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구리 김진성 기자] “아직 몸이 덜 된 상태에요.”
우리은행엔 지난 11월 초까지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선수권에서 뛴 선수가 4명이나 있다. 박혜진, 이승아, 임영희, 양지희. 이들은 모두 우리은행의 주전이다. 대표팀은 확실히 아시아선수권서 강행군을 치렀다. 체력이 방전된 상태. 하지만, 이들과 대표팀에 함께 있었던 위성우 감독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위 감독은 “체력이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몸이 안 됐다”라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대표팀은 우리은행과 다르다. 위 감독은 진천선수촌에서 “우리은행 식으로 훈련을 하고 싶어도 아픈 선수가 많아서 그렇게 못 한다”라고 했다. 위 감독은 대표팀은 우리은행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했다. 철저하게 맞춤형 전략을 짰고, 중국을 두 차례 격파했다. 선수들의 기본적인 몸 상태를 고려하기보단, 확실히 이기는 농구를 추구했다.
하지만, 소속팀 우리은행에선 다르게 접근한다. 위 감독은 15일 KDB생명과의 구리 원정경기를 앞두고 “정규시즌은 장기레이스다. 길게 보고 접근해야 한다. 당장 1~2경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훈련량을 늘렸다고 했다. 당장 컨디션이 뚝 떨어지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포스트시즌까지 버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봤다. 그럴 상황이 만들어졌다. 우리은행 대표팀 멤버 4인방이 대표팀에서 모두 소속팀에서처럼 40분 풀타임 활약을 한 건 아니었다. 때문에 경기감각, 다시 말해 게임 체력이 부족한 게 문제였다.
위 감독은 “체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아니다. 몸 상태를 장기레이스에 적합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지금 컨디션을 떨어뜨릴 정도로 웨이트트레이닝, 전술훈련 등을 빡빡하게 소화하면 결국 시즌 중반 승부처에선 힘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당장 1~2경기는 설령 패배해도 개의치 않는 모양새.
위 감독은 지난해 처음으로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만년 최하위 우리은행을 통합 챔피언으로 이끌었고, 만신창이가 된 대표팀을 맡아서도 아시아선수권 티켓 획득을 이끌어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위 감독을 아는 농구인은 “정말 치밀하다. 계산이 다 돼 있다”라고 했다. 대표팀은 대표팀,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이었다.
결국 대표팀에서 실전 경기를 치르면서 컨디션이 엉망이 된 우리은행 주전멤버들은 최근 소속팀에서 다시 고된 훈련을 소화 중이다. 임영희, 이승아 등은 대표팀에서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실제 지난 10일 신한은행과의 개막전서도 대표팀 멤버들은 몸이 무거워 보였다. 사샤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빡빡한 훈련이 진행되는 상황. 15일 만난 KDB생명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우리은행을 잘 아는 티나 톰슨, 이경은, 한채진, 이연화, 신정자 등 국가대표 라인업이다. 이런 KDB생명을 상대로 우리은행은 개막전보다 더욱 진일보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특유의 강압수비가 살아났고, 박혜진의 과감한 경기운영과 임영희의 클러치 능력은 여전했다.
경기 전 만난 위 감독은 분명 훈련을 고되게 시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코트에 선 우리은행 선수들의 몸 놀림은 KDB생명보다 더 가벼웠다. 게임체력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들은 남들보다 더 강한 집중력과 투지를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 감독은 실전에서 기본적인 집중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매우 싫어한다. 디펜딩챔피언 우리은행이 서서히 위용을 발휘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2연승, 선두로 올라섰다. 멀리 내다보면서도 개막 2연승 신바람. 그 속엔 위 감독의 철저하고 장기적인 선수단 관리가 녹아있다.
[위성우 감독.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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