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NBA, 가보고 싶긴 하죠. 지금은 말도 안 돼요.”
올 시즌 프로농구 핫 아이콘은 단연 김종규(LG)다. 김민구(KCC), 두경민(동부)과 함께 경희대 전성시대를 이끌었으며, 대학 시절부터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김종규는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서 전체 1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데뷔 첫 시즌.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있다. 김종규는 29일 현재 11경기서 평균 9.2점 6.3리바운드 1.0블록을 기록 중이다. 김종규가 프로에서 어떤 마인드를 갖고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지난 24일 오후 LG 숙소 및 연습장이 있는 방이동 LG전자 체육관을 찾았다.
▲ 할 게 너무 많은 김종규, 쉴 시간이 없다
김종규를 찾은 24일은 LG 선수단이 외박을 마치고 복귀하는 날이었다. 김종규는 외박을 하지 않고 숙소에 머물렀다고 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할 게 너무 많아서 나가서 뭘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라고 했다. 김종규는 단순한 역할만 소화했던 대학 시절과는 달리 프로에서 적응할 게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김종규의 팀 공헌도가 높다고 말한다. 실제로 김종규는 KBL이 산정하는 공헌도가 226.90으로 전체 53위다. 주전 치고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신인으로만 한정하면 김민구(438.38)에 이어 단연 2위다. 김민구와의 격차가 제법 나지만, 빅맨은 가드에 비해 새로운 팀에서 적응 해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많다. 당연히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김종규는 경희대 시절 ‘받아먹기’만 했다. 장기인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속공 마무리를 하고 골밑에 자리를 잡은 뒤 김민구와 두경민의 패스를 받아 골밑 득점만 했다. 그렇게만 해도 대학 넘버 원 빅맨이었다. 프로는 다르다. 자신보다 운동능력과 체격조건이 좋은 외국인 빅맨이 즐비하다. 센스와 스피드, 노련미를 갖춘 선수도 많다. 이젠 단순한 역할만을 소화해선 안 된다.
김진 감독은 “종규는 여전히 프로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시간이 걸린다”라고 했다. 김종규 역시 “팀 디펜스가 몸에 익어야 한다. 용병을 막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상대 빅맨들이 자꾸 나를 외곽으로 불러낸다. 이때 따라나가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익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김종규가 골밑에 도움수비를 가기가 힘들다. 상대는 공격이 수월해진다. 또한, 김종규가 외곽에 나올 때 상대가 수비를 포기하고 다른 선수에게 도움수비를 가기 때문에 팀 오펜스 자체가 힘겨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김종규는 공격에선 적극적으로 중거리슛을 시도한다. 수비에선 김 감독과 강양택 코치의 집중지도를 받으면서 세밀한 테크닉을 보완해나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벌크 업도 필요하다. 그의 웨이트는 다소 빈약하다. LG는 김종규의 성장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개인교습은 물론이고, 여전히 세부적인 움직임에 취약하고 투박한 농구를 하는 김종규에게 매 경기 30분 내외의 출장 시간을 보장했다. 김종규는 “대학 시절과는 달리 폭넓은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하다. 프로에선 상대에 따라 전술이 바뀌기 때문에 준비할 게 많다. 외박을 나갈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라고 웃었다.
▲ 공부하기 싫어서 시작한 농구, 이젠 술도 안 마신다
김종규는 성남초등학교 시절 농구공을 잡았다. “공부하기가 싫었다. 물론 달리기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처음엔 전문적으로 농구를 할 것이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중학교 때까진 공놀이를 한 것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자연스럽게 접한 농구. 낙생고 시절 천정열 코치(KCC)의 지도로 포워드로 뛰었던 그는 대학 입학 이후 본격적으로 정통센터의 길을 걸었다.
김종규의 부모는 아들이 농구하는 걸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부모님이 천안에서 생선구이 집을 한다”라고 했다. 먹성 좋기로 유명한 김종규. 그의 부모는 천안에서 서울 숙소까지 김장 김치를 갖다 주기 위해 직접 달려오기도 했단다. 김종규는 “민구와 삼겹살 10인분 정도는 거뜬하게 먹는다”라고 했다. 단, 요즘 술은 먹지 않는다고 한다. 김종규는 “몸을 만들어야 하고 절제해야 한다. 아직 프로에 들어와서 술을 먹은 적이 없다”라고 했다.
김종규에게 여자친구 얘기를 꺼내자 우물쭈물 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라며 웃었다. 있긴 있는데 현재는 관계가 소원한 상황이라고 정리하면 될 것 같다. 그는 “솔직히 여자를 만날 시간이 없다. 외박 때도 나가서 밥 한 그릇 먹거나 나가지 않을 때가 많다”라고 했다. 지금 김종규는 농구밖에 모르는 남자다.
▲ 김주성의 조언, 주위에서 하는 말 신경 쓰지 마라
오늘날 김종규가 그냥 만들어진 선수는 아니다. 특히 경희대 최부영 감독은 김종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최 감독은 오늘날 김종규를 길러낸 스승이다. 최 감독은 대학 최고의 명장이지만, 한편으로 선수를 혹사시킨다는 평가도 받는다. 김종규는 “그렇지 않다. 항상 내 몸 상태를 체크하고 기용했다. 요즘도 가끔 통화를 한다. 잘 하라고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 무서운 분이지만 정이 많다.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지금 부족한 기술을 더 연마하고 싶다”라고 했다.
김종규에게 성인대표팀 유니폼을 처음으로 입혀준 감독은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었다. 유 감독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사령탑 당시 김종규를 미국 로스엔젤레스 전지훈련까지 데려갔다. 김종규는 당시 대표팀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으나 이후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종규는 “유 감독님께 배운 게 너무 많다. 스텝 활용과 훅슛을 마스터하면 국내에서 날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고 하셨다”라고 회상했다.
3년 뒤. 김종규는 유 감독과 재회했다. 유 감독은 “너 숙제를 반만 했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만수’ 유 감독을 속일 순 없었다. 훅슛은 늘었지만, 골밑에서의 유연한 스텝은 여전히 부족한 부분. 지금 LG에서 연마해야 한다. 유 감독은 김종규에 대해 느낀 점을 김진 감독에게도 털어놨다고 한다.
김종규는 “롤 모델은 주성이 형이다”라고 했다. 김종규는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했다. “얼마 전 동부와 게임을 했다. 주성이 형이 주위에서 하는 조언에 전부 신경을 쓰진 마라고 했다. 주성이 형은 ‘천천히 하나씩 배워가는 게 중요하다. 1년에 기술 하나씩만 배우면 3~4년 뒤엔 엄청 달라질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 역시 김종규가 프로에서 성공하려면 김주성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 NBA? 지금은 말도 안 된다
얼마 전 김민구가 NBA에 가도 될 실력이 된다는 KCC 척 퍼슨 코치의 코멘트가 크게 보도됐다. 립 서비스가 섞여 있긴 했어도, 김종규에게도 꽤 인상깊은 코멘트였던 모양이다. 김종규는 “그 기사를 봤다. 민구라면 NBA에 가도 통할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농구의 경사다”라고 웃었다. 그렇다면 본인의 NBA 진출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김종규는 “솔직히 NBA에 가보고 싶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말도 안 된다. 여기서 배우고 적응해야 할 게 너무나도 많다”라고 했다.
김종규는 갈 길이 멀다. 당장 NBA 진출은 무리다. 먼 훗날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건 김종규는 경기를 치르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진 감독은 “그 키(207cm)에 그 정도의 탄력과 스피드를 갖춘 빅맨은 흔하지 않다”라면서 김종규를 제대로 키울 것임을 선언한 상태다.
LG에 김종규의 경희대 선배가 많다. 김종규는 “선배들이 많이 도와준다”라고 했다. 또한, 김종규는 “인터넷 기사 댓글은 잘 보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주변의 일희일비에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갈 길만 가겠다는 굳은 의지다. 김종규에게 당장 NBA는 말도 안 되지만, KBL 신인왕, 시즌 MVP를 시작으로 조금씩 목표를 높게 잡으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무엇보다도 김종규의 잠재력이 무한대라는 게 농구 팬들을 흥미롭게 하는 요소다.
[김종규. 사진 =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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