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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가수 데니안이 케이블 채널 XTM ‘탑기어 코리아 시즌5’(이하 탑기코5) 촬영 중 차량이 반파되는 사고를 겪은 사실이 마이데일리 단독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하지만 제작진은 해당 방송을 통해서 사고 사실을 공개하지 못했다. “비가 갑자기 내려서 배틀이 중단됐다”고 숨기기에 급급했다.
사고 사실이 알려진 직후, 다수 네티즌들은 사고 사실을 숨긴 ‘탑기코5’ 제작에 대해 책임론을 거론하는 등, 비난 여론이 드세다. 일부에서는 사고 사실까지 프로그램으로 공개하는 영국판 ‘탑기어’와 비교하면서 차이점을 열거하고 있다.
실제로 원조인 영국판 ‘탑기어’에서는 운전 중 사고 사실이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공개된다. 한 MC는 촬영 중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수 개월간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가 하면, 영불 해협을 자동차로 횡단 하던 중 차가 침수되는 사고까지 공개된다.
하지만 ‘탑기코’는 이번 사태에서 보듯 차가 파손되는 사실을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는다. 이는 국내 제작 여건상 사고가 나가는 모습을 공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고 사실 공개와 별개로 ‘탑기코’는 차량 칭찬 일색이라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차의 제대로 된 평가 보다는 차량의 스펙 및 장점 열거에 혈안이 돼 있다. 그나마 공인된 레이서이자 ‘탑기코’ 터줏대감인 김진표가 차량에 대한 단점 및 유념해야 할 점을 중간중간 언급하는데 그친다. 실제로 시즌을 거듭할수록 ‘탑기코’는 장점에는 후해지고 단점은 숨기고 있다.
그렇다면 ‘탑기코’는 왜 영국판 ‘탑기어’ 처럼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영국과 달리 한국은 전적으로 메이커의 지원 혹은 동호인을 통한 차량 대여에 의존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30년 넘는 세월 동안 공영방송인 BBC에서 제작되는 ‘탑기어’는 모든 차량을 직접 구입 해서 촬영을 진행한다. 이로 인해 ‘탑기어’는 차량에 대한 비난 및 결함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꼰다. 국내에서는 고급차량의 대명사인 BMW 차량에 대해서도 “편집증이 있는 얌전한 사람들이나 모는 차”라고 비꼬는가 하면, 포드 머스탱에 대해서는 “하체가 부실한 차”라고 직설적인 단점을 얘기하곤 한다.
반면 ‘탑기코’는 제작비의 한계로 인해 차량을 구입하는 ‘통큰’ 투자는 하지 못한다. 한정된 제작비로 인해 제작진은 메이커나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 소유주의 지원이 뒷받침 되야 한다.
메이커나 개인이 선의로 빌려준 차량이 방송을 통해 ‘못쓰는 차’로 언급되면 어떨까? 향후 제작 지원은 물론 수십개로 압축된 대형 메이커들에 이 같은 소문이 퍼지면 ‘탑기코’의 존폐까지 거론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즌 1과 2에서 ‘탑기코’ 제작진은 국내 양산차의 장단점을 열거한 바 있다. 웃고 넘어갈 수도 있는 정도의 단점이었지만, 메이커 관계자들에게는 입안의 가시가 됐다. ‘탑기코’는 이후 해당 메이커의 차량 자체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MC 김진표는 시즌 1부터 “차량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얘기하겠다”고 공언하곤 했다. 하지만 ‘탑기코’는 차량 지원이라는 근본적인 한계점을 넘지 못하면서 영국판 ‘탑기어’ 와는 궤를 달리한 프로그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로터스 에보라의 사고 사실이 방송을 통해 나가지 못한 것 또한 십분 이해가 간다. 운전미숙이건 차량 결함이건 프로그램을 통해서 파손된 차량의 모습이 나가는 것은 ‘탑기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서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판 ‘탑기어’ 또한 차량결함으로, 혹은 노면 상태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곤 했다. ‘탑기코’가 존재하는 한 사고는 언제든 있을 수 있다. 사고 모습을 공개할 수 없던 제작진의 상황 또한 십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번 데니안의 사고처럼 숨기고 넘어가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차라리 새로운 방송 분을 제작하거나 사고 사실을 MC 멘트를 통해서라도 언급하는 것이 '탑기코'가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하는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아닐까?
[차량 반파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탑기코’의 로터스 에보라 방송분. 사진 = XTM방송화면]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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