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시아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캔버라 캐벌리의 우승. 우연이 아니었다. 예선서 EDA 라이노스, 준결승전서 삼성 라이온즈, 결승전서 퉁이 라이온즈를 차례대로 격파했다. 호주 팀의 아시아시리즈 우승은 사상 최초다. 아울러 일본 팀이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 것 역시 처음이었다. 라쿠텐은 준결승전서 퉁이에 패배했다. 아시아 야구 지형도가 확실히 꿈틀댄다.
한편으로 대회 자체의 정통성과 동기부여에 대한 논란도 대두했다. 2005년 창설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대회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선수들에게 이 대회는 아시아 최강국을 가린다는 동기부여 대신 잘 하면 본전이라는 부담스러움이 자리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IBAF(국제야구연맹)는 아시아야구연맹과 손잡고 이 대회를 전 세계적인 대회로 키울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 야구의 세계화, 만만한 상대는 없다
이승엽은 출국 직전 “최선을 다해서 대회를 준비했지만, 추운 날씨 속에서 훈련 효과가 아주 좋은 건 아니었다”라고 고백했다. 확실히 삼성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100% 전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여러 이유들로 2군급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주변국들의 성장은 더 이상 간과해선 안 될 것 같다. 삼성은 대만 우승팀 퉁이에 간신히 승리했다. 대만야구 특유의 클러치 능력은 여전했다. 이탈리아 대표 포트티투도의 수비력은 인상적이었다. 더 이상 기본기 부족으로 헤매는 유럽야구가 아니었다. 준결승전서 만난 캔버라의 화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세미프로 창설 이후 경기력 업그레이드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평가다.
따지고 보면 이런 현상은 이번 아시아시리즈서 시작된 게 아니다.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서도 유럽, 남미의 돌풍이 있었다. 더 이상 세계야구 지형도가 아시아와 북중미의 양강 구도만으로 설명하긴 힘들어졌다. 오히려 이런 흐름이 아시아시리즈를 확대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맞아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IBAF의 아시아시리즈 확대 추진도 결국 야구의 올림픽 재진입 노력과 마찬가지로 야구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국제대회서 주춤한 한국도 세계화 속에서 경기력 향상에 매진해야 야구강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 흔들리는 대회 정통성, 우승팀엔 부담스러운 AS
대회 정통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흔들린다. 기본적으로 야구는 자국리그가 활성화돼 있다. 그것도 일정이 매우 길다. 국제대회가 활성화되기 힘든 조건이다. 나름대로 국가대항전을 원하는 팬들도 많지만, 모든 야구인들과 팬들의 핵심은 여전히 자국리그다. 아시아시리즈 자체가 아시아 클럽의 최강팀을 가리자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겐 친선대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시아시리즈서 잘 한다고 해서 연봉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강행군을 이어온 삼성은 자국리그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 아시아시리즈 대비 훈련을 착실히 소화했으나 어수선한 분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 아시아시리즈보다 더 중요한 건 내년 국내리그다. 누구도 아픈 선수, 무리한 선수, 중요한 계약을 앞둔 선수들을 아시아시리즈에 무리하게 출전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오승환도, 최형우도, 다나카 마사히로도 볼 수 없었다. 자연히 국가대항전이란 의미 자체가 퇴색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국내 한 야구관계자는 “시즌 끝나고 치르는 대회가 너무 부담스럽다. 이기면 본전, 지면 망신이다”라고 했다. 류중일 감독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축제분위기여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얼버무렸다. 이런 상황에선 좋은 경기력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렸던 대회는 흥행 참패를 맛봤다. 대만에서 2년만에 열린 이번 대회 역시 흥행 대박을 치진 못했다.
좀 더 질 높은 대회와 함께 대회 정통성 확보를 위해선 대회 개최 시기 및 방법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대회를 차라리 2월 혹은 3월에 개최하면 지금처럼 김이 빠지진 않을 수도 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IBAF가 정말 이 대회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버금가는 대회로 키우려면 이런 점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처럼 아시아시리즈가 한국야구에 던진 화두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삼성·캔버라 아시아시리즈 준결승전 장면. 사진 = 삼성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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