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1군에서 100경기는 나가고 싶다."
지난해 최하위(9위)를 기록한 한화 이글스 김응용 감독은 시즌 내내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갔다. 가장 큰 고민은 안방마님, 바로 포수였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한 젊은 포수가 김 감독에게 웃음을 주기 시작했다.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이름 석 자를 알린 엄태용이 1군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엄태용은 올해 1군 39경기에서 타율 2할 3푼 4리, 홈런 없이 5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높지 않았으나 적극적으로 스윙하며 쉽게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OK' 사인을 받았다. 특히 블로킹과 송구 능력을 지켜본 김 감독과 한화 코칭스태프는 매우 흡족해했다. 지금도 엄태용은 "일단 포수는 방망이보다 수비가 돼야 한다"며 "방망이는 부담 없이 휘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엄태용이 블로킹과 송구가 좋다. 특히 어깨도 좋아 포수로서 소질이 있다"고 칭찬하면서도 "아직 상대 약점을 파고들지 못하는 것 같다. 경험을 통해 볼 배합을 보완해야 한다"며 투수 리드를 지적하기도 했다. 혹여 엄태용이 자만심을 가지지 않도록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가며 사용한 것이다. 스스로도 "아직 투수 리드가 가장 미흡하다. 숙소에서나 식사 시간에 끈임없이 투수들과 대화하면서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강창학야구장서 만난 엄태용은 마무리훈련에 한창이었다. 쉴틈없이 배트를 휘둘렀고, 체력 훈련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죽겠어요"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눈빛만큼은 살아 있었다.
시작부터 "1군에서 100경기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고 강조한 엄태용의 시선은 벌써 내년 시즌을 향해 있었다. 올해 한화 포수 가운데 100경기 이상 나선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정범모(88경기) 외에는 50경기 이상 나선 포수도 없었다. 한화는 올해 정범모와 엄태용을 비롯해 이준수(47경기), 박노민(27경기), 한승택(24경기, 상무 입대) 최승환(10경기)까지 총 6명의 포수가 번갈아가며 마스크를 썼으나 확실한 자원은 없었다. 그만큼 한화에서 포수로 100경기 출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얼마나 더 의지를 표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엄태용은 "자신감은 항상 갖고 있다. 올해는 부상이 가장 아쉬웠다. 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경기할 수 있는 1군이 훨씬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29일 부산 롯데전서 손가락 부상을 당해 1군에서 말소됐는데 한창 자주 경기에 나설 때 다치는 바람에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엄태용은 오프시즌 내내 체중 관리에 힘쓰고 있다. 중요성을 무척 잘 알고 있다. 부상 방지와 체력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단다. 그는 시즌 중에도 "살 빼라"는 김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지시를 이행했다. 지방을 연소시키고 근육량을 늘렸다. 김 감독도 "살 빼더니 많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이정훈 현 퓨처스 감독이 천안북일고 감독 재직 시절 "살 빼기 전에는 야구 안 시킨다"고 엄포를 놓자 3주 만에 28kg을 감량한 적도 있다. 매일 한두 끼만 먹고 쉴새없이 뛴 결과다. 의지의 사나이가 따로 없다.
마지막으로 그는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어 올 시즌 각오를 전했다. 아직은 한국 나이로 20세(1994년생)인 젊은이의 패기가 느껴졌다.
"올해는 포수 쪽에서 얘기 안 나오게 할게요."
[한화 이글스 엄태용.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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