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또 다시 하은주 딜레마다.
신한은행은 5일 KDB생명을 꺾었다. 5승3패를 기록 중이다. 선두 우리은행과는 2.5경기차.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쉽게 풀어간 게임이 없었다. 과거 ‘레알 신한’의 면모와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선전하고 있다. 알고 보면 신한은행 내부적으로는 불안요소가 많다. 경기력에 기복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특히 하은주 딜레마에선 매 시즌 자유롭지 못하다. 신한은행은 하은주 딜레마를 풀어야 한다. 하은주는 올 시즌 단 3경기에 출전해 13분9초간 5.0점 2.7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저조한 기록이다.
▲ 주전들의 완전하지 않은 컨디션
신한은행은 최근 하나외환, 삼성생명에 연이어 고전했다. 임달식 감독은 “부상 선수도 많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가 있어서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다”라고 했다. 정규시즌 직전에 끝난 아시아선수권의 후유증은 확실히 있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다녀온 김단비, 곽주영 등은 정규시즌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예를 들어 무릎에 통증이 있는 김단비는 철저한 재활을 통해 개막전에 100% 몸 상태를 만들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김단비는 2경기를 결장한 뒤 5일 KDB생명전서 17점으로 모처럼 제 역할을 했다. 2라운드 중반이 되면서 컨디션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시아선수권서 도중 낙마한 최윤아도 개막전 직전에 팀 훈련에 합류했다. 무릎이 확실히 좋지는 않다. 하은주 역시 100% 몸 상태가 아닌데 개막전서 무리를 하면서 이후 기약 없는 개점 휴업이다. 새롭게 합류한 쉐키나 스트릭렌, 엘레나 비어드와 국내선수들이 매끄러운 조직력을 갖출 여력이 없었다. 스트릭렌은 공격에선 3번, 수비는 상대 빅맨까지 커버 가능한데다 비어드는 1~3번을 번갈아 볼 수 있다. 국내선수들과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2라운드 중반까진 100% 완전하진 않다.
때문에 최근 들어 하나외환, 삼성생명 등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의 팀에 덜미를 잡혔다. 반대로 쉽지 않은 상대인 KDB생명을 잡았다. 임 감독은 “경기력이 서서히 좋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김단비는 “쉐키나가 1라운드서 잘 해서 국내선수들이 소극적으로 변했던 게 사실이다. 더블팀에 옳게 대처하지 못하고 쳐다보기만 했다”라고 했다. 이 역시 서로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 하은주 딜레마
현재 신한은행은 스트릭렌이라는 매우 강력한 해결사를 보유했다. 최근 강력한 수비에 고전했으나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1대1로 그녀를 막을 선수는 없다. 사실 스트릭렌 카드가 막혀도 신한은행엔 또 다른 카드가 있다. 하은주다. 쉽게 말해서 상대 외국인 빅맨이 하은주를 따라다니면 스트릭렌은 국내 선수가 막아야 한다. 미스매치 유발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패싱센스가 좋은 최윤아와 김규희는 하은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드들이다.
문제는 하은주가 언제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5일 경기를 앞둔 임 감독은 “쉐키나, 김단비는 점점 좋아질 거야”라고 한 마디를 툭 내뱉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됐다. 무심한 듯 한 마디를 던졌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컨디션과 매치업, 주변 환경 등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임 감독도 하은주에 대해선 유독 정확한 예측을 내리지 못한다. “하루하루 다르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하은주의 무릎 부상은 1~2시즌 얘기가 아니다. 하은주가 신한은행에 입단한 뒤로 쭉 이어진 문제다. 기본적으로 2m가 넘는 신장을 갖고 있다 보니 무릎에 과부하가 실릴 수밖에 없다. 매우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현재 하은주의 신체 밸런스는 깨진 상태다. 재활만 하고 있다. 매일 컨디션이 달라지다 보니 임 감독도 하은주의 투입 시점을 잡지 못한다. 하은주가 투입되기만 하면 승부처에선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투입하다 컨디션이 악화될 경우 낭패다. 어쨌든 신한은행으로선 정규시즌 중반 이후 승부처, 포스트시즌엔 건강한 하은주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객관적 전력 자체가 타 팀을 압도하지 못하는데다 경쟁자들의 행보가 만만찮다. 특히 신한은행으로선 하은주 없인 선두 우리은행을 깨기가 쉽지 않다. 임 감독은 하은주의 복귀시점을 잡는 게 최대 고민이다.
▲ 임달식 감독의 한숨
임 감독은 “제발 대표팀 관련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처를 받는다”라고 했다. 하은주가 거의 매 시즌 대표팀에선 제대로 뛰지 않다가 막상 정규시즌이 되자 정상적으로 뛰는 모습이 얄밉다는 일부의 시선이 있다. 임 감독도 이를 잘 안다. 임 감독으로선 너무나도 억울하다. 하은주 본인도 사기가 저하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임 감독은 “원래 몸이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하는 선수다. 내가 대표팀 감독을 세 차례 맡았는데 2번밖에 활용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서는 대회 도중 무릎이 너무 좋지 않아 귀국시키려고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때문에 비 시즌엔 철저히 몸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러나 대표팀에선 그런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사실 정규시즌이 진행 중인 지금도 장기결장 중인걸 보면 임 감독과 하은주가 대표팀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봐야 한다.
임 감독은 “하은주 본인은 너무나도 게임을 뛰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럴 몸 상태가 아니다. 이젠 나이도 30대 초반이다. 적은 나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더욱 철저하게 관리를 해주면서 조심스럽게, 전략적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은주의 속사정을 모르고 겉으로 드러난 부분으로만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다. 결국 신한은행의 올 시즌 명운도 하은주와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
[하은주(위), 임달식 감독(가운데, 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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