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요절복통 자선야구였다.
7일 대구구장. 양준혁 야구재단이 주최한 201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가 열렸다. 전, 현직 야구선수들, 방송인과 연예인 등 총 60명이 양준혁 감독이 이끈 양신팀, 이종범 감독이 이끄는 종범신팀으로 나뉘어 재미있게 야구를 했다. 승패와 무관한 대회, 입장 수익금으로 양준혁 재단이 운영하는 멘토링 야구단에 사용되는 경기이니 대회 목적 그 자체에 의미가 깊었다.
재미있는 장면이 속출했다. 기본적으로 두 팀은 투수와 타자들의 포지션이 파괴됐다. 양준혁 감독의 아이디어인데, 프로야구 시즌 중 볼 수 없는 투수들의 타격 장면, 타자들의 투구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부분 선수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적응을 옳게 하지 못해 흥미로운 장면도 많이 발생했다.
양신팀 선발 우익수는 전현무였다. 경기 초반 종범신 팀의 타구 방향이 우측으로 가지 않아 전현무의 수비 실력이 들통(?)나지 않았다. 그러나 4회 3점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어김 없이 전현무의 허술한 수비력이 드러났다.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야구를 배우지 못했으니 공 뒤로 빠트리기(일명 알까기) 같은 실책이 쏟아졌다. 전현무는 실책 이후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등 익살스러운 모습을 선보여 대구 팬들을 웃겼다.
양준혁 감독은 3-5로 뒤진 6회에 호기롭게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자 종범신의 타격이 대폭발했다. 양준혁 감독은 종범신 타자들에게 연이어 안타를 맞으면서 무려 6실점했다. 그 와중에 서용빈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양 감독에게 조언을 하는 모습이 보여 또 한번 폭소가 터졌다. 양 감독은 6실점을 하자 자진해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6실점 중에선 종범신팀의 이종범 감독에게 맞은 적시타도 포함됐다.
타석에 들어선 유희관은 알루미늄 배트가 아니라 풍선 재질로 만들어진 배트로 타격해 웃음을 자아냈다. 알고보니 그 배트는 박한이의 딸 것이었다. 유희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두산 로고가 박힌 방망이를 사주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여상이었다. 경기 도중 투입된 이여상은 타석에선 박한이의 타격폼을 완벽하게 흉내내 덕아웃과 관중석의 폭소를 이끌었다. 박한이 특유의 헬맷을 벗었다가 쓴 뒤 방망이로 그라운드에 선을 긋는 모션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여상은 마운드에선 배영수의 투구폼도 그대로 흉내냈다.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벗어난 뒤 침을 뱉는 모습까지 똑같이 따라해 웃음을 안겼다. 이여상은 작년 1회 대회에선 양준혁 이사장의 타격폼도 똑같이 따라했었다.
한편, 이날 양신 선발투수로 나선 허민 고양 원더스 구단주는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안타 2개를 맞았으나 윤희상을 유격수 병살타로 솎아냈고, 이여상도 외야 플라이로 처리하는 등 의외의 깔끔한 투구로 주목을 받았다. 허 구단주는 올해 독립리그에서 실전 등판을 하기도 했다. 특유의 너클볼 그립을 방송인터뷰에서 시범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재미와 감동에 흥미까지 사로잡은 희망더하기 자선야구. 스토브리그의 간판 자선대회로 자리매김할 조짐이다.
[희망더하기 자선야구 주요장면. 사진 = 대구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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