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가무극 '푸른 눈 박연', 종합예술의 진수를 보여줬다.
2013 서울예술단의 가무극시리즈3인 '푸른 눈 박연'(연출 이란영)은 1627년 조선과 유럽의 만남을 소재로 조선 최초의 귀화 서양인인 벨테브레의 이야기를 그렸다. 태풍을 만나 조선 제주도에 표착해 13년간 조선에 억류된 하멜이 기록한 하멜표류기의 짧은 기록을 바탕으로 박연(벨테브레)의 삶을 상상하고 재구성해 노래와 춤으로 그려냈다.
서울예술단은 '윤동주, 달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에 이어 '푸른 눈 박연'을 통해 창작 가무극의 저력을 드러냈다.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음악과 무용이 더해진 표현으로 진정한 종합예술의 매력을 전했다.
'푸른 눈 박연'은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한 만큼 이야기의 구성이 탄탄하면서도 신선하다. 조선 사람과 유럽 사람의 만남, 단순한 소재 같지만 시대적인 특수함이 더해져 인물 자체가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것. 이 입체적인 인물들이 조선에서 함께 생활하며 겪는 상황은 사랑, 우정으로 나아가고 이는 곧 인간의 본질은 결국 다르지 않음을 시사한다.
다양한 해프닝과 함께 병자호란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이들이 해야만 하는 선택 역시 코끝 찡한 감동을 준다. 마음을 붙이고 사는 곳이 고향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서 이방인이 아닌 똑같은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푸른 눈 박연'의 인물들은 가히 입체적이다. 박연(김수용, 이시후)을 비롯 연리(김혜원), 덕구(박영수)가 그리는 사랑과 우정은 극 내내 웃음과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웃다보면 눈물 나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상황을 순수함 그 자체로 덮어버릴 수 있는 것 역시 이들의 열연 덕분이다. 특히 마냥 해맑은 덕구 역 박영수의 변신이 놀랍다.
또 주모(고미경)와 남북산(금승훈), 남이산(이종한)이 선보이는 깨알 재미 역시 놓치면 섭섭한 디테일로 가득하다. 한 나라의 왕 인조(김백현)와 나라를 저버리려 했던 덕구의 형 덕만(이인겸)의 고뇌 또한 '푸른 눈 박연'이 그리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여기에 각각 금, 은, 동으로 분한 최정수, 김도빈, 조풍래는 전작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 변신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극의 시작과 전환을 알리는 이들의 신명나는 액션과 가무가 인상적이다.
하멜과 대신 역을 맡은 박석용, 남이산댁 정유희, 꽃분이 김건혜를 비롯 최병규 박소연 오현정 김동호 유경아 오선아 박혜정 변재범 형남희 박혜진 윤석류 김세라 이지유 박광수 이준영 여정하 최윤선 김도원, 서울예술단원들의 화려하면서도 섬세하고 우아한 가무는 '푸른 눈 박연'의 작품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종합예술극인 만큼 무대 위 배우들은 역할 그 자체로 표현되지 않았다. 한 무대에 한 인물의 이야기가 그려진다고 해서 그 배우 자체로만 표현되지 않는 것. 앙상블이 무대에 올라 해당 장면의 상황과 인물의 감정을 노래와 무용으로 표현해내며 관객들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전통미가 돋보이는 가운데 화려한 액션과 무대 세트, 조명은 '푸른 눈 박연'의 작품성과 함께 대중성을 높인다. 큰 무대 위에서도 아기자기한 표현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조명과 특유의 원근감 표현으로 무대 전체를 휩쓰는 세트 및 배경 영상, 무대 효과는 '푸른 눈 박연'이 이야기만이 아닌 이미지로 남을 수 있게 했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며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에 인간 본연의 모습을 돌아보며 인류애를 느끼게 한 '푸른 눈 박연'은 종합예술의 진수를 선보이며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푸른눈 박연' 스틸컷.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