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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풍월주', 초연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찾아왔다.
뮤지컬 '풍월주'는 신라시대 높은 신분을 가진 여자들을 접대하는 운루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남자 기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우정과 사랑을 넘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애틋한 감정을 지닌 열과 담, 그런 두 사람의 사이를 질투하며 열의 진짜 사랑을 원하는 진성여왕의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 처절함이 드러난다.
2013년 재연된 '풍월주'는 초연과 비교해 무대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꼬여버린 관계와 신분의 차이가 드러났던 초연의 계단식 무대는 더 넓은 무대로 대체됐다. 경사진 무대 위 회전 무대는 시각적 효과를 더해 '풍월주'만의 아련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열과 담 뿐만 아니라 진성여왕의 존재도 더욱 커졌다. 앞선 재연에서도 진성여왕은 천하를 가진 여왕임에도 불구 열 앞에서는 작아져 버리는 여인의 모습으로 관객들 마음을 아리게 했다. 이같은 진성여왕의 내면적 연기가 재연에서 더욱 강조되며 극 후반부로 갈수록 진성여왕의 상처가 좀 더 강하게 그려진다.
진성여왕의 내면이 폭발하는 것은 한 남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뿐만이 아니다. 여왕의 자리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피를 보는 그녀는 그로 인해 위협 받고 뒤에선 원하지 않는 조롱을 당한다. 얼굴에는 상처와 진물 투성이고 마음 역시 지칠대로 지쳤다. 그렇게 지쳐 있는 진성여왕의 마음 속에 잡힐듯 잡히지 않는 열이가 들어온 것. 이에 진성여왕의 아픔은 더욱 깊어진다.
열과 담 역시 우정과 사랑 사이의 오묘한 감성을 드러낸다. 담은 힘들었던 어린 시절 자신에게 손을 내민 열에 대한 고마움으로 사랑 이상의 감정을 갖는다. 열 역시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함께 자란 담이에게 우정과 사랑, 나아가 형제애를 느끼며 끝까지 의리를 지키려 한다.
결국 현실 앞에 두 사람은 비극적인 상황을 맞게 되지만 현실적인 제약과 우정과 사랑을 넘어선 감정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은 더욱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와 관련, 이종석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사람의 위치를 떠나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수평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수평적인 사랑을 그리며 그 안에 속해 있는 우정과 의리를 그리는 셈이다.
이미지에 공을 들인 무용과 배경 역시 '풍월주' 재연을 보는 묘미다.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한 무대와 아련한 감성을 부각하는 촛불, 배우들의 적절한 무용은 이야기 자체를 넘어 이미지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초연 당시 관객들 귀를 사로잡았던 넘버 역시 여전히 감성적이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풍월주'의 감성을 전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열 역을 맡은 정상윤와 조풍래, 사담 역 신성민과 배두훈, 진성여왕 역 김지현과 전혜선이 깊은 내면 연기로 관객들을 울린다. 운장 역 임현수, 최연동이 극의 중심을 잡고 궁곰 역 김보현, 여부인 역 이민아, 진부인 역 김지선이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편 뮤지컬 '풍월주'는 오는 2014년 2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풍월주' 공연 장면.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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