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추운 겨울이다. 주위를 돌아볼 때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나눔에 인색하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1980년대까진 나 하나 잘 먹고 살기가 어려웠다. 1990년대 들어 초고속 성장을 이뤘으나 1997년 불어닥친 IMF로 사람들은 또 다시 허리를 졸라매야 했다. 한국 국민의 놀라운 근성으로 IMF를 조기에 졸업했으나 1990년대 말과 21세기 초반 연이어 정권이 교체되면서 기득권 층은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됐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초래한다. 성장은 성장대로 필요한데, 나눔과 분배에 대한 필요성도 커졌다. 우리 사회는 최근 들어 조금씩 나눔과 분배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야구계도 조금씩 동참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한국야구는 스토브리그만 되면 FA 몸값논란 등 억 소리 나는 돈잔치를 벌여왔다. 거액을 받는 선수들은 당연히, 사회에 그 사랑을 돌려줘야 한다.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 프로선수들, 여전히 나눔에 인색하다
올 시즌 최고연봉자는 김태균(한화)이다. 무려 15억원이었다. 이어 이승엽(삼성)이 8억원을 받았다. 3~4억원을 넘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최소 상위 2~30%에 드는 연간 소득이라고 봐야 한다. 또한, FA 시장에선 강민호(롯데)가 4년 75억원 시대를 열었다. 이들은 이렇게 많은 돈을 벌면서 팬들의 사랑도 먹고 자란다. 팬들은 대부분 이런 스타들보다 적은 돈을 벌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야구스타라는 이유 하나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
스타들이 과연 팬 사랑 없이 고액 연봉을 받는 위치로 올라설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구단들이 스타들에게 주는 연봉은 팬 사랑을 포함한 가치라고 봐야 한다. 당연히 스타들은 팬들에게 사랑을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최근 비활동기간만 되면 스타들의 선행이 줄을 잇는다. 이대호는 비 시즌마다 사랑의 연탄 배달을 했고, 박찬호는 박찬호 장학회를 통해 매년 야구 꿈나무들의 꿈을 키워주고 있다. 최근엔 구단 차원에서도 나눔과 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한 야구관계자는 “마지 못해서 봉사에 참여하는 선수도 있다. 개인 훈련 시간을 빼앗는다고 볼멘소리도 한다.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라고 했다. 물론 일부의 케이스지만,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미국과 일본에 비해선 자발적으로 나눔에 나서는 선수는 확실히 많지 않다. 축구, 농구, 배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팬들에게 받는 사랑에 비하면 나눔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사회 환원 활동에 적극적인 대기업보다도 소극적이다.
▲ 프로선수들의 나눔은 파급효과가 남다르다
주위에 남 모르게 선행을 하는 사람이 많다. 꼭 추운 겨울이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거나 봉사활동을 펼친다. 그런데 프로선수들, 특히 4대 프로스포츠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나눔과 기부, 봉사활동에 나설 경우 그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말 그대로 나눔 문화, 선행 문화를 선도할 수 있다. 일거수 일투족이 집중되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특성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실력만큼이나 넉넉한 마음 씀씀이로 유명하다. 커쇼 부부는 이번 스토브리그서도 변함없이 봉사활동을 했다. 이번엔 잠비아로 날아가서 고아들을 돌봤고, 시즌 중에도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한다. 커쇼 부부는 이 사실을 티 내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감추려고 하지도 않았다. 많은 메이저리그 스타에게 나눔은 일상생활이다. SNS를 통해 그 사실과 필요한 정보를 팬들과 공유한다. 팬들은 자연스럽게 스타의 선행을 접하고, 동참하기도 한다. 나눔이 더 커지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눔에 나서고, 그게 세상에 알려질수록 한국사회는 따뜻해진다. 과거엔 ‘나눔은 보이지 않게 하라’는 게 미덕이었다. 당연한 것인데 괜히 남들에게 자랑, 혹은 유별난 행동으로 비춰질 것을 걱정한 것이었다. 이는 잘못됐다. 한국 사회는 나눔과 기부, 봉사를 좀 더 크게 알려야 한다. 이 야구관계자는 “구단들이 앞장서서 야구 선수들의 좋은 일을 언론에 많이 알려줬으면 좋겠다. 생색이 아니라 의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좀 더 조직적인 움직임을 볼 순 없을까
현재 야구계엔 수 많은 단체가 있다. 프로야구 은퇴선수들이 700명 넘게 가입한 사단법인 일구회와 은퇴한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야구은퇴선수협회, 현직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등이 대표적이다. 이 단체들의 설립 목적은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것이다. 물론 이 단체들은 비 시즌에 봉사활동, 자선경기 등으로 팬들과 이웃에 다가서고 있다. 일구회의 경우 아시아야구연맹과 대한야구협회에 꾸준히 지원을 하고 있고 서울시와 손잡고 매주 토요일마다 저소득층 어린이들 대상으로 13명의 코치들이 재능기부를 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조직적으로 나눔에 나서는 스타는 단연 박찬호다. 박찬호는 1997년부터 박찬호 재단과 장학회를 설립해 후배 양성에 나섰다. 매년 초등학교 야구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성장을 독려한다. 박찬호기 어린이 야구대회도 매년 개최 중이다. 이른바 박찬호 키즈인데, 현직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서도 박찬호 장학금을 받고 스타의 꿈을 키운 선수가 많다. 박찬호는 수재민 돕기, 실직자 가정 자녀돕기 등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야구인이다. 그야말로 야구판 노블리스 오블리주다.
프로야구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각하다. 실제로 나누면서 살고 싶어도, 박복한 연봉에 파리 목숨인 입지로 인해 주위를 돌볼 여유가 없는 선수가 많다. 하지만, 고액연봉자들을 중심으로 좀 더 나눔에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할 때가 됐다. 한 야구계 원로는 “적극적으로 나눔에 나서고 싶은데 주변에서 선뜻 나서는 움직임이 없다. 야구인들이 공동 출자를 통해 재단을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움직였으면 한다”라고 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야구계의 나눔. 좀 더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비활동기간인 지금이 적기다.
[박찬호의 나눔 활동. 사진 = 고양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