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더 뽑고 싶은데 사람이 없네.”
국내야구에 바야흐로 코치대란 시대가 도래했다. 9구단 NC에 이어 10구단 KT도 내년에 퓨처스리그서 데뷔한다. 코치를 할만한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는 늘어났다. KT는 올 시즌 직후 다른 팀과 계약이 끝난 코치들을 우선적으로 인선했다. 사실 타 구단의 동의를 얻어 영입한 코치도 다수였다. 그럼에도 조범현 감독은 “몇 명 더 뽑아야 한다”라고 했다.
코치는 1년 단위로 움직인다. 매년 팀을 옮기는 코치가 나오는데, 구단 입장에서 입맛에 맞는 코치는 많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감독이 원하는 코치는 팀을 옮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유능한 코치를 보유한 구단은 쉽게 타 팀에 내주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국내에는 여전히 ‘000사단’이란 개념이 있는데, 감독 혹은 거물급 코치의 이동에 따라 함께 이동하는 케이스가 발생한다. 구단 입장에선 그 빈자리를 또 다른 코치로 메우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 코치도 전문화 시대, 경쟁률 높아진다
현재 국내 10개구단 중 코치를 가장 많이 보유한 팀은 삼성이다. 삼성은 1,2,3군과 재활군까지 포함해 코치들만 총 20명이 넘는 수준이다. 삼성은 류중일 감독 부임 후 계속해서 코치 수를 늘렸다. 다른 팀들이 스토브리그서 FA 영입에 집중할 때 삼성은 좋은 코치를 영입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좋은 코치 하나 열 선수 부럽지 않다’는 게 삼성의 신조다. 좋은 코치가 좋은 선수를 여럿 키우면 결국 그게 대형 선수 1명보다 남는 장사라는 의미다.
삼성은 류 감독 부임 이후 외부 FA 영입보다 좋은 코치와 함께 체계적인 선수 육성시스템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 2군에도 투수, 타격, 수비, 배터리, 컨디셔닝, 불펜, 코치를 모두 갖췄다. 3군과 재활군 역시 마찬가지다. 류 감독은 “2군에선 코치와 선수가 1대1 맞춤식 훈련을 해야 성장한다”라면서 1군보다 2군, 3군 코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코치가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삼성이 통합 3연패에 성공하면서 다른 팀들 역시 코치를 좀 더 많이 뽑으려고 하는 분위기다.
마무리 훈련이 끝난 시점. 코치 이동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최근 두산이 김진욱 감독을 경질했고 송일수 감독 체제로 정비하면서 두산발 코치 대이동이 일어날 것이란 말도 들린다. 삼성도 류 감독 재계약 협상을 마무리 짓는대로 코치를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더구나 KT가 1군에 합류할 2015년엔 코치 품귀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 코치들, 전문성 높여야 살아남는다
코치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능력 위주의 인사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게 야구인들의 지적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000사단의 단점이다. 누가 봐도 능력이 떨어지고 옛날 것만을 고수하는 코치가 있는데 버젓이 1군에 머무른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때문에 정작 능력 있는 재야의 코치가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다. 또한, 구단들이 컨트롤하기 쉬운 젊은 코치를 선호한 나머지 베테랑 코치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000사단이 여전한 상황에서 너무 한 팀에 오래 있으면 코치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팀을 너무 자주 옮기는 이미지가 있는 코치 역시 안정적으로 코치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어느 회사가 직장을 자주 옮긴 회사원을 경력 사원으로 받아주겠나”라고 했다. 결론은 능력. 전문성이다. 코치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코치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를 위해 전문적인 코치 양성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진 코치가 해외 연수를 받고 곧바로 프로팀에 합류하는 게 보통이었다. 중, 고등학교 코치는 현역 은퇴 후 곧바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래서는 전문성 확립이 어렵다. 심판 사관학교처럼 코치 사관학교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했다. 체계적으로 코치를 교육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능력 있는 코치가 양성되고, 능력 있는 코치가 많이 배출돼야 한국야구 수준이 올라간다.
▲ 코치들 애환을 헤아리자
코치는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팀과 선수가 잘 나가면 선수와 감독이 주목 받는다. 하지만, 선수가 부진할 경우 책임은 코치에게 넘어온다. 코치는 때로는 자신보다 나이 어린 감독에게 싫은 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 선수의 기량을 업그레이드 하지 못하면 책임감에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
경기 후 공복에 소주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달래고, 흡연량도 늘어난다. 건강에 적신호가 찾아온다. 지방구단 모 코치는 “종합검진을 했는데 고혈압에 당뇨도 있더라. 곧바로 담배를 끊었다. 밤에 술을 먹으니 자꾸 배만 나와서 큰일이다”라고 토로했다. 예전에 뇌출혈로 쓰러졌던 KIA 김동재 전 코치도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프로팀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가 지금은 그만 둔 한 야구인은 “코치는 절대로 빛을 볼 수 없는 위치다. 잘 하면 본전, 못하면 동네북”이라고 했다.
코치들의 봉급은 최소 5~6000만원에서 1억원~1억5000만원 수준이다. 업무량과 스트레스에 비하면 박한 편이다. 40대 직장인이 대기업에서 과장 혹은 차장을 하며 받는 몸값보다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 비하면 좋지 않은 대우인 것만은 확실하다. 더구나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직업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다. 좋은 선수를 여럿 키워놓아도 팀 성적이 부진하거나 감독이 잘릴 경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때문에 최근엔 은퇴 후 직업으로 코치를 선호하지 않는 선수도 많다. 은퇴하기 직전에 연봉 3~4억원을 벌었던 선수도 은퇴 후 코치를 시작하면 3~4000만원으로 몸값이 떨어진다. 현역 시절 바라본 코치들의 얼굴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걸 잘 아는 은퇴선수는 야구와는 전혀 다른 길을 찾기도 한다. 야구를 잘 했던 선수가 지도자에 입문하지 않는다면 한국야구 발전에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현대야구는 점점 코치에게 원하는 게 많아진다. 그러나 수요는 부족하고 전문성을 채울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코치로 살아가는 인생이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국내야구계가 코치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코치들의 가치와 위상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한국야구 발전 역시 요원하다.
[위에서부터 삼성 코치진들, 두산 정명원 투수코치, LG 김무관 타격코치, NC 전준호 주루코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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