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2013년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로 선정된 선수는 손승락(넥센)이었다. 손승락은 지난 10일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 3승 2패 46세이브 평균자책점 2.30으로 구원왕에 오른 손승락은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에 단 1개 모자랐다. 손승락의 활약 속에 넥센은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정통 마무리투수가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건 참 오랜만의 일이었다. 1994년 정명원은 4승 2패 40세이브 평균자책점 1.36으로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초의 40세이브 시대를 열었고 그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전문 마무리투수였지만 50경기에서 105⅔이닝을 던졌으니 그 시대의 마무리투수와 지금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후 1996년 구대성이 18승 3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1.88, 2001년 신윤호가 15승 6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지만 두 선수 모두 그해 선발투수로도 나온 적이 있었고 규정이닝을 채워 순수한 마무리투수라 보기엔 어렵다.
이후에도 선발투수의 전유물이었던 골든글러브는 올해가 되서야 마무리투수의 품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100이닝도 가뿐히 던지던 마무리투수는 이제 찾기 어렵다. 마무리투수란 보직이 전문화되면서 이닝 소화 능력에서는 선발투수와 동등한 선상에 놓일 수 없다. 선발투수, 그중 특급 선발이라면 규정이닝을 훌쩍 뛰어 넘은 선수임이 분명하다.
애초에 비교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이젠 '구분'을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상하는 최고의 투수상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가 유일하다. 현대 야구는 '투수 분업화'가 이뤄진 만큼 시상도 '분업화'가 이뤄지면 어떨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흐름도 변하는 법이다. 선발투수 만큼 불펜, 구원투수들의 중요성도 강조되는 시대다.
2006년에 이어 2011년에도 47세이브를 거두고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는 오승환은 두 해 모두 골든글러브 수상에 실패했다. 2006년과 2011년엔 '리그 최고의 에이스'였던 류현진, 윤석민이 각각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마무리투수로서 전설적인 시즌을 보내고도 이를 기념할 수상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반대로 올해와 같은 경우엔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들이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평균자책점 1위, 이닝 3위에 오른 찰리 쉬렉(NC)과 평균자책점 2위, 다승 공동 1위에 오른 크리스 세든(SK)은 입맛만 다셔야 했다. 가뜩이나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도 없는 판에 골든글러브는 언감생심이었을까. 외국인 선수들을 위한 시상도 필요한 것을 느끼게 한 이번 골든글러브 수상 결과였다.
이젠 역할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투수'를 뽑는 것보다는 '최고의 선발투수'와 '최고의 구원투수'를 모두 가리는 것이 어떨까. 같은 투수라도 보직에 따른 정당한 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손승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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