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년 전과는 다르다.
여자프로농구는 20일 현재 1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아직 시즌 전체적인 판도를 따지기엔 매우 이르다. 그러나 대략적인 유추는 가능하다. 삼성생명은 기본적인 전력이 다소 약하다. 하나외환 역시 지난해보단 강해졌으나 정상권 전력은 아니다. KDB생명은 매우 좋은 선수들이 포진했지만, 조직력이 삐걱거린다. KB는 지난해보다 전력이 좋아졌고, 실제 2연승으로 2위에 올랐으나 주전들의 평균신장이 낮아 선두권에 머물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결국 올 시즌에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가장 막강하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은 20일 현재 3연승으로 선두, 신한은행은 2승1패로 3위다. 승패, 순위와는 별개로 전력의 안정성과 내구성이 6개 구단 중 으뜸이다. 두 팀은 지난 시즌에도 선두다툼을 벌였는데, 1년 전과 지금은 분명히 상황이 달라졌다.
▲ 티나 없는 우리은행, 내구성은 더 강해졌다
해결사 티나 톰슨 없는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보다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위성우 감독이 대표팀 지휘로 장기간 팀을 비운 것도 불안요소였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해 통합우승이 우연이 아니란 걸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시즌 개막 3연승. 쾌조의 출발이다. 그것도 신한은행, KDB생명을 연파했다.
사실 지난 시즌 막판 우리은행은 젊은 선수들이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때문에 티나의 한 방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진화했다. 일단 야전사령관 박혜진의 기량이 업그레이드 됐다. 요즘 농구인들이 입을 모아 그녀를 칭찬한다. 포인트가드로서 시야가 넓어졌고, 과감한 공격 가담도 돋보인다. 여기에 이은혜가 수비전문 선수로 박혜진과 이승아를 보좌한다. 박혜진과 이승아가 체력적인 부담을 덜었다. 해결사 역할은 임영희가 하면 된다.
또한, 사샤 굿렛이 지난 시즌 KB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달라졌다. 살을 쪽 빼더니 골밑 플레이 자체가 간결해졌다. 꽤 안정적이다. 노엘 퀸은 테크닉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위성우 감독이 부여한 역할을 잘 소화한다. 양지희와 이선화 역시 골밑에서 힘을 보탠다. 그리고 위 감독은 특유의 전면강압수비와 지역방어에 미세한 위치조정을 단행했다. 예를 들어 지역방어를 설 때 1-2-1-1과 1-2-2를 병행한다. 골밑이 강한 상대, 혹은 외곽슛이 강한 상대에 따라 기민하게 대처한다. 선수들의 역할 분담이 매우 체계적이다. 위 감독이 우리은행을 단 1년만에 티나 없이도 강한 팀으로 만들었다. 괜히 젊은 지략가로 불리는 게 아니다.
▲ 신한은행 변화무쌍한 라인업, 완전체로 거듭났다
임달식 감독은 “지난 시즌 통합 6연패를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다”라고 했다. 강영숙과 이연화를 KDB생명에 보냈다. 조은주와 곽주영을 받아들였다. 트레이드 10개월이 흘렀다. 지금까진 신한은행의 완벽한 승리다. 강영숙은 고질적 허리부상, 이연화는 팀내 포지션 중복 및 컨디션 난조로 신한은행 시절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신 조은주와 곽주영은 완벽하게 신한은행에 녹았다. 이는 신한은행이 지난해보다 더 다양한 공수옵션을 취할 수 있고 더 강해진 이유다.
외국인선수 조화도 기가 막힌다. 쉐키나 스트릭렌과 엘레나 비어드를 영입했다. 스트릭렌은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다. 188cm라 상대 빅맨 수비가 가능하면서도, 공격할 땐 외곽 플레이가 가능하다. 상대 빅맨을 끌고다니면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한다. 비어드는 180cm이지만, 공수 센스가 뛰어나다. 최윤아, 김규희와 스리가드 구축이 가능하다. 완벽한 스몰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은 변화무쌍한 라인업으로 카멜레온 같은 팀 컬러 구축이 가능해졌다. 상대가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신한은행에 당하게 돼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비 시즌에 다양한 공수옵션을 소화하기 위해 강하게 훈련했다. 예를 들어 조은주는 스트릭렌과 뛸 땐 3번 스몰포워드로, 비어드와 뛸 땐 4번 파워포워드로 뛴다. 조은주는 “역할이 너무나도 다르다”라고 했다. 하지만, 능숙하게 소화한다. 무릎 통증이 있는 김단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최윤아의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지만, 김규희가 한층 성장했다. 하은주도 무릎이 좋지 않지만, 10~20분 소화는 가능하다. 어느 1~2명의 컨디션이 안 좋아도 팀 전력에 기복이 없다. 이런 팀은 주전 의존도가 높은 여자농구에서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장기레이스에서 강할 수밖에 없다. ‘농구의 달인’ 임달식 감독의 치밀한 준비에서 나온 결과다.
▲ 잠재적 위협요소 KB-KDB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와 달라졌다.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그러나 두 팀이 양강을 형성할 것이라 장담할 순 없다. 일단 서동철 감독의 KB가 시즌 초반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인다. 신장 183cm의 모니크 커리가 1대1 능력은 물론이고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안긴다. 변연하와 확실한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KB는 현재 정선화가 허리 부상으로 결장 중이지만, 전원이 리바운드, 경기운영 등에 가세하는 토털 바스켓을 한다. 선수들의 경기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야 하는데, 서 감독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양강을 깨는 팀이 있다면 KB일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크다.
KDB생명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조직력이 삐걱거리지만, 이경은-한채진-이연화-신정자-강영숙-티나 톰슨-켈리 케인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국가대표 라인업이다. 이름 값에선 6개구단 중 톱이다.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안세환 신임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안 감독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KDB생명은 3강 플레이오프 진입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위권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는 팀인 건 확실하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자칫 페이스가 떨어지면 KB 혹은 KDB생명에 잡힐 수 있다.
[우리은행-신한은행 개막전 장면.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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