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싹 바꾸니까 팬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제2회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가 열린 7일 대구구장. 경기 전 만난 양준혁 야구재단의 양준혁 이사장은 “작년에도 투수와 타자의 포지션을 맞바꿨는데 팬들이 좋아하시더라. 올해도 그렇게 했다. 투수들은 타석에 들어서고, 타자들은 투수로 변신한다. 나도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계획”이라고 했다. 이른바 포지션 파괴다.
투수들의 타자변신과 타자들의 투수변신. 양 이사장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야구 팬들에게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 타자가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은 진귀한 광경이다. 양 이사장은 “이런 자선경기 아니면 언제 팬들이 이런 모습을 보겠나”라고 껄껄 웃었다. 양 이사장은 직접 양신팀과 종범신으로 선수들을 나누면서 포지션까지 정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12월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겐 비활동기간이다.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 투수들이 추운 날씨에서 공을 던지다 다음 시즌 준비에 지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날 양신 선발투수로 나선 배영수도 단 1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타자들 역시 정상적인 타격이 어려운 상황에서 몇몇 선수는 마운드에 올랐다.
현역 야구선수들의 경우 무리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내야수로 나선 이재학, 1루수로 나선 김광현 등은 무난한 수비를 선보였다. 재미있는 건 양신팀의 비밀병기로 나선 전현무와 양신팀의 감독인 양준혁 이사장의 모습. 전현무는 우익수로 출전했는데,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야구를 배운 선수가 아니다 보니 연이어 실수를 거듭하며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양준혁 감독은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3-5로 뒤진 5회 마운드에 오른 양 감독은 프로야구 현직 선수들에게 연이어 날카로운 안타를 맞고 6실점을 했다. 급기야 서용빈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서 조언을 하기도 했다. 대구구장은 폭소 도가니가 됐다. 결국 양 감독은 6실점을 기록한 뒤 쓸쓸하게 마운드를 내렸다.
투타 포지션파괴는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만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조짐이다. 양 이사장은 이날 경기에 앞서서 “해외파 선수들도 참여시켜서 더 큰 대회로 키우고 싶다”라는 뜻을 드러냈다. 매년 겨울이면 투수들의 타자변신, 타자들의 투수변신 장면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승패에 부담 없는 자선야구대회이니, 팬들은 포지션파괴를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양준혁 감독. 사진 = 대구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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