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번 쩐의 전쟁. 안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미쳤다’라는 평가를 받은 FA 시장이 폐막했다. 한화와 NC가 확실하게 전력을 보강했다. 롯데 역시 FA 시장의 승자로 분류된다. 이들 모두 올해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한 중, 하위권 팀들이다. 반면 오승환을 잃을 삼성, FA 3인방을 모두 빼앗긴 두산은 전력 누수가 있었다.
이적 시장은 계속된다. 22일엔 2차드래프트로 일부 선수들이 새 둥지를 찾는다. FA 보상선수로 유니폼을 갈아입는 선수도 나온다. 지금까지 흐름으로만 보면 올해 포스트시즌에 나섰던 상위권 팀들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으나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팀들은 재미를 본 형국이다. 전체적으로 전력평준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 전력불균형 서서히 극복한다
2011년 9구단 NC에 이어 지난해 10구단 KT의 창단이 결정됐다. 엄청난 진통이 있었다. 반대론자들은 한정된 파이에서 8팀이 선수를 분배하다 9팀, 10팀이 선수를 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야구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NC도, 내년에 퓨처스에서 데뷔할 KT도 기본 전력 뿌리는 기존 구단의 2군급 선수들이다.
그들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건 아니었다. NC는 7위로 선전했으나 시즌 초반 부진이 뼈 아팠다. 몇 년째 리빌딩에 실패한 한화 역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이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면서 리그 흥행에 살짝 김이 샌 건 분명했다. 물론 최근 1~2년간 불거진 하향평준화 논란이 온전히 두 팀 때문인 건 아니지만, 두 팀이 전력을 보강해야 더 재미있는 리그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여실히 절감했다.
때문에 한화와 NC의 전력보강이 반갑다. NC의 경우 이미 올 시즌 막판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종욱과 손시헌 영입으로 4강진입이 가능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한화 역시 이용규와 정근우의 영입으로 공수주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내년 시즌은 올 시즌보단 상, 하위권 간극이 좁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확실히 상위권과 하위권 전력이 어느 정도는 평준화 돼야 흥행에 도움이 된다. 올 시즌 감소한 국내야구 관중감소가 내년에도 이어지는 건 곤란하다.
▲ 전력평준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한화는 지난해 류현진 포스팅금액으로 전력을 보강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타이밍도 놓쳤고, 외부 FA 수혈에 대한 전략적 실패도 있었다. 한화는 내부적으로 올 시즌을 치르면서 전력 보강 필요성을 크게 절감했다고 한다. 내부 육성과 함께 외부 보강이 절실하다고 본 것. 결국 내부 FA 3인방을 모두 잡은 뒤 이용규와 정근우마저 잡아내며 FA 시장의 최대승자가 됐다. 전력보강에 미적지근했던 한화가 모처럼 발 빠르게 움직였다.
NC 역시 이번 FA 시장에서도 기민하게 대처했다. 이미 지난해 FA 시장에서 이호준을 영입해 FA 효과가 무엇인지 느꼈다. 이번에도 이종욱과 손시헌을 영입해 전력을 안정시켰다. 마운드가 생각 외로 탄탄한 만큼 경험 많은 야수가 보강된 NC가 내년엔 더 무서워질 게 자명하다. 올 시즌처럼 시즌 초반에 뒤처지지 않는다면 전력판도가 요동칠 것이다.
2년에 한번씩 열리는 2차드래프트가 올해 사상 두 번째로 열린다. 9개구단에 전력보강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다. 외국인선수 제도 역시 3명보유 2명출전으로 바뀌면서 외국인타자들이 2011년 이후 3년만에 등장할 전망이다. 이런 요소들은 기존에 상, 하위권으로 나뉜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또한, 최근 1~2년사이엔 트레이드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사라졌다. 이미 올해 LG, 넥센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서 최근 수년간 단골이었던 삼성-SK-두산-롯데-KIA로 이어졌던 포스트시즌 구도도 깨졌다.
▲ 선순환 효과로 이어지려면
이런 흐름들은 9, 10구단 체제가 자리 잡는 과정의 일환이다.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는 시선 속에서 양적 팽창에 성공했고, 야구계에선 외국인선수제도 변화와 하위권 팀들의 FA 시장에 대한 태도 변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장 내년에 전력평준화가 자리잡을 것이라 속단하긴 어렵다. 10구단 KT 역시 지난해와 올해 9구단 NC가 밟았던 시행착오를 경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KT 역시 향후 적극적인 외부 보강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해 기대를 받고 있다. KT는 내년 가을부터 FA 시장에 참전한다.
한 야구관계자는 “FA 제도가 수정돼 선수들이 좀 더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번 FA 시장에서 많은 선수가 팀을 옮겼지만, FA 자격요건, 보상 규모 등이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한화 김응용 감독은 FA 자격을 풀타임 5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부담 없는 이동. 전력 평준화 및 흥미로운 구도 형성의 지름길이다.
상위권 팀들의 적극적인 내부 육성 및 전력 보강 움직임도 절실하다. 이 야구인은 “여전히 일부 상위팀들은 좋은 성적을 냈으면 구단 지출 절감을 이유로 고삐를 늦추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적당한 긴장감과 리그 수준의 발전을 위해선 하위권 팀 못지 않게 상위권 팀들의 발전 및 투자 역시 중요하다. 그래야 중, 하위권 팀들의 투자를 유도해 리그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전력평준화가 하향평준화로 이어지면 곤란하다.
[이용규-정근우(위), 손시헌-이종욱(가운데), 잠실구장(아래). 사진 = 강산 기자, NC 다이노스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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