FA영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이 외부 FA를 붙잡지 않는다고 해서 돈 없는 구단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오히려 합리적인 지출을 하는 구단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삼성은 외부 FA에게 쏟아 부을 돈을 그동안 2군, 3군 육성에 사용했다. 국내 최고 2군훈련장 경산볼파크를 업그레이드 했고, 2군으로 모자라 3군 창설 및 1,2군과의 연계시스템 확충에 힘을 기울여왔다.
삼성은 최근 KT에 전병호, 장재중 코치를 내줬다. 아무래도 조범현 감독이 과거 삼성에 코치로 오래 몸을 담았고, 최근에도 인스트럭터로 있었기에 삼성 코치들을 눈 여겨 봤다고 보면 된다. 삼성 관계자는 “조만간 신규 코치 영입 가능성도 있다”라고 했다. 전 코치와 장 코치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서 활동했는데, 곧바로 코치를 보강해 2군을 든든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 야구인은 “삼성이 비록 이번에도 외부 FA 보강 계획을 접었으나 2,3군을 강화하는 건 참 보기 좋다”라고 했다. 삼성은 10개구단 중 코치가 가장 많다. 2~3군에도 코치와 선수의 1대1 스킨십이 가능한 수준이다.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밖에 국내 최고의 재활 시스템을 갖춘 용인 STC 역시 삼성의 큰 자산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거품이 끼인 FA 시장에 투자하면 결국 FA 시장 과열만 부추기는 모양새가 된다. 그럴 바에는 내부 육성 및 인프라 확충에 힘을 쓰는 게 낫다.
▲ 요미우리 케이스, 챔피언도 외부 수혈이 필요하다
요미우리는 올해 재팬시리즈 2연패에 실패했다. 하지만, 센트럴리그와 클라이막스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 명문구단임을 또 한번 입증했다. 그런 요미우리는 매년 공격적인 전력보강을 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요미우리는 이번 FA 시장에서도 주니치 나카다 겐이치, 히로시마 오오다케 히로 등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요미우리는 화끈한 자금력을 앞세워 거의 매년 수준급 외부 FA를 데려왔다. 돈 싸움에선 따라올 팀이 없다. 실패사례도 있었지만, 성공사례도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요미우리가 내부 육성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요미우리 역시 2,3군 시스템이 잘 갖춰진 팀이다. 야마구치 데쓰야, 마쓰모토 데쓰야 등이 1군 선수로 잘 자란 케이스다. 국내에서 은퇴한 레전드들이 심심찮게 요미우리에서 코치 연수를 받는 것도 요미우리의 우수한 육성 시스템을 인정하고 배울 필요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요미우리가 계속 수준급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는 건 내부 육성만으론 매년 우승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야구인은 “큰 경기서는 결국 스타가 필요하다. 매년 외부에서 전력보강을 하는 건 투자다. 투자에 실패한다고 해서 또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요미우리는 거물 외부 FA를 영입해 매년 우승전력을 완성했고, 경쟁 팀들의 전력 플러스 효과를 막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해서 매년 우승한 건 아니었지만, 매년 강한 전력이 유지된 건 사실이었다.
요미우리의 방침은 삼성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이 최근 통합 3연패를 일궈낸 과정을 보면 2011년보단 2012년, 2012년보단 2013년이 훨씬 힘들었다. 3년간 순차적으로 전체적인 전력이 약해진 게 사실이다. 사실 일부 삼성 팬들은 삼성이 내년에도 통합 우승을 하려면 강민호를 영입해 포수를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좀 많은 액수를 줘서라도 그게 투자이고 프로의 존재이유라고 보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일까. 내부 FA 육성 외길을 걷는 게 옳은 것일까. 몸값이 치솟을대로 치솟은 선수가 즐비한 외부 FA 시장에 참전해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게 옳은 것일까. 요미우리, 뉴욕 양키스 등 일본, 미국 명문 구단의 행보를 무조건 따를 이유는 없다. 한국과 삼성의 실정과 특성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한편으로 삼성보다 역사가 긴 명문구단들이 어떻게 전력을 보강하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그들은 삼성이 걸었던 길을 앞서서 걸어가며 숱한 시행착오와 영광을 동시에 맛본 팀들이다.
[통합 3연패를 차지한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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