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14년에 국내에서 뛸 외국인타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11일까지 롯데(루이스 히메네스), 넥센(비니 로티노), 두산(호르헤 칸투), NC(에릭 테임즈)가 내년에 함께 할 외국인타자 영입을 완료했다. 나머지 5팀은 좋은 외국인타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영입전을 펼치고 있다. 재미있는 건, 9팀이 영입했거나 영입하려고 하는 외국인타자의 유형이 거포와 중, 장거리 타자로 나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외국인타자들의 스타일에 따라 국내선수들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사실 국내 타자들 입장에선 외국인타자 영입이 그리 반갑지 않다. 감독 입장에서 비싼 돈 주고 데려온 외국인타자를 벤치에 묵힐 순 없다. 외국인투수 2명이 동시에 한 경기에 등판하지 않는 한, 외국인타자가 벤치에 앉을 일은 없다. 투수 2명이 나란히 등판한다는 건, 1명이 중간계투 혹은 마무리란 의미인데, 불펜투수의 투입 시기를 경기 전부터 정하는 건 쉽지 않다. 때문에 올해 주전으로 나섰던 국내타자 중 1명은 내년엔 벤치멤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 맞춤형 외국인타자 시대 도래
구단들이 외국인타자 영입에 나섰을 때, 거포를 선호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국내야구에 전반적으로 거포 부족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든든한 외국인 거포가 있는 팀이 포스트시즌서 재미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야구는 그동안 많이 성장했다. 변수가 많아졌다. 단순히 거포를 원하기보단 맞춤형 외국인타자 시대가 도래했다. 내년엔 외국인 중, 장거리 타자 혹은 교타자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넥센 비니 로티노, NC 에릭 테임즈가 바로 이런 유형이다. 로티노는 올 시즌 오릭스에서 뛰었다. 거포 스타일이 아니었다. 마이너리그 시절 한 시즌 최다홈런이 17개였다. 테임즈 역시 올 시즌 트리플A에서 10홈런만을 쳤다. 이들은 2루타를 많이 치는 스타일이다. 또한, 0.280~0.290의 타율이 가능한 선수로 알려졌다. 박병호, 강정호 등 토종 거포가 즐비한 넥센의 컬러, 기동력과 정확성을 중시하는 NC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다.
거포는 태생적으로 발이 느리다. 국내야구 트렌드는 여전히 기동력이다. 가뜩이나 국내 중심타자들 중에서도 발이 느린 선수가 즐비하다. 외국인타자마저 발이 느릴 경우 팀 전체 스피드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과거 국내에서 뛴 외국인거포는 대부분 수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럴 경우 감독 입장에서 선수 기용과 작전 구사 자체가 난감해진다. 물론 거포갈증이 심각한 팀은 외국인 거포를 영입할 전망이다.
▲ 지명타자만 위험해? 외야수들도 바짝 긴장
애당초 예상대로 외국인 거포가 대거 국내에 들어왔다면 지명타자 혹은 1루수 요원들이 벤치에 앉을 가능성이 컸다. 아무래도 거포의 주 포지션이기 때문. 그래서 발 느린 지명타자, 혹은 어정쩡한 입지의 플래툰 1루수 요원들이 외국인선수 수급 확대에 가장 긴장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중거리 타자와 교타자 영입에도 나서는 구단이 적지 않다. 이젠 어느 포지션이든 기존 국내 주전타자들은 내년 주전을 100%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외국인타자들의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는 누구든 벤치로 내몰릴 수 있다.
중거리 타자 혹은 교타자가 외국인선수로 들어오면, 주전이 세 자리뿐인 외야수들이 바짝 긴장할 것으로 보인다. 로티노와 테임즈 역시 외야수 요원이다. 당장 넥센과 NC 주전 외야수들은 치열한 주전경쟁을 앞뒀다. 특히 NC의 경우 외야수 이종욱을 FA로 영입한 상황이라 기존 김종호, 나성범 등 외야 주전들이 자리 보전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이밖에 외국인타자를 아직 영입하지 못한 몇몇 팀들이 발 빠르고 정교한 외국인 외야수를 영입하려고 한다.
▲ 국내타자들이 먹고 살 길은
국내타자들은 외국인타자 영입으로 생존본능이 꿈틀거리게 됐다. 외국인타자의 스타일에 따라 국내 타자들의 포지션 연쇄 이동도 가능한 상황. 생존본능은 곧 기량 발전으로 이어진다. 나도 모르게 먹고 살려는 마음이 강해질수록 절박해지고, 절박해질수록 훈련 몰입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외형상으로는 외국인타자 1명 영입으로 국내 타자 1명이 자리를 빼앗기게 됐지만, 그 자리 하나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더 많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외국인타자 영입은 국내타자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되도록이면 먹튀 외국인타자는 보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외국인타자가 거포든, 중거리든, 교타자든, 기량 자체가 뛰어나지 않다면 외국인선수 수급확대의 의미 자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외국인타자의 기량이 좋아야 국내 타자들과도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고, 팀 전력에도 보탬이 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야구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1년 이후 3년만의 외국인타자 컴백. 국내타자들에겐 또 하나의 도전이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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