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차드래프트가 주목 받는다.
KBO는 22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2013 2차드래프트를 개최한다. 2차드래프트는 한국형 ‘룰5 드래프트’다. 2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에게 타 팀에서 새롭게 기회를 잡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9개구단은 지난 12일 KBO에 보호선수 40인 명단을 제출했다. 10구단 KT까지 3라운드에 걸쳐 40인 보호선수 외의 선수를 지명한다. 3라운드가 끝나면 KT가 5명을 추가로 특별 지명한다. 지명권을 건너 뛰면 후속 라운드 지명도 불가능하며, 2차드래프트서 선수를 지명한 구단은 1라운드 3억원, 2라운드 2억원, 2라운드 1억원이란 보상금을 원 소속구단에 지불해야 한다.
▲ 전력평준화 유도
리그 흥행을 위해 모든 팀의 전력을 인위적으로 평준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국내야구는 지난해까지 최근 수년간 삼성, SK, 두산, 롯데, KIA가 주로 포스트시즌에 나섰고, LG, 한화, 넥센은 들러리 신세에 그쳤다. 올해 LG와 넥센이 포스트시즌에 참가하면서 이런 틀은 어느 정도 깨졌으나 한화와 신생팀 NC의 승률이 아무래도 많이 떨어졌다. KIA 역시 후반기 몰락으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과 최하위 한화의 승차는 무려 33.5경기였다. 승리를 승패 합으로 나누는 현행 승률방식을 채택했던 시즌 중에선 2002년(48.5경기), 2008년(37경기) 다음으로 우승팀과 최하위팀의 승차가 컸다. 확실히 전력 간극이 크면 뻔한 경기가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리그 전체적인 흥행에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 올 시즌 국내야구 관중이 줄어든 건 이러한 영향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
2차드래프트는 각 팀들의 전력을 평준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2년 전에도 김성배, 이재학 등이 롯데와 NC로 잘 찾아갔다. 당시 롯데는 마운드를 강화했고, NC는 에이스로 성장시켰다. 이렇듯 2차드래프트는 각 팀들이 평소에 부족한 파트를 보강하면서 전력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도 전력이 강한 팀의 잉여전력이 전력이 약한 팀의 부족한 전력에 플러스가 되면 전력평준화로 이어지는 논리다.
▲ FA, 외국인선수 몸값 과열 진정효과
40인 보호선수 명단은 기본적으로 비공개가 원칙이다. 그러나 이번엔 각 팀에 쓸만한 자원이 쏠쏠하다고 한다. 이들을 영입하는데 드는 돈은 위에서 설명했듯 최대 3억원이다. 저렴한 돈에 부족한 파트를 보강할 수 있다. 이미 2년 전 첫 2차드래프트서 이런 장점을 잘 활용한 팀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는 과열된 선수들의 몸값을 진정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FA 시장에서 역대 최고몸값 기록을 쓴 강민호는 내년부터 4년간 75억원을 받는다. 또한, 외국인선수의 몸값 상한선은 30만달러(약3억원)다. 외국인선수의 몸값 상한선이 지켜지지 않는 건 공공연한 비밀. 결국 떨어질 줄 모르는 FA 몸값과 외국인선수의 몸값에 비해 2차드래프트로 얻는 선수의 몸값이 저렴하다는 의미다. 물론 특급 FA, 외국인선수와 40인 보호선수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의 기량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FA와 외국인선수 역시 매년 먹튀가 발생한다는 걸 감안하면 2차드래프트서 영입한 선수가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야구계에선 “2차드래프트를 매년 개최해야 한다”라는 말부터 “보호선수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2차드래프트서 더 자주 선수를 영입할 수 있고 더 좋은 기량의 선수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장기적으로는 FA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면서 몸값 과열 양상이 제어될 수 있고, 외국인선수 몸값 폭등 역시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개개인 성장 촉매제
메이저리그 룰5 드래프트의 진정한 의미는 그 팀과 궁합이 맞지 않는 유망주를 다른 팀으로 보내준다는 것이다. 팀별로 포지션 역학 관계는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유망주라도 자신의 포지션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스타가 있으면 기회를 얻기 힘들다. 반대로 좀 기량이 떨어지는 유망주라도 자신의 포지션에 확고한 주전이 없으면 기회를 받게 돼 있다.
2차드래프트 역시 마찬가지다. 평상시에 잠재력에 비해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에게 다른 팀은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 팀마다 포지션별 역학 관계, 감독의 기용 스타일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망주가 무럭무럭 성장하려면 팀과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 또한, 2차드래프트는 몰라봤던 선수들의 잠재력을 폭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포지션 중복으로 기회를 받지 못했던 베테랑들 역시 새로운 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다.
2년전 첫번째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성공한 이적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트레이드가 쉽지 않은 국내 시장 특성상 2차드래프트로 필요한 선수를 데려가는 건 의미가 매우 크다. 2차드래프트를 통해 좀 더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할 수 있는 팀에서 뛴다면, 개개인의 성장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기세가 억눌렸던 어느 누군가가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성장한다면, 그건 곧 한국야구 전체의 경쟁력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시행 2회째가 임박한 2차드래프트. 일각에선 신인을 보호선수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도 있고, 확대 개편을 본격적으로 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망주를 많이 보유한 팀은 2차드래프트 확대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아직 시행 초창기이니 한국 실정에 걸맞은 제도 확립이 필요하다.
[2차드래프트서 성공적으로 이적한 이재학(위), 김성배(가운데), 신용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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