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일본 기자 "주간문춘의 아베 발언 보도, 사실일 가능성 크다"
일본 주간지에 실린 아베 일본 총리 발언의 진위를 둘러싸고 한국에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한국은 어리석은 나라"라고 사석에서 발언했다는 것.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관방장관과 외무성 관계자도 그 내용을 부인하고 나섰다.
일본 유명 주간지 '주간문춘(슈칸분슌週刊文春)'은 이번주 목요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한국의 급소를 찌른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연일 계속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일본 비판에 일본 정부와 외무성 관계자들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4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일부 지도자는 사죄할 생각도 없고, 종군 위안부를 모독해왔다. (아베총리와의) 회담은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발언했다. 또한 EU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비슷한 식으로 일본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주간문춘은 "일본 정부 측이 당초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노력했지만, 최근에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정부는 이제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지만 일본이 먼저 적극적으로 한국과의 관계개선은 도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아베 총리가 사석에서 한 한국 비판 발언 내용도 전했다. 이 매체는 총리 측근의 말을 인용, 아베 총리가 "중국은 어처구니없는 나라지만, 그나마 외교게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그저 어리석은 국가일 뿐"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덧붙여 이 매체는 박근혜 대통령이 "폭주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편협한 반일주의자이기 때문이라고 한일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하기도 했다. 윤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을 미스리드하고 있다는 것이다.
◆ 아베 "한국은 어리석은 국가" 발언, 진위는?
주간문춘의 이 같은 보도 내용은 한국의 여러 언론을 통해 소개됐고, "아베가 또다시 망언을 했다"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일본 외무성 관계자가 "주간문춘의 해당 기사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는가하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15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다.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 일본은 이에 냉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하며, 주간문춘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파문을 일으킨 주간문춘의 아베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한 한국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문제는 이 발언이 사석에서의 발언이기 때문에 100%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날조 한 기사에 불과하지 않냐고 폄훼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일본 기자는 제이피뉴스의 취재에 이 같이 말했다.
"가십성 주간지라면 모를까, 주간문춘 급이면 이야기가 다르다. 주간문춘은 일본언론계에서도 그 영향력과 신뢰성을 인정받는 잡지다. 예컨대 주간현대, 주간문춘 정도의 기자들은 일본의 장차관급 인사나 간부들을 수시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주간문춘이 허위사실을 쓸 정도 레벨의 주간지가 아니라는 것.
"사석에 한 발언의 경우, 기사로 쓰려면 신빙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분명 아베 총리의 사석 발언을 인용해 기사로 썼을 정도면 외무성 간부나 정부고관 정도 되는 이에게 이야기를 직접 들어서 썼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베 발언의 진위는 차치하더라도, 주간문춘이 전한 일본 정부, 외무성의 분위기는 사실이다. 실제 외무성과 정부에서 한국에 대한 불쾌, 불만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다시 주간문춘의 기사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기사에 내용을 보면, "아베 정권으로서는 과거 역사인식을 계승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히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을 자제하는 등 나름대로 화해 제스처를 보여왔는데 박 대통령이 완강하게 나오는 데 대해 일본 정부, 외무성 관계자들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 제재조치를 가하는 신 정한론(征韓論)이 대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연일 해외 각국을 순방할 때마다 일본 비판을 지속하는 한국정부에 대해 자민당은 정권차원에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검토) 있다". 특히 아베 총리의 측근은 주간문춘의 취재에 "까딱하면 일본이 전가의 보도를 휘두를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까지 밝히고 있다.
그 전가의 보도란 경제, 금융 분야에 대한 대항조치다. 즉 금융 등 한국의 취약부분을 공략하면 한국이 금방 울상을 짓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금융저널리스트 모리오카 히데키 씨의 말은 더욱 충격적이다.
"올해 8월, 한국정부계 은행인 한국수출입 은행이 위기에 빠졌었다. 결국 일본 미즈호 은행이 5억 달러를 긴급융자 해줘서 위기를 모면했다."
"지금 한국의 정부계 금융기관조차 일본의 민간금융기관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환보유고가 적은 한국은 유사시, 금세 자금위기에 몰리기 쉽다. 이 때문에 한일 통화스와프도 체결된 것이다."
"일본의 금융기관이 손을 빼면 한국경제는 괴멸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실제 올해 한국 정부와 공기관, 정부계 은행들 사이에서는 현금이 돌지 않아 아우성을 친바 있다. 때문에 모리오카 씨의 말이 더욱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게다가 자민당 총재특별보좌관인 하기우다 고이치는 주간문춘의 취재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내 사견인데, 약간 난폭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의 고착상태를 타개하려면 한번 (한일간의) 풍파를 일으키는 편이 낫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야스쿠니 참배나 교과서 검정에 대해 우리쪽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그런 가운데 서로의 주장을 가지고 테이블 위에 앉는 것이다"
일단 동등한 위치와 입장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게 전략상 바람직하다는 것. 더이상 한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위험천만한 발언의 수위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또한 (자민)당 차원에서는 원화 구입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외화보유고가 적다. 일본이 정책적으로 원화 강세를 유도함으로써 원화약세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지켜온 한국경제를 흔들 수도 있다"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경제력을 가진 일본이 언제든 한국을 힘으로 억누를 수 있다는 '으름장'에 다름 아닌 발언이다. 과거사를 어떻게 해결하자는 이야기가 아닌, 오히려 한국에 대해 재를 가해야 한다는 복수론(?)이 강조되고 있는 보도내용이다.
다시 말해서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한국정부에 대해 일본 정부는 도리어 신경질을 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아베 총리의 발언도 사석에서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일본정부내의 분위기다.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연행, 일본군 위안부 등 그 피해 당사자들이 현재 생존해 있다. 그들에 대한 일본정부의 인정과 배상, 그리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국민들의 분노와 슬픔을 도무지 헤아리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에 대한 제재책을 모색하고 있는 일부 일본 정치인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편, 이같은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도 높지만, 일본 정부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응이 오히려 과거사 해결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 없이 감정적인 대응만으로는 뒤에서 한국에 대한 대응책을 면밀히 강구하고 있는 일본에 뒤통수를 크게 한 방 얻어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경제문화교류는 교류대로,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투트랙으로 지금껏 외교전을 펼쳐왔다. 또한 한미일 동맹의 한 축으로서 일본은 한국의 경제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웃국가인 만큼, 대립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가능하면 전략적인 차원에서라도 양국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애써 형성해 왔다.
일본은 매우 주도면밀한 국가다. 그런 만큼, 이같은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이성적 사고가 필요하다. 좀 더 냉철하고 국가이익에 준하는 치밀한 전략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정적인 대응은 당장 눈앞에서는 후련함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금의 주간문춘 보도 내용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찬스로 살릴 수도 있다. 이를 계기로 한일간의 외교 테이블에 양국이 마주 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간문춘의 기사가 사실이라면, 일본정부는 이제 본색의 발톱을 내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럼 한국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바로 전략적 사고에 따른 냉철한 일본전문가의 솔로몬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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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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