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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시즌 4부터 물 새던 ‘슈퍼스타K’호, 외풍에 결국 침몰.
명실공히 오디션 프로그램의 종말을 고해야 할 듯 하다.
5년의 시간에 걸쳐 엠넷 만이 아닌 대한민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1인자로 군림 하던 ‘슈퍼스타K5’가 결국 초라한 결말을 맞이했다.
이전 시즌의 경우 프로그램을 보지 않던 시청자들이라도 허각과 존박, 울랄라세션, 그리고 유승우, 로이킴의 이름은 알고 있을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던 ‘슈퍼스타K’는 다섯 번째 시즌에서 우승자 박재정이 호명될 때까지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슈퍼스타K5’의 패인은 명확했다. 한마디로 시청자들을 TV앞에 모이게 하는 ‘재미’도, ‘노래’도 없었다. 마지막 결승전에 오른 박시환과 박재정의 무대는 이번 ‘슈퍼스타K5’의 실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음이탈에 가사실수까지, 그야말로 ‘역대 최악’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 결승전이었다.
이는 시즌 5 시작 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사실 엠넷은 시즌 5 방송 전 오디션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도와 지난 시즌이 기록했던 ‘악마의 편집’에만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실제로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것이 논란이 되던 ‘악마의 편집’이다. 새 지휘봉을 잡은 이선영 PD는 ‘꼭 필요한 악마의 편집’을 강조했고 여러 도전자들이 주목 받을 수 있게 편집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실제로 슈퍼위크부터 될만한 도전자를 찾아 캐릭터 만들기를 거쳐 팬덤 형성에 나서던 이전 시즌의 연출자들과는 다르게 이 PD는 다양한 도전자들의 노래와 면면을 보여주기에 나섰다.
이 PD의 이 같은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될 성 부를 떡잎’이 없었다는게 문제였다. 결국 이렇다 할 팬덤을 얻지 못한 TOP10들은 첫 방송부터 속된 말로 ‘망친’ 무대를 보여주면서 감동도, 노래도, 재미도 주지 못했다.
사실 시즌 5 제작 전부터 시청자들의 낮아진 오디션에 대한 관심도로 인해 SBS ‘K팝스타’를 제외하면 대다수 방송사들은 비슷한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슈퍼스타K’는 다른 오디션이 죽을 쑤고 있던 2012년, 이전 네 번째 시즌은 의외의 인기를 과시했다. 음원은 물론, 문자투표 또한 100만건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관계자들에게 “그래도 ‘슈퍼스타K’는 괜찮아”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고, 내부의 질적 향상에 나섰다.
이 같은 질적향상이 놓친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슈퍼스타K’가 시즌 3까지 막강한 도전자들의 실력에 감동까지 어우러졌다면 시즌 4 부터는 ‘이전 시즌의 복제’에 급급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전 시즌은 로이킴, 정준영, 유승우라는 매력 있는 도전자들의 캐릭터만 부각시킨 결과 ‘팬덤’ 형성에 성공했고, 대다수 시청자들에게는 외면을 받았지만 팬덤만으로 프로그램을 끌고 갈 수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도전자들은 매번 새 시즌에도 등장했고, 그 정도는 시즌 5에 절정에 달했다. ‘꿈을 노래하라’ 던 ‘슈퍼스타K’의 모토에 맞는 시즌 2 우승자 허각의 재현한 박시환이 등장했고, 그는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춰서 우승후보로 점쳐지면서 심사위원까지 극찬한 송희진을 준결승에서 탈락시켰다.
낮은 문자투표와 시청률을 의식해서 일까? 제작진은 박재정을 갑작스레 ‘존박+로이킴’ 만들기에 나섰고, 조부까지 동원해 가장 성공한 시즌이라 평가 받는 ‘슈퍼스타K2’의 허각 vs 존박을 박시환 vs 박재정에 대입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지 메이킹만 받았던 것일까? 노래 실력은 전혀 늘지 않은, 최악의 무대로 ‘슈퍼스타K’ 시리즈 역사상 최악의 결승전을 보여줬다. 심사위원 이하늘의 “노잣돈” 멘트가 그의 분노를 많이 삭인 것으로 느껴짐은 왜일까?
결국 ‘슈퍼스타K5’는 도전자들의 질적 저하와 ‘이전 시즌의 성공방식’이라는 프로그램 내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최악의 시즌으로 남게 됐다.
변화를 도모하던 제작진의 노력은 시즌 5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래도 도전자들의 질적 저하로 시작된 누수는 제작진이 시청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바라던 ‘갈등 양상’을 버리면서 터져버리고 말았다.
곳곳에서 누수현상을 보이다 결국 치명상을 입고 침몰해 버린 ‘슈퍼스타K’ 호를 살릴 마땅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시즌 2와 3 같은 막강한 도전자들이 등장하거나 팬덤을 끌고 다니 수 있는 눈이 즐거워지는 꽃미남들을 다시 프로그램 전면에 배치하는 것이다.
물론 향후 여성 ‘슈퍼스타K’의 등장을 포기해야 하고, ‘대국민 오디션’이 아닌 일부 시청자들을 위한 ‘비주얼 오디션’으로 개명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씁쓸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5 결승전 현장. 사진 = 엠넷 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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