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확실히 다른 행보다. 2년 연속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한화 이글스의 전력보강을 위한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당장 어떠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긍정적인 변화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한화는 올 시즌 42승 85패 1무(승률 0.331), 9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최근 2년 연속 최하위도 모자라 프로야구 역대 최초 9위팀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투타와 수비 모두 불안했고, 발빠른 선수도 찾기 힘들었다. 올해 한화에서 두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이는 이학준(16개) 추승우(12개) 이대수(11개)가 전부였다. 전력 보강 없이는 내년 시즌 성적 향상도 사실상 불가능이나 다름없었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면서 김성한, 김종모, 이종범 등 타이거즈 왕조를 이끌었던 이들을 모아 코치진을 꾸렸다. 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투수들이 맘 편히 던질 수 있도록 홈구장인 대전구장 펜스 거리를 늘렸다.
하지만 뚜렷한 전력 보강은 없었다. 장성호(롯데)와의 트레이드로 '루키' 송창현을 받은 게 전부였다. 이를 전력 보강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김태완과 정현석의 복귀 외에는 최하위를 기록한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래서였을까. 한화는 지난 8월 26일 열린 신인드래프트부터 무척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한화 스카우트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10명의 선수를 지명하는 과정에서 '패스'는 물론 '타임'조차 없었다. 그만큼 많이 준비했고, 준비한 대로 됐다. 그럼에도 "선수를 더 뽑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선수를 충분히 뽑지 않아 겪었던 이전의 실패를 답습하고 싶지 않았던 것. 스카우트팀은 이날 드래프트가 끝나기 무섭게 신고선수를 알아보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오프시즌에서 보여준 행보는 더욱 적극적이었다. 전력을 보강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내부 FA 3총사(이대수 한상훈 박정진)는 모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고, 정근우(4년 70억원) 이용규(4년 67억원)를 품에 안았다. 최근 2년간 기동력 부재로 '뛰는 야구'가 쉽지 않았던 한화에 큰 힘이 되는 선수들이다.
마구잡이 영입이 아닌 정말 필요한 선수들을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다. 기동력뿐만 아니라 센터라인 강화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어처구니 없는 수비와 주루사로 경기를 헌납하기 일쑤였던 한화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FA 영입으로 전력 보강이 끝난 게 아니다. 2차 드래프트에도 매우 신중하게 임했다. 한화 스카우트팀은 이미 회의를 통해 선발요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김 감독도 "2차 드래프트에서는 투수 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뜻대로 됐다. 한화는 1, 2라운드에서 모두 투수를 지명했다.
1라운드에서는 최고 구속 148km 직구를 뿌리는 이동걸(전 삼성)을 지명했고, 2라운드에서 이성진(전 LG)를 뽑았다. 한화 스카우트팀은 이동걸에 대해 "장래성이 있는 선발투수다. 힘도 좋다. 스프링캠프 때는 선발로 뛰었던 선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성진에 대해서도 "가장 장래성이 높다고 평가했던 선수를 뽑았다"며 만족해했다. 아직 1군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두 선수지만 마운드가 약한 한화의 팀 사정상 중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내야 보강 움직임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3라운드에서 뽑은 최윤석(전 SK)은 한화가 2차드래프트에서 뽑은 3명 중 가장 낯익은 선수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1군에 모습을 보였다. 최윤석은 당장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있어 2년 후에야 복귀가 가능하다.
물론 당장 쓰기는 힘들다. 그러나 한화의 생각은 다르다. "뽑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는 것. 최윤석은 내야 자원인 오선진, 하주석과 함께 입대한다. 이들이 한꺼번에 돌아오면 다음 세대 내야진을 꾸리기도 한층 수월해진다. "2년 후에는 더욱 탄탄한 내야진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한화 관계자의 설명이다. "2차 드래프트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는 정 팀장의 말에는 다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외국인투수 선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도 끊임없이 고려하고 있다. 그는 "트레이드도 시도해볼 수 있다"면서도 "다른 팀들이 좋은 투수를 내놓을 지는 모르겠다. 우리도 노력해봐야 한다"며 적극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올해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5.31로 이 부문 최하위였다. 정근우-이용규의 영입으로 남부럽지 않은 타선을 갖췄지만 마운드 보강 없이는 성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년 연속 최하위의 불명예를 씻으려는 한화의 전력 보강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선수들의 의지도 남다르다.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선수들은 밤낮을 잊은 채 마무리훈련에 한창이다. 전력 보강을 통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만큼 '변해야 산다'는 걸 확실히 느끼고 있는 모양새다.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강팀을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한화의 적극적인 행보가 반가운 이유다.
[한화 이글스의 전력보강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FA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정근우-이용규.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