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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양 김진성 기자] “현중이 정도면 20분 이상 뛸 몸 상태가 돼야지.”
20일 안양체육관. 안양 KGC인삼공사와 부산 KT는 부상자로 골머리를 앓는 팀이다. KGC는 김태술, 오세근 등 주축 멤버를 비롯해 최근엔 김윤태에 이어 이날 경기 막판 이원대도 부상으로 주저앉았다. 김태술은 무릎 통증이 완벽하게 낫지 않았고, 오세근은 발 부상 및 수술 후유증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김윤태는 지난 9일 오리온스전서 발목을 다쳤다. KT도 주전 포인트가드 김현중이 시즌 직전 연습경기서 이가 부러져 올 시즌에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모든 감독들은 “부상자들은 다 낫고 경기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감독들은 성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눈 앞의 1승을 위해 부상을 입은 주요 멤버를 쓰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 마련이다. 실제 주사를 맞히거나 급한대로 간단한 치료를 받게 한 뒤 “투혼”을 발휘하도록 장려하는 감독도 분명 있다.
KGC 이상범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예전 리빌딩 시절부터 그랬다. “나 좋자고 부상자를 1경기 앞당겨 쓰면 나중에 3~4경기 손해를 본다”라는 생각이다. 자신의 안위, 팀 성적을 위해 팀의 소중한 자원을 옳게 낫지도 않은 상황에서 쓸 수 없다는 논리. 이 감독의 이런 사고방식은 결과를 떠나서 매우 바람직하다. 더 이상 국내 프로스포츠서 몸 아픈 선수의 혹사를 투혼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
이 감독은 “오세근과 김태술은 다음주에 상황을 보기로 했다. 그때까지 잘 버텨야 한다. 윤태는 이번 주말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라고 했다. 이어 “부상자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나오면 안 된다. 멀리 봐야 한다. 스스로 100% 몸 상태가 됐을 때 나오면 된다. 아픈데 주사 맞히면서까지 경기에 나오라고 할 마음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감독은 무릎 부상을 입어 결장 중인 이대혁을 두고서도 “농구를 정말 하고 싶은 녀석이다. 농구를 늦게 시작했고 수술 때문에 제대로 농구한 게 2~3년 정도다. 내년 여름에 인간 한번 만들어봐야 한다”라고 웃었다. 이어 “대혁이는 웨이트로 몸을 불리면 무릎에 무리가 간다. 신체 밸런스를 맞추는 훈련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기본적으로 대학 팀들이 재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단순히 병원가서 치료받고 참고 또 뛰는 식”이라고 했다. 이어 “대학 감독들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성적을 내야 하고 프로에 오는 선수는 다들 에이스이니 쉬게 할 수 없다. 오세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대학에서 잘 뛰다 프로에 와서 부상악령을 겪는 선수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농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전창진 감독 역시 부상자를 기다려주는 철학은 같다. 그러나 그 이유가 살짝 달랐다. 김현중은 현재 2군 경기에 멀쩡하게 출전하고 있다고 한다. 100% 몸 상태는 아니지만, 지금도 1군에 올라오면 충분히 10분 내외를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전 감독은 고개를 내저었다. “10분 뛰어도 될 정도면 다른 선수를 쓰고 만다. 현중이 정도의 선수라면 최소한 20분 이상 소화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 했다.
김현중은 KT를 대표하는 가드다. 전 감독은 김현중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싶다. 주전 가드가 10분 정도 뛰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아예 2군에서 확실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게 본인과 팀 모두를 위해서 좋다는 것. KT는 현재 김우람, 이재도 등이 쏠쏠한 활약을 해주는 만큼 김현중을 절대로 무리시킬 이유가 없다. 이 감독과 전 감독 모두 부상자들 관리에 확고한 원칙이 있다. 눈 앞의 이득을 위해 소탐대실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선수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한 배려가 숨어있다.
[이상범-전창진 감독.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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