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야구판 만큼 개명이 잦은 곳도 드물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준 이름을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반인들의 경우 주변에서 개명한 친구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야구선수들 사이에서는 개명이 크게 특이한 일은 아니다. 팀마다 적어도 2~3명 정도는 있다. 일반인들의 경우 주변의 놀림으로 인한 개명이 가장 많다고 하지만, 야구선수들은 조금 다르다. 야구선수들에게 개명은 직업적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절박한 마음이 담겨 있는 적극적인 시도다.
프로야구선수 개명의 시초는 아니지만, 이러한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선수는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이다. 손광민이라는 이름으로 살다 2009년에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손아섭은 개명 이후 잘 풀린 대표적인 케이스다. 개명보다는 본인의 부단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손아섭은 개명 이후 4년 연속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고, 국가대표로도 거듭났다.
최근에도 개명한 선수들의 소식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최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KIA로 옮기게 된 우완투수 김상현은 지난 7월에 얻은 김태영이라는 이름으로 다음 시즌부터 활동한다. 새로운 팀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시즌에 새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입는 김태영은 타자 김상현(SK)과의 혼동도 피할 수 있다.
혹독한 가을야구 데뷔 무대를 거친 넥센의 외야수 장기영도 다음 시즌부터는 장민석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같은 팀의 투수 장시환 역시 장효훈이라는 이름을 뒤로 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2차 드래프트 전체 1지명으로 KT 위즈로 둥지를 옮긴 우완투수 김주원도 개명파다. 김주원이라는 이름은 지명 당시 모든 이들에게 낯설었지만, 탄탄한 체격을 가진 개성고 출신의 우완투수라는 설명을 곁들이자 김민식이 개명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고, 그 예상이 맞았다.
야구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프로선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에 오기 전에 개명하는 사례도 있다. LG에 입단해 퓨처스리그에서 1년을 보내고 경찰청 입대 예정인 내야수 강승호는 천안북일고 시절 이정훈 감독의 권유로 강산에서 강승호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모두가 손아섭처럼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름까지 바꾸려 하는 이들의 노력은 야구를 조금이라도 잘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는 점에서 야구를 보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다음 시즌 새로운 개명 스타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손아섭(위)-김태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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