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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말 괜찮을까.
오승환의 4일 한신 입단식. 약 100명의 한국, 일본 기자들이 일제히 오승환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내년 시즌 목표가 무엇입니까?” “후지카와의 기록에 도전할 겁니까?” “가장 경계하는 타자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요미우리 아베를 어떻게 막을 겁니까?” “이중 키킹 동작을 지적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구종을 늘릴 생각은 없습니까?”등 구체적이고 허를 찌르는 질문도 있었다.
수 많은 질문에 대한 오승환의 답변은 결국 하나로 모아졌다. ‘마이웨이.’ 오승환이 오승환의 방식대로 일본 정복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오승환은 “리그가 달라졌다고 해서 내 스타일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마운드에서의 마음가짐, 기술적인 부분 모두 삼성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한신으로 간다.
▲ 철저한 팀 정신, 오승환은 한신맨이다
최근 백인천 은퇴선수협회 명예회장은 “오승환이 철저히 한신의 팀원이 돼야 한다. 한국 선수라는 생각을 잊어야 한다”라고 했다. 외국인선수 신분을 내세우지 말고 동료를 배려해야 동료도 오승환을 팀의 일원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오승환도 “내가 몇 세이브를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선발투수의 승리를 지켜준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라고 했다.
철저히 팀에 녹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오승환은 세이브 개수도, 후지카와의 일본 한 시즌 최다 46세이브 기록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마무리는 1이닝씩 던지는 게 이상적이지만, 팀이 원한다면 6경기 연속 등판도 가능하다. 3~4이닝을 던진 적도 있었다”라고 했다. 무한 연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런 오승환을 바라보는 나카무라 단장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피어났다.
오승환의 이런 자세는 전혀 놀랍지 않다. 삼성 시절부터 이런 마인드로 뛰어왔다. 언제나 자신보단 팀 우승을 위해 헌신했던 오승환이다. 그렇게 1세이브, 1세이브가 적립됐고, 결국 국내 최다 세이브 기록과 단일 시즌 아시아 최다 47세이브 기록도 갖게 됐다. 오승환이 입단식에서 이런 마인드를 보여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한신도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한신과 코드가 잘 맞아떨어질 조짐이다.
▲ 직구+슬라이더 조합으로 간다
오승환은 “직구, 슬라이더 투 피치 조합으로 간다. 상황에 따라서 구종을 늘릴 수도 있지만, 일단 기존의 스타일을 일본에서 바꿀 생각은 없다”라고 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오승환의 구위 자체는 일본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본다. 이는 일본 현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오승환의 변화구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확실하게 떨어지는 공이 있는 게 좋다”라는 의견도 있다.
오승환이 구사할 수 있는 구종 자체가 직구와 슬라이더만 있는 건 아니다. 오승환은 삼성 시절에도 직구, 슬라이더 외에 컷 패스트볼을 간간이 구사했다. 최근엔 많이 던지지 않았지만, 한 때 느린 커브를 구사하기도 했다. 슬라이더와 컷 패스트볼이 확실하게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는 아니다. 최근엔 변형된 그립으로 슬라이더를 종으로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슬라이더는 횡으로 휘는 구종이다. 컷 패스트볼은 직구와 비슷한 스피드로 날아가다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갑작스럽게 휘어지는 구종이다.
일본에서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건, 근본적으로 종으로 떨어지는 공이 횡으로 떨어지는 공보다 배트에 맞을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타자의 방망이는 공의 궤적과 사선을 이루는데,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야 배트에 닿는 면적이 줄어든다. 국내에선 큰 문제가 없었으나 일본 타자들의 정교한 타격이 국내보다 한 수위라고 감안하면 일각에서 걱정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오승환은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기본적으로 직구 자체로 일본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직구로 주도권을 잡으면 유인구 승부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또한,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이기 때문에 노출 빈도가 낮다. 상대가 오승환의 특성을 파악한다고 해도 실제로 적응하는 데는 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일전에 마해영 XTM 해설위원은 “오승환을 뻔히 알아도 1년에 고작 몇번 상대하겠나. 공략하는 게 쉽지 않다”라고 한 적이 있다. 오승환도 분명 믿는 구석이 있다.
▲ 이중 키킹 동작은 문제 없다
오승환의 투구폼은 특이하다. 처음 본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다. 와인드 업 후 자유 발인 왼발을 내딛을 때 한번 공중에 차는 동작을 취한 뒤 반 박자 정도 늦게 뻗는다. 이게 프로 데뷔 초창기엔 보크로 의심을 샀다. 하지만, 오승환은 데뷔 이후 꾸준히 이런 동작으로 투구를 했고, KBO로부터 오승환의 루틴으로 인정 받았다. 상대를 기만할 의도가 없기 때문에 부정투구가 아니다.
혹시 일본에서 오승환의 투구폼을 문제 삼지 않을까. 나카무라 단장은 “오승환의 폼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감쌌다. 오승환 역시 “KBO가 내 투구 폼을 담은 비디오를 메이저리그로 보내서 유권해석을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런 지적을 당하지 않았다. 국제대회 역시 마찬가지”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실제 일본에서 이 부분이 제재를 당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상대 감독들이 오승환을 흔들기 위해 한, 두 차례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오승환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일본 타자들이 오승환을 무너뜨리고 싶다면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면 된다. 오승환의 마인드는 여전히 강인하다. 오승환 스타일대로 밀어붙이는 것. 일단 나쁘지 않다. 겁부터 먹는 건 오승환답지 않다.
[오승환.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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