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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첫 마디는 일단 '너무 찌질하다'죠."
배우 이동하는 현재 연극 '클로저'(연출 추민주)에서 사랑에 이기적인, 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도 본능에 충실한 댄 역을 맡아 열연중이다. 영화 '클로저'를 너무 좋아해 10번도 넘게 본 만큼 '클로저' 속 댄을 연기할 수 있는 것 자체로도 기쁘고 영광스러운 요즘이다.
이동하는 최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끝까지 찌질해지고 집착해보고 싶었다. 우린 너무 처절하고 심각한데 보는 사람은 그 모습이 웃기고 찌질해 웃음이 터지는, 그런 점이 매력적이다"고 입을 열었다.
이동하는 댄을 분석하며 더 깊이 들어가고자 했다. '갈데까지 가보자'였다. 실제로 군 시절 경험했던 '집착'을 떠올린 이동하. 입대한 그를 기다려 준다던 여자친구가 연락이 되지 않고, 어렵게 연락이 된 후 '미안해. 나 좀 놀고 싶어서'라고 차갑게 말하자 충격에 탈영까지도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중전화로 달려가 미친듯이 연락했던 당시의 자신이 찌질했던 것 같다고.
다행히 당시 여자친구는 다시 이동하에게 돌아와 관계가 잘 풀렸지만 잠시 느꼈던 그 때의 찌질함은 현재 연극 '클로저' 속 댄을 표현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동하는 "그 때 감정을 살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 그 기억이 나더라"고 고백했다.
"사실 댄이 이기적이지만 너무 외롭고 사랑을 못 받아 결핍이 있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엄마도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그럭저럭 살아 계시고. 그러니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젠틀하지만 알고보면 철이 없는 그런 사람인데 환경적인 문제가 큰 것 같다. 부모님께 기대지 못하니 혼자 해보려고 하는데 책도 망했다. 그래서 움츠려 드는게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겉으로 더 잘 보이고 싶고 더 갈구하게 된다."
이동하가 말하는 댄의 찌질함은 곧 환경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나도 어떻게 보면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이다보니 더 사랑을 갈구하게 된 것 같다. 군인 신분이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고 자격지심도 생기고 괜히 더 갈구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또 댄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다 환경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동하는 그런 댄을 표현하기 위해 또 다른 댄인 최수형, 신성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결과, 다른 두 배우의 분석 역시 같았다. 댄이 왜 이렇게 됐을까, 결론은 결국 환경적인 것이다. 때문에 연습 당시 세 명의 댄은 '클로저' 속 댄이 너무도 불쌍했단다.
"우리 셋이 느끼기에는 댄이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다. 여자들이 봤을 때는 '나쁜 새끼' 이럴 수 있는데 우리가 봤을 때는 짠하고 안타깝다. 강도가 조금만 더 세지면 정말 나쁜놈이 되지만 말이다. 표현하는 것에 따라,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모든 사건을 일으키는 주범이지 않나. 참 안타깝고 슬플 때가 있다."
그렇다면 이동하는 그런 댄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을까. 관객들이 본 그대로였다. 그야말로 찌질함의 끝까지 가고 싶었단다. 그는 "더 불쌍하고 더 찌질해지고 싶었다. 너무 사랑을 몰라 집착을 넘어 약간 피해를 주는 댄이 되려 했다. 셋 중 내가 제일 심한 것 같다"며 "다른 댄들은 멋있고 젠틀한 면도 있는데 그에 비해 나는 되게 찌질하고 집요하고 집착이 심한다. 근데 또 이런 모습이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람 같다보니 약간 현실적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동하의 해석대로 댄은 어쩌면 불쌍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앨리스에게 상처를 주고 앨리스와 안나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은 겉으로 볼 때 바람을 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바람을 펴본 적은 없다"고 단호히 말하는 이동하지만 그럼에도 댄을 이해할 수는 있다고 한다. 원하는 이성이 나타났을 때 의리로서 참아내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란다.
"'클로저'가 외국 작품이다보니 공감이 어렵긴 하다. 근데 마음은 공감이 된다. '남자니까 이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솔직하면, 보편적인 감정이라면 이럴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사람 많은 카페에서 '걔랑 잤어, 안 잤어'라고 묻는 등의 모습은 너무 쿨하고 직설적인 부분이라 우리 나라 정서가 아닌 것 같긴 하다. 이런 행동들은 공감이 안가지만 마음이 공감이 가니 댄에게 더 마음이 간다."
이어 이동하는 실제로 안나와 앨리스 중 어떤 여자에게 더 끌리냐고 묻자 "무조건 앨리스"라며 "세상 누구보다 나를 잘 이해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앨리스다. 댄이 안나를 원하는 것은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기 때문에 집착 하는 것이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앨리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동하의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실제 성격은 연극 '옥탑방 고양이' 속 이경민에 제일 가깝다는 이동하는 "약간 까칠하기도 한데 티격태격 하다가 조금씩 잘 해주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묵묵히 챙겨주는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싱글즈'에서 유머도 있고 여자를 포용해주는 남자 수헌을 연기했는데 내 스타일도 약간 내가 여자한테 막 의지하고 이런건 싫어한다. 내가 여자를 안아주고 싶고 그런게 좋다. 각자의 사랑하는 방식이 있는 만큼 '클로저'를 통해서도 사랑이나 아픔에 대한 감정을 많이 배웠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지나치면서 엇갈리는 느낌이 있다. 작품 하면서 참 많이 배웠다."
한편 연극 '클로저'는 자유분방한 뉴욕 출신 스트리퍼 앨리스와 부고 기자이자 작가인 댄, 사랑 앞에 열정적인 피부과 의사 래리와 성숙한 아름다움을 지닌 포토그래퍼 안나 네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얽히고 설킨 네 사람의 관계 속에서 사랑의 다양한 감정들을 현실적으로 이야기 한다.
연극 '클로저'는 1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배우 이동하. 사진 = 악어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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