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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지난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며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드러낸 연극 '필로우맨'(연출 변정주)의 신선한 충격은 계속된다.
천재작가 마틴 맥도너의 연극 '필로우맨'은 참혹한 아동 살인사건에 얽힌 작가의 끔찍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작가와 형의 잔혹한 어린 시절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필로우맨'은 노네임씨어터컴퍼니가 연극 '스테디 레인'과 시리즈로 엮어 선보이는 내러티브 시리즈 작품 중 하나. '스테디 레인'이 말과 이야기의 파워를 증명한다면 '필로우맨'은 이야기 그 자체를 파고든다.
취조실에 끌려온 작가 카투리안은 자신이 왜 아동살해사건에 연루됐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여기에 옆방에는 지적장애를 가진 형까지 끌려와 있으니 사건의 진상을 알지 못해 몰려오는 공포감은 상당하다. 형사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강력히 전해봤자 말은 통하지 않고 그렇게 사건은 시작된다.
이후 아동살해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카투리안은 물론 관객들까지 충격에 휩싸인다. 이 과정이 점점 조여오는 나사와 같아 관객들 역시 숨죽인 채 무대를 응시하게 된다. 지난해 소극장에서 공연됐을 당시 관객들이 관람 후 기운이 빠진다는 평을 했을 정도로 극 자체가 주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아동살해사건과 함께 형제의 과거, 그 안에 형제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자신의 이야기만은 버려지지 않길 바라는 카투리안이 작품을 설명하고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과정은 충만한 상상력을 통해 동화 같이 아름답게 그려지기도, 살인 사건 만큼 끔찍하기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에게 이야기는 단순한 작품이 아닌 사건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이다.
점점 조여오는 만큼 점점 드러나는 실체는 관객들을 흥미롭게 한다. 극이 주는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예술적 쾌락이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것. 블랙 코미디인 만큼 무거운 압박과 함께 웃음 코드가 깔려 있어 '필로우맨'의 작품성을 높인다.
또 비극적이면서도 긴장 가득한 인물의 이야기는 관객들로부터 슬픔마저 느끼게 한다.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소 묘한 작품색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 역시 '필로우맨'의 극 분위기를 이끌며 관객들을 쥐락펴락 한다. 2007년 초연 당시에도 연기파 배우 최민식 주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만큼 '필로우맨'의 배우들은 그야말로 무대를 꽉 채운다.
이번 공연에서는 2012년 공연 당시 호평을 얻었던 카투리안 역 김준원, 투폴스키 역 손종학을 비롯 에리얼 역 정태민, 마이클 역 홍우진이 합류해 각 장면마다 환상의 합을 자랑한다. 차차 진실이 밝혀지고 각 인물의 상처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이들의 노련한 연기는 빛을 발한다.
지난해 공연과 비교해 무대 및 소품, 영상 등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소극장에서 중국장으로 무대를 옮기며 스토리 라인은 더욱 매끄러워졌고 극이 주는 압박감은 더 강해졌다.
한편 연극 '필로우맨'은 오는 12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공연된다.
[연극 '필로우맨' 공연 이미지. 사진 = 뮤지컬해븐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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