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솔직히 황당하죠. 한국농구를 무시한 것 같아요.”
하나외환 김정은이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외국인선수 모니카 라이트의 4일 무단 이탈. 선수단은 충격을 뒤로하고 삼성생명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김정은은 “여자 선수들은 분위기에 많이 휩쓸린다. 신경을 최대한 쓰려고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솔직히 황당하다. 한국농구를 무시한 것 같다. 일이 있으면 감독님과 구단에 정식으로 얘기하면 되는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동기 감독은 “모니카의 대체 선수를 빨리 찾아야 한다. 나키아 샌포드 혼자 40분을 뛰니까 과부하가 온다”라고 했다. 하나외환은 승리는 거뒀지만, 손해도 봤다. 샌포드는 37세의 노장이다. 라이트가 외국인 2번 옵션으로서 샌포드의 체력을 세이브하면서 다양한 효과를 파생했지만, 라이트의 퇴단으로 당분간 샌포드의 체력 문제가 만만찮을 전망이다.
▲ 모니카 라이트, 결국 향수병이었다
모니카 라이트의 무단 이탈은 야반도주다. 부상에 의한 사유가 아니다. 아버지가 위독해 올스타브레이크 기간에 휴가를 받았으나, 이번 이탈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구단 내부에선 향수병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본다. 조 감독은 “꾸준히 면담을 했는데 유독 팀 적응을 어려워했다”라고 털어놨다. 김정은도 “어설픈 영어로 다가서긴 했는데 외로워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외국인선수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낯설다. 한국 특유의 합숙문화에도 익숙하지 않다. 외국인선수가 일단 한국에 오면 실력 발휘를 하기 전에 적응 자체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 KBL, WKBL 외국인선수들은 선수단과는 따로 떨어져서 생활한다. 구단이 나름의 자율을 허락한 것인데, 이마저도 힘겨워 하는 외국인선수가 있다. 구단 차원에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현재 WKBL 외국인선수들에겐 구단 통역과 동료 외국인선수만이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KB에서 뛰었던 리네타 카이저 역시 태업 논란 끝에 퇴출됐는데, 근본적으로 한국리그 부적응의 결과였다.
▲ WKBL 외국인선수 교체규정, 너무 허술하다
여자프로농구 외국인선수 제도는 지난 2012-2013시즌에 5년만에 재도입됐다. 1명 보유 1명 출전에서 올 시즌엔 2명 보유 1명 출전으로 변경됐다. 그런데 현재 WKBL 규약엔 외국인선수 관련 규정이 너무 허술하다. WKBL 규약 제5장 제2절 제87조엔 외국인선수 정의가 나와있다. “외국인 선수는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지 않고, 해외동포선수로 분류되지 않은 선수로서 WKBL 외국인 선수등록규정에 의하여 등록한 선수를 말한다”라고 명시됐다.
제97조엔 외국인선수 자격이 나와있다. “국내 일류급에 해당하는 외국 국적 소유자로서 우리나라 농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다음 각 호의 자격이 있는 자를 말한다. 1. 고교 졸업 예정자 2. 고교 졸업자 또는 그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자”라고 명시됐다. 이 외엔 따로 외국인선수 규정이 없다. 다만, 월봉은 3만달러이고, WKBL 지정병원에서 부상을 확인했을 경우 잔여 연봉을 지급한다.
전반적으로 외국인선수 규정 자체가 너무 허술하다. 특히 교체 규정은 특별하게 정해진 것 자체가 없다. WKBL은 외국인선수가 부상을 입어 시즌 아웃이 될 경우 8주 진단 이하가 나왔다면 구단에서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하고, 8주 이상일 경우 WKBL이 구단과 분납한다. 기량 미달, 혹은 부상에 의해 교체를 몇 차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참고로 KBL 외국인선수는 기량미달로 2회, 부상으로는 제한 없이 대체 선수 영입이 가능하다.
WKBL 양원준 사무국장은 “외국인선수 교체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라면서도 “여자농구는 남자와는 달리 외국인선수 자체가 적다. 따로 교체 규정을 두기도 쉽지 않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안으로는 부당한 이유로 계약을 파기한 선수에게 벌금을 물리는 등의 조치가 거론된다. 이럴 경우 잔여 연봉 처리 및 신분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유권해석이 필요하다. 일단 하나외환은 라이트에게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을 계획이다.
[모니카 라이트.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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