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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용인 김진성 기자] “옆집 언니 같은 코치가 되겠다”
삼성생명 박정은 코치가 공식 은퇴식을 치렀다. 1995년 삼성생명에서 데뷔한 박 코치는 실업+프로 통산 19년간의 선수생활을 마치고 11일 KB와의 용인 홈 개막전서 코치로 새출발을 했다. 삼성생명은 이날 홈 개막전에 앞서 박정은 코치의 공식 은퇴식과 함께 영구결번식을 거행했다. 박정은 코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정든 코트와 작별했다.
박정은 코치와 은퇴식 이후 잠깐 만났다. 박 코치에게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느냐고 물었다. 박 코치는 “원래 안 울려고 했다. 남편과도 어제 은퇴식에 대해서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예전에 남편에게 ‘이런 날 울면 평생 기억되는 것이다. 절대 울지 마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했다. 그러나 박정은-한상진 부부의 약속은 빗나갔다. 박 코치는 은퇴식이 시작되자마자 울었고, 남편이자 배우 한상진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박 코치는 “망했다”라며 웃었다.
▲ 박정은의 인생경기, 시드니올림픽
박 코치에게 가장 기억 나는 경기가 있는지 물었다. 박 코치는 “돌이켜보니 정말 오래 뛰었다. 오랜 시간 최고참의 자리에 있었지만, 사실 어린 시절 정은순 선배와도 같이 뛰어봤고, 현역 말년엔 20살이나 어린 유승희와도 뛰어봤다. 많은 선수들과 같이 뛰어본 것 자체가 돈 주고도 사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다. 도저히 공감할 수 없을 것 같은 선수들과 같이 뛰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라고 했다.
역시 선수 박정은에게 가장 기억 남는 경기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었다. 한국 여자농구는 당시 4위를 차지했는데, 역대 최고 성적이자, 한국여자농구의 전성기였다. 박정은은 당시 막내급으로 대표팀에 합류해 영광을 누렸다. 박 코치는 “잊을 수가 없는 대회였다.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다. 그때 함께 뛴 언니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지금도 떨린다. 유수종 감독님과의 추억도 잊을 수 없다. 오늘날 박정은이 탄생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라고 회상했다.
▲ 용인체육관을 수놓은 11번 영구결번식
박정은 코치에게 이날 11번 유니폼을 영구결번한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박 코치는 “11번은 중학교 시절부터 달았던 번호다. 원래 신인들은 1~10번대 번호를 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1을 두개 합친 11번을 달았다. 뭐든 최고가 되고 싶었다”라며 웃었다. 박정은은 삼성생명에서, 그리고 국가대표팀에서 11번을 달고 레전드가 됐다. 용인체육관 오른쪽 천장에 박 코치의 11번 유니폼이 공식적으로 전시되는 순간 박정은도, 팬들도 모두 울었다.
박정은은 그만큼 최고의 선수였다. 박정은은 부산 동주여상을 졸업하고 1995년에 삼성생명에서 데뷔했다. 여자프로농구 출범 전 실업농구에서 데뷔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실업과 프로통산 19시즌간 통산 17396분(1위)간 코트를 누볐다. 통산 486경기(2위)서 6540점(7위), 3점슛 1000개(1위), 어시스트 1776개(8위), 스틸 703개(5위), 블록 247개(12위)를 기록했다. 이 모든 역사는 11번 유니폼을 입고 이뤄졌다. 한국여자농구에서 박정은하면 11번이었고 11번하면 박정은이었다.
▲ 옆집언니 같은 코치가 되고 싶다
박정은은 긴 선수생활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게 지도자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은은 “여러 선수들과 교류를 하고 같이 뛰면서 그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느꼈다. 지금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선수들에게 코치로 다가서기보단 옆집 언니처럼 다가가고 싶다. 선수들의 시각에 맞추고 싶다. 이호근 감독님, 커크 콜리어 코치님, 정상일 코치님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박정은은 “선수들의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고 싶다. 아직 많이 미흡하지만, 잘 해내겠다. 이호근 감독님도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잘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라고 했다. 그렇게 박정은의 코치 데뷔전도 치러졌다. 박정은은 “농구대잔치 시절 커트 머리 박정은으로 되돌아간 기분이다”라고 했다. 박 코치의 데뷔전은 혹독했다. 삼성생명은 KB에 완패했다. 박정은 코치는 어깨가 축 늘어진 선수들을 다독이며 코트를 벗어났다. 11월 11일. 짧은 2~3시간에 농구인 박정은의 어제와 오늘을 모두 살펴볼 수 있었다.
[박정은 코치. 사진 = 용인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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