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승환은 이제 국내야구에 없다.
오승환(한신)이 국내에 언제 돌아올까. 현 시점에선 기약 없다. 구원투수 지존이 떠난 국내야구. 오승환의 뒤를 이을 강력한 마무리 투수는 누구일까. 아니, 오승환의 아우라를 메워낼 투수가 있을까. 그리고 삼성은 오승환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2014년 국내야구 불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국내에서 오승환의 존재는 특별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불펜 투수들은 대체로 힘겨운 날들을 보냈다. 경기 막판 역전극이 비일비재한 국내야구를 보고 팬들은 짜릿하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믿음직한 셋업맨, 마무리 투수가 부족한 안타까운 현실이 투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오승환마저 떠난 내년 국내야구엔 마무리 대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재 9개 구단 중 확실한 마무리가 있는 팀은 넥센(손승락), LG(봉중근) 정도다.
▲ 오승환 떠난 뒤 국내 최고 마무리는
손승락과 봉중근은 올 시즌 기록에서 오승환보다 한 수 위였다. 손승락은 3승2패46세이브 평균자책점 2.30, 봉중근은 8승1패38세이브 평균자책점 1.33이었다. 4승1패28세이브 평균자책점 1.74의 오승환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누구도 실질적으로 손승락이나 봉중근이 오승환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하진 않았다. 마무리로서의 위압감과 안정감, 경험에서 오승환이 두 사람을 앞섰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떠난 상황에서 손승락과 봉중근이 국내 최고 마무리 경쟁을 할 가능성이 크다. 손승락은 140km대 후반부의 직구와 컷 패스트볼에 올 시즌 염경엽 감독의 권유로 슬라이더와 포크볼까지 던지기 시작했다. 공은 던진 다음 특유의 점프 동작도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손승락은 올 시즌 21세기 들어 오승환 외에는 최초로 40세이브 이상 기록한 투수가 됐다. 내년이면 그의 나이 32세. 야구선수로서 전성기다.
봉중근은 올해 풀타임 마무리 첫 시즌을 보냈다. 선발 시절 너클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했던 그는 올 시즌 직구의 위력을 극대화했다. 왼손 마무리로서 날카로운 1루 견제 능력도 여전하다. 봉중근은 올 시즌 역대 LG 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내년이면 그의 나이 34세. 끝없는 배움의 자세로 국내 최고 마무리에 도전장을 던진다.
오승환의 국내통산 277세이브도 당분간 고정된다. 오승환은 현재 국내 통산 최다 세이브 1위다. 두산 정재훈이 135세이브로 내년에 한국에서 뛰는 현역 투수 중 최다 세이브 1위 투수가 된다. 국내 통산 8위다. 뒤이어 손승락이 122세이브로 10위, 정대현이 101세이브로 13위다. 당분간 오승환의 기록을 깰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 오승환 없는 삼성의 대안은
역시 가장 급한 팀은 삼성이다. 삼성은 최근 끝난 아시아시리즈서 안지만을 마무리로 썼으나 오승환보단 안정감이 약간 떨어졌다. 안지만의 마무리 이동으로 심창민이 메인 셋업맨을 맡자 삼성이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현란한 불펜 옵션이 줄었다. 내년엔 권오준이 돌아온다고 하지만,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장담할 수는 없다. 간단한 수술을 받는 권혁 역시 최근 침체를 털어낼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아시아시리즈서 좋은 모습을 선보였던 백정현과 박근홍, 김현우 등이 필승조로 한 시즌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한 야구관계자는 “오승환의 공백은 단순히 오승환 1명 이상의 공백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오승환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한결같이 오승환이 마운드에 풍기는 위압감 그 자체에 짓눌리는 경우가 많았다. 타자 입장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돌직구를 뿌려대는 오승환에 위축돼 좋지 않은 결과를 냈다.
그러나 타자들 입장에서는 오승환이 없다면 삼성 불펜도 해볼만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심리적인 부담감이 확 줄어든다. 가뜩이나 올 시즌 삼성 마운드는 예전보다 다소 약했다. 삼성 불펜 투수들은 내년부터 타자들과의 기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과제도 안았다. 확실히 삼성 불펜이 내년엔 실험대에 오른다.
▲ 국내야구 마무리 대란 오나
오승환의 일본진출은 곧 국내야구 전체적인 뒷문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칫 마무리 대란 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오승환의 뒤를 이을 강력한 마무리 투수를 발굴하는 게 한국야구의 과제로 떠올랐다. 손승락과 봉중근으로는 부족하다. 야구에서 강력한 토종 에이스만큼이나 영향력이 큰 게 마무리투수다. 에이스는 외국인투수로 대체할 수 있지만, 마무리는 그렇지도 않다. 쓸만한 토종 마무리를 키워내지 못하는 팀은 매년 뒷문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국내야구의 전체적인 품질과도 연관된 문제다.
오승환의 강력한 돌직구를 당분간 국내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국내 지도자들은 또 다른 오승환을 발굴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일 태세다. 오승환은 한신 입단 소감에서 “선수로서의 마지막 공은 꼭 삼성에서 던지고 싶다”라고 했다. 오승환이 훗날 삼성에서 마지막 공을 던질 때 국내에 오승환에 버금가는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발굴된다면, 한국야구는 오승환을 편하게 보내줄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 데뷔하기도 전인 지금도 오승환을 그리워하는 팬이 많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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